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K좀비 폭력성? 실제 우리 사회가 그렇잖아요"
[인터뷰]"K좀비 폭력성? 실제 우리 사회가 그렇잖아요"
  • 뉴시스
  • 승인 2022.02.08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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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우리 학교는' 이재규 감독 인터뷰
넷플릭스 TV쇼 부문 열흘째 1위 달려
"오겜 황동혁 감독이 고마워하라던데요"
지나친 폭력 묘사 지적 "과했다면 죄송"
"하지만 실제 우리 사회가 폭력적이다"
"세월호 모티브 삼지 않았다" 선 그어
"시즌2 나왔으면…좀비의 생존 그릴 것"
 넷플릭스 시리즈 '지금 우리 학교는'을 연출한 이재규 감독.

손정빈 기자 = "황동혁 감독이 자기한테 고마워하라고 하더라고요."

넷플릭스 드라마 '지금 우리 학교는'을 연출한 이재규(53) 감독과 '오징어 게임'을 만든 황동혁 감독은 같은 대학 같은 과를 나온 절친이다. 이 감독이 '지금 우리 학교는' 작업에 한창이던 지난해 9월, 황 감독이 내놓은 '오징어 게임'은 전 세계에서 신드롬을 일으켰다. 이 감독은 어떻게 축하를 할까 하다가 황 감독에게 전화를 했다고 한다. 이 통화에서 이 감독은 황 감독에게 부담감을 언급했다. '오징어 게임'의 거대한 성공에 비견하는 성과를 내지 못하면 안 된다는 중압감에 관한 얘기였을 것이다.

"황 감독이 무슨 부담이냐고 했어요. 자기가 어쩌면 문을 살짝 열어놓은 거라고, 부담 갖지 말고 오히려 자기한테 고마워하라고 하더라고요. 맞아요. '오징어 게임' 덕분에 전 세계 많은 시청자가 한국 콘텐츠에 관심을 갖게 됐어요. '오징어 게임'이 창문을 열어줬어요. 그 문으로 좋은 한국 콘텐츠가 배달돼야죠. '오징어 게임'의 뒤를 잇고 싶어요."

이 감독을 7일 온라인 화상 인터뷰로 만났다. 이 감독의 말처럼 '지금 우리 학교는'은 '오징어 게임'의 뒤를 잇고 있다. 물론 '오징어 게임'의 폭발적인 흥행세만큼은 아니지만 이 작품은 벌써 열흘 째 넷플릭스 TV쇼 부문 세계 1위를 달리고 있다. 지난해 '오징어 게임'이 53일 동안, '지옥'이 11일 간 1위를 한 것에 이어 세 번째다. 조만간 '지옥'의 기록을 깰 것이다. "얼떨떨하죠. 이 작품 준비를 2년 동안 했어요. 그 시간이 주마등처럼 스쳐가더라고요. 진심을 갖고 열심히 했습니다."

'지금 우리 학교는'은 효산시라는 가상 도시에 있는 한 고등학교에서 좀비 바이러스가 퍼지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학교 내부에선 좀비가 되지 않은 학생들이 살아남기 위해 사투를 벌이고, 학교 바깥에선 효산시 전체로 퍼진 좀비 바이러스를 막기 위해 계엄령이 선포되는 등 아수라장이 펼쳐진다. 2009년 주동근 작가가 내놓은 동명 웹툰이 원작인 이 드라마는 좀비 발생으로 인한 혼란과 함께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갖가지 고질적인 문제를 건드리며 전진한다. 장르물의 재미에 선명한 메시지를 더해 전 세계 시청자에게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이 감독은 좀비 바이러스가 퍼진 절망적인 상황에서 새로운 희망을 발견하는 모습을 그리고 싶었다고 했다. "이런 비극을 통해 우리가 행하는 폭력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어요. 그 폭력들의 비극성을 시청자가 느끼길 바랐습니다. 그러면서도 이 비극 속에서 길을 찾아가는 아이들을 통해 희망을 찾기 바랐죠. 어른들이 잃어버린 뜨거운 가슴을 좀비와 싸워가는 학생들을 통해 되찾기를 원한 겁니다."

'지금 우리 학교는'은 학교 폭력, 약육강식의 사회, 사회 시스템의 무능 등을 짚어간다. 그러면서 세월호 참사를 환기하기도 하고, 군사정권의 어두운 과거를 경유하기도 한다. 드라마가 원작과 분명히 구분되는 지점은 좀비 바이러스의 근원을 직접 다루고 있다는 것이다. 원작이 좀비 바이러스의 기원을 전혀 언급하지 않은 것과 달리 드라마는 학교 폭력이 좀비 바이러스를 탄생시켰다고 대놓고 얘기한다.

다만 이 작품은 우리 사회 폭력성을 지나치게 단순화하거나 과장해 그리는 것은 물론 이를 위해 여성을 도구화 했다는 비판도 받는다. 또 우리 사회가 겪은 역사적 사건의 아픔을 피상적으로 담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이 감독은 우선 세월호 등을 떠올리는 설정에 대해선 "특정 사건을 모티브 삼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도 "일부 표현이 시청자를 불편하게 했다면 죄송하다는 말을 하고 싶다"고 했다. 다만 그는 이 드라마가 사회의 폭력을 과장해서 보여준다는 데는 동의하지 않았다.

"자극적인 묘사로 더 많은 시청자를 끌어들이려고 한 건 전혀 아니에요. 이 작품이 그리는 폭력성 또는 비극은 현재 우리 사회에서도 실제로 벌어지고 있는 일입니다. 중요한 건 이런 비극 속에서도 자기 책임을 다하려는 사람들이 있다는 거죠. 그 행동이 결과적으로 실패하든 성공하든 말이에요."

'지금 우리 학교는'에서 가장 호평받은 부분은 역시 학교 내에서 학생들이 좀비를 상대로 벌이는 액션 장면이다. 이와 함께 죽을지도 모르는 비극을 마주하고 있음에도 종종 드러나는 학생들의 천진난만함을 담아낸 연출 역시 시청자 지지를 받고 있다. 이 감독은 현실감을 높이기 위해 일반 시청자에게 익숙하지 않은 얼굴의 젊은 신인 배우를 대거 기용했다. 그리고 이들에게 정말 고등학생들이 쓸 만한 단어들을 사용해 대사를 하게 했다.

"최대한 각 캐릭터에 근접한 얼굴을 찾으려고 했고, 그 중에서도 가장 어린 배우를 선택했어요. 캐스팅 된 배우들도 서로 딱 어울리는 역할을 맡았다고 할 정도였죠. 이들 배우들이 고등학교를 졸업한지 얼마 안 됐기 때문에 리허설 하면서 이들이 고등학생이었다면 보였을 실제 반응을 극 안으로 집어넣기도 했습니다. 대사 같은 경우엔 주변 10대 아이들은 물론 제 아이들에게도 물어보고 반영했어요."

이 감독은 두 번째 시즌을 만들 수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 작품 내엔 후속작을 염두에 둔 설정이 일부 있다. 시즌2가 어떤 내용이 될 것 같냐는 물음에 그는 "시즌1이 인간의 생존에 관한 이야기였다면, 시즌2는 좀비의 생존에 관한 얘기가 될 것"이라고 답했다. "극 중엔 세 가지 유형의 인간이 있어요. 좀비에 물리면 곧바로 좀비가 되는 유형, 좀비에 물려서 좀비가 됐지만 뇌를 지배당하지 않아 겉보기엔 물리지 않은 사람과 다르지 않은 유형, 그리고 면역자가 있죠. 이 세 집단의 인간이 어떻게 공존할 것인가, 그런 이야기가 될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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