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 처리 안갯속…'규모·재원' 모두 평행선
추경 처리 안갯속…'규모·재원' 모두 평행선
  • 뉴시스
  • 승인 2022.02.11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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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7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 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2.02.07. photo@newsis.com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7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 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2.02.07. photo@newsis.com

김진욱 기자 = "(애초 처리 시한으로 정했던) 오는 14일까지 추가경정예산(추경)안 처리가 어렵다. 기획재정부가 증액에 부정적인 입장만을 고수하고 있다."

국민의힘 소속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들이 지난 10일 내놓은 성명의 일부다. 예결위 위원들은 "기재부가 상임위에서 여야가 만장일치로 합의한 증액 사업에 매우 소극적이다. 정부의 입장 변화가 없는 한 현재로서는 공식 대통령 선거 운동 개시 직전인 14일까지 추경안 처리가 불가능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여당도 추경 증액에 합의하라며 기재부를 압박했다.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원내 대표는 같은 날 KBS 정강 정책 연설에서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 '오미크론' 확산세가 만만찮지만, 이번에도 충분히 관리할 수 있다"면서 "이번 추경의 핵심은 소상공인에 대한 긴급 지원이다. 오는 14일까지 반드시 처리하자"고 촉구했다.

국회는 정부가 제출한 14조원의 추경안을 54조원까지 키워놓은 상태다. 소상공인 방역 지원금을 300만원에서 1000만원까지 올리고 진단 검사비 등을 확충했다. 예결위는 9일 소위원회를 열고 증액한 추경안을 검토해달라고 요청했지만, 기재부는 "40조원을 증액할 수는 없다"며 기존 입장을 유지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선웅 기자 = 27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에서 윤리특별위원회에서 한병도 더불어민주당 원내 수석 부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2.01.27. photo@newsis.com
김선웅 기자 = 27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에서 윤리특별위원회에서 한병도 더불어민주당 원내 수석 부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2.01.27. photo@newsis.com

10일 예결위 여야 간사 회동에서도 뚜렷한 진전은 없었다. 한병도 민주당 원내 수석 부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정부가 제출한 수정 추경안의 방역 지원금이 300만원 수준이냐'는 질문에 "그렇다"면서 "정부는 국채(나랏빚) 부담을 최대한 지지 않겠다는 것 때문에 (추경안 증액을) 작게 해온 것 같다"고 말했다.

기재부가 추경을 증액할 수 없다고 맞서는 이유는 재정 건전성 때문이다. 여야 모두 돈을 더 쓰자고 주장할 뿐 이를 뒷받침할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지에 대해서는 마땅한 방법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우선 야당은 '세출 예산 구조 조정안'을 내세웠다. 본예산 중 '한국판 뉴딜' 등 일부를 삭감하자는 얘기다.

정부는 예산을 아무리 조정하더라도 40조원을 추가로 만들어내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게다가 편성한 지 갓 한 달 된 본예산을 삭감하는 것도 적절하지 않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8일 예결위에서 "집행이 부진하다면 이월시킬 수는 있지만, 연초에 사업을 무작위로 잘라낼 수는 없다"고 말했다.

여당은 재원 마련 부담을 기재부에 떠넘기고 있다. 코로나19 방역을 강화하고, 소상공인 지원을 확대할 골든타임은 지금 당장인데, 야당이 주장하는 예산 조정에는 시간이 오래 걸린다며 재원 마련은 재정 당국의 몫이라고 주장한다. 기재부 입장에서도 묘안은 없다. 결국 국채를 추가 발행해 나랏빚을 늘리라는 얘기다.

이미 한국의 나랏빚은 최근 몇 년 새 급격히 불어난 상황이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2017년 36.0%였던 국내 총생산(GDP) 대비 국가 채무 비율은 올해 추경을 정부안대로만 편성하더라도 50.1%까지 상승한다. 여야가 요구하는 40조원 증액분을 전액 국채 발행해 조달한다면 이 비율은 52% 수준까지 오를 전망이다.

이 경우 나랏빚 절대 규모는 1114조원에 이른다. 지난해 세 자릿수였던 나랏빚이 올해 1100조원 선마저 넘기게 되는 것이다. 국제 신용 평가사도 나랏빚 증가 속도를 지켜보고 있다. 세계 3대 신평사인 피치(Fitch)는 지난해 한국의 신용 등급을 평가하며 "국가 채무 증가가 재정 운용상 위험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문제는 또 있다. 대선 이후 출범하는 새 정부가 재차 추경에 나설 수 있다는 점이다.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는 지난달 28일 "(현재 논의 중인 제1차 추경) 결과와 관계없이 대선 후 50조원 정도의 추가 추경을 편성하겠다"고 말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취임 후 소상공인에게 50조원을 보상하겠다고 밝혔다.

올해 손실 보상 예산이 5조1000억원(본예산 3조2000억원+정부 추경안 1조9000억원)에 불과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윤석열 후보가 당선되더라도 제2차 추경이 편성될 가능성이 크다. 양자 중 누가 당선되든 제2차 추경 편성이 확실시되는 만큼 제1차 추경 규모를 무리해서 키워서는 안 된다는 것이 기재부의 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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