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형 지정헌혈 부탁드려요"…코로나 장기화에 '피 마른다'
"O형 지정헌혈 부탁드려요"…코로나 장기화에 '피 마른다'
  • 뉴시스
  • 승인 2022.04.01 07:5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최근 SNS, 지정 헌혈 앱에 요청글 잇따라 게재돼
혈액 보유량 3.1일분…적정 보유량 한참 못 미쳐
오미크론 이후 특히 심각…단체 헌혈조차 취소돼
"헌혈자 참여만이 혈액수급 위기 유일한 해결책"
추상철 기자 = 코로나19 확산세로 혈액 부족 현상이 이어지고 있는 지난 2월28일 경기 화성시의 한 헌혈의 집 건물 앞에 '혈액 절대 부족'으로 헌혈 참여를 독려하는 안내문이 부착돼 있다.

이소현 기자 = #얼마 전 A씨는 항암 치료를 받는 아버지가 수혈이 필요한 상황인데도 받지 못해 주변에 긴급히 도움을 요청했다. 코로나19로 혈액 수급이 안 되고 있어 병원으로부터 지정헌혈을 통해 피를 구해오라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다. A씨가 직접 헌혈에 나서기도 했다. 가족간 지정헌혈은 불가능하기에 자신의 피를 아버지의 피와 동일한 사람의 것으로 교환하는 방식을 택했다. 그는 "O형 피가 비교적 흔하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며 "다행히 몇몇 분들의 도움을 받아 급한 불을 껐다. 정말 고맙고 감사하다"고 전했다.

최근 지정 헌혈을 부탁하는 글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지정 헌혈 앱에 잇달아 게재되고 있다. 코로나19로 헌혈 부족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혈액 수급에 비상등이 켜진 것이다. 이에 환자의 가족과 지인이 직접 헌혈자를 찾아 나서고 있다.

1일 대한적십자사 혈액관리본부에 따르면 전날(31일) 혈액보유량은 3.1일분으로 나타났다. 연초 7.6일분이던 혈액보유량은 절반 이상 감소해 현재 적정 보유량인 5일분에도 한참 못 미치는 상황이다. B형을 제외한 O형(2.6일분), A형(2.9일분), AB형(2.8일분) 혈액보유량은 3일분이 채 안 된다. 재고가 3일분 미만이면 혈액수급위기단계상 '주의' 단계로 분류된다.

혈액 부족 사태의 가장 큰 원인으로는 오미크론 변이 확산이 꼽힌다. 올해 1~3월 헌혈자 수는 51만6783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8만명 가량 감소했다. 오미크론 변이의 전파력을 우려한 외출 감소로 헌혈의집 방문자 자체가 줄어든 데다 코로나19 완치자는 격리해제 이후 4주 동안 헌혈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격리 기간까지 더하면 5주 동안 사실상 헌혈이 불가하다.

단체 헌혈을 취소하는 경우도 늘었다. 혈액관리본부가 발표한 3월1~30일 단체헌혈 건수는 3만9459건으로, 오미크론 우세종화 이전인 지난해 3월1~31일(6만96건) 대비 2만637건 줄었다.

같은 시기 온오프라인 상에서는 이른바 '헌혈 괴담'이 퍼졌다. '코로나 백신 접종자가 헌혈한 혈액은 별도 관리된다', '백신 접종자의 피를 수혈하면 안 된다', '헌혈을 하면 코로나에 감염된다' 등이다.

이에 혈액관리본부는 "헌혈부터 수혈까지 과정에서 백신 접종자와 미접종자의 혈액을 관리하는 절차는 동일하다"며 "별도로 구분해 관리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또한 "코로나는 혈액 매개 감염병이 아니고 따라서 헌혈과는 직접적인 관계가 없다"며 "혈액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위기 상황인 만큼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퍼트리는 일은 자제해 달라"고 당부했다.

한편, 혈액 부족 사태가 위기 상황임을 인지하고 헌혈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이들도 있다.

향후 3년간 100회를 목표로 2~3주마다 혈소판 헌혈을 한다는 김모(24)씨는 "비상 시기엔 그나마 건강한 사람이 헌혈을 해야한다고 생각한다"며 "헌혈을 하고 나면 다른 누군가에게 도움이 된다는 생각에 마음이 편해진다"고 전했다.

현재 전국 헌혈의집은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혈액관리본부 관계자는 "혈액수급 위기의 유일한 해결책은 헌혈자들의 참여"라며 "혈액 부족으로 환자의 생명이 위협 받지 않도록 적극적으로 참여해 달라"고 촉구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