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미크론 유행' 취약해진 의료 체계로 몇 주 내 '진짜 위기' 올 수도
'오미크론 유행' 취약해진 의료 체계로 몇 주 내 '진짜 위기' 올 수도
  • 김윤희 기자
  • 승인 2022.03.28 05: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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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지난 1주간(21~27일) 하루 평균 신규 확진자는 34만 8982명으로 직전 주(14~20일) 일평균 40만 2482명보다는 약 5만 3천여 명 줄었다. 여전히 높은 수치로 안심은 이르지만 신규 확진자 기준으로는 62만명 선까지 기록했던 직전 주가 오미크론 유행의 최정점이었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반면 위증증 환자와 병상 가동률은 빠르게 늘고 있다. 전날 병원에 입원해있는 위중증 환자는 1216명으로 3월 16일 1244명 이후 역대 두 번째로 많았다. 전국 중증 병상 가동률은 67.8%(2825개 중 1915개 사용)로 직전 날(66.3%)보다 1.5% 올랐다. 사실상 80%가량을 넘으면 한계 수준임을 고려하면 여력은 10% 정도 남은 셈이다.
사망자 수 또한, 증가세가 가파르다. 지난 1주간 하루 평균 사망자는 353명으로 직전 주 290명에 비해 63명 늘었다. 지난 한 주 동안 모두 2471명이 숨졌는데 코로나로 인한 국내 전체 누적 사망자가 1만 4899명인 점을 고려하면 사망자 6분의 1이 지난 한 주 동안 발생한 것이다.

통상 위중증 환자와 사망자는 신규 확진과 2~3주가량 시차를 두고 늘어나는 점을 고려하면 이러한 증가세는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오미크론 유행에서 최우선 목표가 위중증 환자와 사망자 수 최소화였다. 방역의 '진짜 위기'가 이제 막 닥쳐오고 있는 형국이다.

유행 2년 만에 닥친 최악의 상황에 "아직 여력이 있다"는 방역당국의 입장과 달리 일선 의료진과 방역 전문가들은 이미 현재도 한계를 넘어서 의료 체계가 가동되는 상황이라고 입을 모은다.

특히 대규모 유행이 장기화되며 환자를 돌볼 의료진의 체력 고갈도 극심한 상황이며 그 어느 때보다 집단 감염으로 인한 이탈도 잦아졌다. 감염으로 빠진 의료진의 자리를 남은 의료진이 대체하며 과부하가 걸리고 감염된 의료진도 3~4일 만 격리 후 복귀해 회복이 안 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는 것이다.

김민정 의료연대본부 조직부장(간호사)는 지난 25일 기자회견을 통해 "증상이 심한데도 격리기간이 지났으니 업무에 복귀해야 한다"며 "현장에 남은 의료진들은 더블듀티라는 16시간을 연속으로 근무하거나 쉬는 날 없이 6-7일을 연속해서 일하는 등 과로하고 있다"고 현실을 폭로하기도 했다.

중증 환자를 받을 병상이 갈수록 줄고 있는 점도 고민거리다. 방역당국은 중증 기저질환자를 큰 호흡기 증상이 없을 시 기존 병상에서 치료를 이어가도록 권고하고는 있지만 집단 감염 우려 등으로 일선 병원의 거부감은 여전히 높아 체계 전환의 진척은 더딘 상황이다.

이처럼 의료진의 고갈된 체력과 잦은 이탈 속 맞이하게 되는 위중증 환자·사망자 수의 정점일 만큼 대응 역량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하루 사망자가 최소 500명에서 많게는 1천 명대까지, 위중증 환자는 2500~2700명까지도 나올 수 있는 전망이다.

유행 규모를 줄이거나 의료 인력을 확충할 수 있는 방안도 당장에는 사실상 불가능해 말 그대로 버틸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말이다. 이에 더해 신규 확진이 정점을 넘어서도 감소 폭이 크지 않은 채 수십 만명대에 한동안 머물 가능성이 높은 점도 고민을 더욱 깊어지게 하고 있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이미 그만둘 사람은 그만 뒀고 남은 의료진들이 말 그대로 책임감으로 버티고 있다"며 "(우리나라는) 정점이 미국이나 덴마크 등처럼 최고치를 찍고 바로 떨어지지는 않을 것 같고 이게 진짜 문제다. 당분간 고통스럽게 중증 환자와 사망자 수가 늘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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