수억 하락·신고가 경신 동시에…혼돈의 부동산 시장
수억 하락·신고가 경신 동시에…혼돈의 부동산 시장
  • 뉴시스
  • 승인 2022.02.04 11:2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홍남기 "강남·서초·성동 1억 이상 하락사례 포착"
이전 신고가 대비 하락 비율, 작년 12월 79.5%
전년比 거래량 15% 불과…'일반화의 오류' 지적
강남 고가 아파트 여전히 '비싼몸'…신고가 경신
고승민 기자 =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시내 아파트 모습. 2022.01.25. kkssmm99@newsis.com
고승민 기자 =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시내 아파트 모습. 2022.01.25. kkssmm99@newsis.com

이예슬 기자 = 전국에서 이전 신고가 대비 낮은 가격의 부동산 거래가 늘고 있다. 정부에서는 이를 시장 안정화의 징후로 해석하고 있지만, 거래의 표본이 적은 만큼 이를 대세하락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4일 국토교통부 부동산실거래가시스템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용 76㎡는 지난달 11일 24억9000만원(9층)에 거래됐다. 지난해 11월24일 같은 면적이 26억3500만원(11층)에 매매된 것과 비교하면 약 1억5000만원 가량 차이가 나는 것이다.

대치동 한보미도아파트 128㎡는 지난해 11월8일 41억4000만원(10층)에 손바뀜됐는데, 12월13일 38억2000만원(12층)에 거래됐다. 성동구 성수동 현대그린아파트는 지난달 9일 전용 56㎡가 11억원(2층)에 팔렸는데, 이는 지난해 10월22일 12억2000만원(3층)보다 1억1000만원 낮은 가격이다.

이 같은 모습에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전날 부동산관계장관회의에서 "지난해 12월 전국 아파트 거래에서 5채 중 4채가 이전 신고가 대비 하락했다"며 "강남, 서초, 성동, 일산 등 다수 지역에서 1억원 이상 하락한 거래사례가 지속 포착되는 등 그 체감폭은 더 확대되고 있다"고 밝혔다.

전국에서 이전 신고가 대비 하락한 비율은 지난해 9월 69.6%에서 10월 71.8%, 11월 75.9%, 12월 79.5%로 점차 수치가 커지고 있다. 집값 통계를 보더라도 한국부동산원 기준 1월 마지막 주 수도권 아파트는 2019년 8월 이후 2년5개월 만에 상승세를 멈췄고, 서울 아파트는 2020년 5월 이후 1년8개월 만에 0.01% 하락해 내림세로 돌아섰다.

다만 현재의 부동산 시장이 '눈치게임'을 벌이는 양상인 만큼, 수치만 보고 집값이 안정됐다고 말하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거래가 얼어붙기 시작해 지난해 12월 서울 거래 건수는 전년 동월 대비 15%에도 못 미쳤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의하면 지난해 12월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는 1117건에 그쳤다. 2020년 12월에는 7548건이었다.

또 강남권 고가아파트를 중심으로는 여전히 신고가 경신도 지속되고 있다. 서초구 잠원동 래미안신반포팰리스는 지난달 21일 전용 104㎡가 37억5000만원(11층)에 거래돼 지난해 2월20일 세운 기록인 31억9000만원(21층)을 훌쩍 뛰어넘었다. 시장에서는 이전 가격보다 대폭 낮은 가격에 매매되는 매물은 대체로 세입자를 끼고 파는 갭투자 물건일 가능성이 높다는 추측을 내놓기도 한다.

고준석 동국대 법무대학원 겸임교수는 "공급에 의해 가격이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거래절벽, 대출규제 등에 의해 조정, 보합 양상을 보이고 있는 것을 시장이 안정됐다고 평가하는 것은 과잉 일반화의 오류일 수 있다"며 "거래량이 크게 줄어든데다가 바로 입주 가능한 매물은 여전히 비싸거나 귀한 상황"이라고 짚었다.

고 교수는 "누가 대통령이 되느냐에 따라 정도의 차이는 있을 수 있지만 현재의 거래절벽 현상은 길어야 대선까지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