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인 사흘 밀려 6일장 했어요"....유족들 '화장장 대란'에 이중고
"발인 사흘 밀려 6일장 했어요"....유족들 '화장장 대란'에 이중고
  • 뉴시스
  • 승인 2022.03.22 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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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사망자 급증세 속 화장장 포화 지속
3일장 넘겨 5~7일동안 장례 치르는게 예사
전국 3일장 화장률, 한달새 77.9%→34%↓
"빈소에 긴 시간 모여있다 보니 감염 불안도"
상조회사 직원 "최근 기본 2~3일 기다려야"
전국 화장장 포화....'원정 화장'도 쉽지 않아
김종택기자 = 지난 17일 오후 경기도 화성시 함백산 추모공원 화장장에 화장시간 안내문이 나타나고 있다. 최근 계절적 영향과 코로나19로 사망자가 급증하면서 화장시설이 부족해지자 정부가 전국 공설 화장시설 운영기간과 화장 횟수를 늘리기로 했다

이윤희 이준호 기자 = "원래 발인은 19일에 했어야 하는데 사흘이나 밀려서 6일장을 하게 됐어요. 가족들이 기다리는 동안 너무 지치고 힘들어했습니다. 돌아가신 것만으로도 너무 힘들고 지치는데 회사에도 장례가 밀린 상황을 설명해야 한다는게 너무 괴로웠습니다."

코로나19 누적 확진자 수가 1000만명에 육박하고 누적 사망자는 1만3000명을 넘었다. 매일 수백명 규모의 사망자가 발생하고 있는데 화장장 포화 현상이 지속되고 있어 우려가 높다. 유족들은 고인을 떠나 보낸 슬픔과 별개로 쉽지 않은 장례 절차로 이중고를 겪고 있는 상황이다.

22일 찾은 서울 서초구 원지동의 서울추모공원에는 오전부터 고인을 모시기 위한 유족들이 줄을 이었다. 고인과 유족들을 태운 운구차 4대가 연이어 정문으로 들어오는가 하면 코로나 확진자를 태운 구급차도 눈에 띄었다.

서울추모공원 화장장에서는 1회차에 네 분을 모실 수 있다. 화장장 대기실은 유족들로 북적였으며, 진행 상황을 알려주는 내부 모니터는 빼곡이 적힌 이름으로 빈칸을 찾기 어려웠다.

오랜 기다림 끝에 화장장에 도착한 유족들은 더이상 울 힘도 없을만큼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운구 버스에서 내린 40대 이모씨는 접수를 채 하지도 전에 자리에 주저 앉았다. 그는 "돌아가시고 난 뒤 며칠간 너무 힘들었다"며 "이렇게까지 기다리게 하는 건 너무한 것 아니냐"는 분통을 터트렸다.

방역당국은 감염 전파 등을 우려해 고인이 코로나에 확진된 경우 반드시 화장하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 확진 사망자가 늘어나자 화장장에 과부하가 걸렸다. 화장이 미뤄지다보니 유족들은 3일장을 넘겨 5~7일동안 장례를 치르는 실정이다.

백동현 기자 = 지난 15일 오전 경기 고양시 서울시립승화원 입구가 화장 순서를 기다리는 운구차량으로 가득한 모습이다. 서울시가 코로나19 등으로 사망자가 크게 늘자 지난 11일부터 서울시립승화원과 서울추모공원의 하루 화장 건수를 최대 2배까지 확대해 운영하고 있지만 수도권 지역의 화장장이 여전히 포화상태를 보이고 있다.

상조회사 직원 이모(51)씨는 "두달 전부터 화장이 조금씩 밀리기 시작하더니 최근에는 기본 2~3일 정도 기다려야 했다"며 "이곳도 오후 7시30분까지 운영 시간을 늘렸는데 수요가 워낙 많다"고 전했다.

그는 "화장장들은 해당 지역 수요도 감당을 못하는 지경에 이르러서 외부에서는 안 받으려고 하는 실정이다"며 "가족들이 많이 힘들어 한다"고 설명했다.

실제 보건복지부 화상예약시스템을 보면 서울추모공원은 주말까지 화장 예약이 모두 완료된 상태다. 경기 고양에 있는 서울시립승화원도 사정이 같고, 성남시장례문화사업소는 토요일만 빈자리가 있다.

전국 3일차 화장률을 보면, 올해 1월 82.6%, 2월 77.9%였는데 3월 들어서는 지난 19일 기준 34%로 급감했다. 전국 화장장들이 화장 수요를 감당하지 못해 3일차 화장률이 급격히 떨어진 것으로 풀이된다.

장례절차가 길어지면서 유족들은 슬픔과는 별개로 괴로운 상황에 놓여져 있다.

백동현 기자 = 지난 15일 오전 경기 고양시 서울시립승화원에서 유족들이 화장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서울시가 코로나19 등으로 사망자가 크게 늘자 지난 11일부터 서울시립승화원과 서울추모공원의 하루 화장 건수를 최대 2배까지 확대해 운영하고 있지만 수도권 지역의 화장장이 여전히 포화상태를 보이고 있다.

화장장 예약이 밀려 이날까지 6일장을 치르게된 김모(48)씨는 "장례식장은 물론 화장장 잡기가 너무 힘들었다"며 "돌아가신 것만으로도 너무 힘들고 지치는데 회사에도 장례가 밀린 상황을 설명해야 한다는게 너무 괴로웠다"고 호소했다.

최근 5일장으로 장례를 치렀던 김모(35)씨도 "빈소를 잡기도 어려웠지만 가장 문제가 화장장이었다"며 "절차가 길어지면서 지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부고 소식을 알린 사람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어 힘들었다. 빈소에 긴 시간 모여있다 보니 코로나에 대한 불안도 있었다"고 털어놨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거주지와 멀리 떨어진 화장장을 찾아가는 경우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그마저도 관외 시신을 받지 않는 화장장이 많아 쉽지 않다고 한다. 

화장장 포화상태가 이어지자 정부도 거듭 대책을 내놓고 있다. 이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전국 모든 화장시설에서 1기당 5회 안팎으로 운영하던 화장로를 최대 7회까지 늘릴 수 있도록 하고, 전국 17개 시·도에 조례 등에 따라 금지한 관할지역 외 사망자 화장을 한시적으로 허용하라고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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