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나는솔로, '짝 넘을수 없다' 인정하고 시작했죠"
[인터뷰]"나는솔로, '짝 넘을수 없다' 인정하고 시작했죠"
  • 뉴시스
  • 승인 2022.02.15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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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규홍 PD, 극사실주의 연애 예능물로 새로운 반향
결혼 원하는 이들 출연해 현실감↑…세번째 부부 탄생
"요즘 같은 시대 사람들은 더욱 진짜 원해"
남규홍 PD
남규홍 PD

최지윤 기자 = SBS TV '짝'(2011~2014)을 빼놓고 연애 예능물을 얘기할 수 없다.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폐지됐지만, 짝짓기 예능물에 한 획을 그었다. 남규홍 PD는 주특기를 살려 스카이TV 채널 NQQ '나는 솔로'를 선보였다. 무엇보다 기존 연애 예능물 한계를 깨 의미가 크다. 넷플릭스 '솔로지옥', 채널A '하트시그널' 등이 연애 판타지와 대리만족을 심어줬다면, 나는 솔로는 실제 결혼을 원하는 이들이 출연해 현실감을 높였다.

"성격상 낯간지러운 걸 못한다. 요즘 같은 시대에 사람들은 더욱 진짜를 원한다. 가장 현실적으로 그릴 때 시청자들이 좋아하지 않을까 싶었다. 나는 솔로가 살아남아서 오래갔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었는데, 1차 목표를 이뤄서 기분이 좋다. 큰 그림만 생각하고 촬영 현장으로 간다. 따로 구성도 하지 않는다. 길을 만들어 놓으면 운전자들이 알아서 교통 신호 맞춰서 가지 않느냐. 기본 설계는 있지만 제작진은 신호등만 켜주는 정도다."

지난해 7월 첫 선을 보인 나는 솔로는 결혼을 원하는 남녀들이 사랑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야기다. 3개월 만에 막을 내린 '스트레인저'(2020~2021)보다 더욱 현실성을 강조했다. 나는 솔로 '극사실주의 데이팅 프로그램'이 콘셉트와 함께 아날로그 감성이 돋보였다.

출연자들이 지내는 펜션, 패널 스튜디오 등에도 힘을 주지 않았다. '제작비가 부족한 게 아닌가?'라는 의구심도 들었는데, "(기존 예능물) 평균 제작비가 들어간다"고 답했다. 자칫 촌스러워 보일 수 있지만 "대한민국에서 존재하는 평균 펜션 모습"이라며 "너무 화려하고 희소하면 리얼리티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짚었다. "스튜디오 세트를 만드는 것도 어떻게 보면 장식"이라며 "굳이 필요할까 싶었다. 아무 데서나 VCR 보면서 느끼는 것을 솔직하게 얘기하면 된다"고 덧붙였다.
 

최지윤 기자 = SBS TV '짝'(2011~2014)을 빼놓고 연애 예능물을 얘기할 수 없다.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폐지됐지만, 짝짓기 예능물에 한 획을 그었다. 남규홍 PD는 주특기를 살려 스카이TV 채널 NQQ '나는 솔로'를 선보였다. 무엇보다 기존 연애 예능물 한계를 깨 의미가 크다. 넷플릭스 '솔로지옥', 채널A '하트시그널' 등이 연애 판타지와 대리만족을 심어줬다면, 나는 솔로는 실제 결혼을 원하는 이들이 출연해 현실감을 높였다."성격상 낯간지러운 걸 못한다. 요즘 같은 시대에 사람들은 더욱 진짜를 원한다. 가장 현실적으로 그릴 때 시청자들이 좋아하지 않을까 싶었다. 나는 솔로가 살아남아서 오래갔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었는데, 1차 목표를 이뤄서 기분이 좋다. 큰 그림만 생각하고 촬영 현장으로 간다. 따로 구성도 하지 않는다. 길을 만들어 놓으면 운전자들이 알아서 교통 신호 맞춰서 가지 않느냐. 기본 설계는 있지만 제작진은 신호등만 켜주는 정도다."지난해 7월 첫 선을 보인 나는 솔로는 결혼을 원하는 남녀들이 사랑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야기다. 3개월 만에 막을 내린 '스트레인저'(2020~2021)보다 더욱 현실성을 강조했다. 나는 솔로 '극사실주의 데이팅 프로그램'이 콘셉트와 함께 아날로그 감성이 돋보였다.출연자들이 지내는 펜션, 패널 스튜디오 등에도 힘을 주지 않았다. '제작비가 부족한 게 아닌가?'라는 의구심도 들었는데, "(기존 예능물) 평균 제작비가 들어간다"고 답했다. 자칫 촌스러워 보일 수 있지만 "대한민국에서 존재하는 평균 펜션 모습"이라며 "너무 화려하고 희소하면 리얼리티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짚었다. "스튜디오 세트를 만드는 것도 어떻게 보면 장식"이라며 "굳이 필요할까 싶었다. 아무 데서나 VCR 보면서 느끼는 것을 솔직하게 얘기하면 된다"고 덧붙였다.
나는 솔로 패널. 왼쪽부터 송해나, 데프콘, 이이경.

특히 나는 솔로에는 개성 강한 출연자들이 많다. 남 PD는 제작발표회에서 "원빈씨보다 데프콘을 우대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기존 연애 예능물처럼 특별히 잘생기거나 예쁜 사람들이 출연하기 보다, 주위에 있을 법한 이들이 나와 공감을 샀다. "캐릭터있고 매력있는 분들을 원한다"며 "직업, 신분이 정확하고 결혼할 나이면 출연권에 들어온다. 여기서 잘 추스리면 된다"고 귀띔했다.

출연자를 섭외할 때 소신이 있다. 제작진이 원하는 목표치가 "저절로 달성 되지는 않는다"며 "항상 약간 뭔가 부족하지 않을까 싶지만, 막연한 확신은 있다"고 설명했다. "어떠한 분을 캐스팅 해도 100% 보여준다면 시청자들은 만족할 것"이라며 "아무리 매력있고 괜찮아도 반 정도 보여주고 가면 부족할 것"이라고 했다.

나는 솔로는 출연자 이름도 차별화했다. 영철, 정숙, 정자, 순자 등 친숙한 이름을 가명으로 썼다. 1948년 대한민국 정부 수립 당시 가장 선호한 남녀 이름이라고. 처음에는 매 기수마다 같은 이름을 써 헷갈렸지만, 어느 새 프로그램 정체성이 됐다. 6개월 여 동안 촬영하며 가장 기억에 남는 출연자는 누구일까.
 
"영철과 영숙은 항상 맹활약 해 기억에 남는다. 일단 출연자를 캐스팅 하면 제작진이 그 사람 이미지, 역할에 가장 잘 어울릴 듯한 이름을 준다. 남자답고 씩씩하면 영철 이름을 주다 보니 자연스럽게 그런 이미지가 생겼다. 프로그램 정체성에 따라 이름이 만들어지면 시청자도 다음 출연자에 관한 막연한 기대를 할 거라고 예상했다. 그들이 만들어가는 스토리, 캐릭터가 잘 어우러질 수 있도록 했다. 이러쿵저러쿵 할수록 나는 솔로를 더 기억하기 쉽지 않을까 싶었다."
 

4기 영철(위), 정자
4기 영철(위), 정자

비연예인이 출연하는 만큼 편집·방송할 때 신경 쓰는 부분도 많을 터다. 남 PD는 편집할 때 '공정하고 정직하게 하자. 그러면 누구도 반박할 수 없다'는 원칙을 세웠다. 물론 출연자 중 큰 이야기가 만들어지면 '메인 주인공'이 된다며 "결과물에 의해 편집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SNS가 활성화 돼 있는 만큼, "사전미팅 등을 통해 다각도로 위험요소를 확인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다만 "다양한 사람들이 섞여있다"며 "항상 얌전하고 순수하고 범생이만 나오면 대한민국 청춘 남녀를 대표할 수 없다"는 주의다.

나는 솔로도 출연자 문제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4기 영철이 정자에게 강압적이고 무례한 언행을 해 비판을 받았다. 이로 인해 정자는 정신과 치료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출연자 간 공방이 이어져 피로감을 느낀 시청자들도 적지 않았다. 남 PD는 "울퉁불퉁한 캐릭터 때문에 영철을 캐스팅했다"면서도 "솔로나라(나는솔로 촬영지)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줄 지는 예측할 수 없다. 선을 넘는지 지켜보고 반복되면 집에 돌려보내거나 주의를 주는 등 조치를 취한다. 어느 정도 선에서 출연자 정체성, 캐릭터, 스토리상 있을 수 있는 일이다 싶으면 지켜본다"고 설명했다.

"사실 수많은 카메라, 제작진이 있기에 큰 위험은 발생할 수 없다. 몰입하다 보면 감정이 격해질 수 있는데, 출연자들은 제작진이 보호해야 할 책임이 있다. 잘 편집해 방송에서 시청자들한테 좋은 모습으로 평가 받도록 하는 게 맞다"면서도 "일방적인 판단, 편견에 의해 출연자를 몰아가는 건 경계한다. 방송 후 제작진이 함부로 인터뷰를 하는 등 확대·재생산 할 필요는 없다"고 강조했다.

나는 솔로는 세 번째 부부 탄생을 앞두고 있다. 1기 영철·영숙, 2기 영수·영숙에 이어 4기 영숙·정식은 10월 결혼식을 올릴 예정이다. 남 PD는 "1~2기부터 결혼하는 걸로 시작해 세 번째는 충격이 조금 덜하다. 계속 좋은 소식이 들려오면 긍정적인 선순환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나는 솔로에 결혼을 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더 많이 모이지 않을까 싶다"고 기대했다. "촬영할 때 잘 어울리는 커플이 있지만, 남녀사이 문제는 제작진이 과도하게 개입하지 않는다"며 "촬영 끝나면 출연자들끼리 교류 하면서 2라운드가 펼쳐진다. 2라운드는 바뀔 수 있다"고 했다.

6개월이 흐른 시점에서 조금씩 변화를 주고 있다. 6기는 사평 한옥마을에서 로맨스를 시작했다. 특히 광수, 옥순 등 새로운 가명이 등장해 호기심을 자극했다. 남 PD는 "이 세상에 정해진 건 없다"며 "대중들이 원하는 게 이게 아니라고 생각하면 즉각 바꾸는 게 맞다. 형식은 바뀔 수 있지만 본질은 그대로 갈 것"이라고 했다.
 

남규홍 PD
남규홍 PD

짝 이후 한동안 연애 예능물이 자취를 감췄지만, 하트시그널 시즌1~3(2018~2020)를 통해 부활했다. 솔로지옥과 티빙 '환승연애', MBN '돌싱글즈' 등이 인기를 이었다. 특히 솔로지옥은 국내 예능물 최초로 세계 넷플릭스 TV쇼 부문 10위에 올랐다.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를 타고 해외에서도 'K-연애 리얼리티'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추세다. 남 PD는 "코로나19 시대에 다들 연애를 못하지 않느냐"면서 "연애물은 인류가 탄생하면서부터 계속된 욕망을 대변한 장르다. 이러한 장르의 유사한 프로그램이 많이 생겨도 재미 요소는 계속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남 PD는 SBS 시사교양본부 PD 출신이다. 퇴사 후 제작사 촌장엔터테인먼트를 세웠다. 나는 솔로는 NQQ 대표 프로그램이 돼 채널 인지도를 높이는 데도 한 몫 했다. 짝 이후 줄곧 연애 예능물만 선보였는데, 새로운 장르에 도전하고 싶은 마음은 없을까. "이 바닥에서 하나 잘하면 다른 장르도 잘할 수 있다"는 주의다.

"나는 솔로는 어차피 '짝을 넘을 수는 없다'고 인정하고 시작했다. 같은 사람이 만들었기에 형식적으로 유사한 부분이 있다는 걸 부정하지 않는다. 나는 솔로는 정형화하지 않고 내용 면에서도 훨씬 깊숙하게 들어갔다. 당시보다 방송 기술이 발달해 내용을 풍부하게 담을 수 있다. 짝은 최선을 다해 만들어서 명작으로 남아 있다고 자부한다. 나는 솔로도 먼 훗날 돌아봤을 때는 쪽팔리지 않은 프로그램이 될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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