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등돌린 러시아 올림피언 "러 선수들은 선전 도구"
푸틴 등돌린 러시아 올림피언 "러 선수들은 선전 도구"
  • 뉴시스
  • 승인 2022.04.15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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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 소련 체제서 출생, 리우올림픽 근대5종 금메달 획득

러시아에 강한 자부심 있지만 우크라이나 침공은 반대
러시아의 알렉산더 레순이 지난 2016년 8월 21일 열린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근대5종에서 금메달을 확정지은 뒤 환호하고 있다. 2022.04.14.
러시아의 알렉산더 레순이 지난 2016년 8월 21일 열린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근대5종에서 금메달을 확정지은 뒤 환호하고 있다. 2022.04.14.

박상현 기자 = "러시아는 항상 내 마음에 소중하고 강하고 위대하다. 러시아 국기를 달고 스포츠 무대에서 경쟁한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해왔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해서는 절대 반대한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길어지고 있는 가운데 6년 전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땄던 러시아 선수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일으킨 전쟁에 반대 입장을 드러냈다.

영국 BBC는 14일(한국시간) 지난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근대5종 금메달을 땄던 알렉산더 레순이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해 명확한 반대 입장을 드러내며 러시아 대표선수에서 은퇴한 사실을 전했다.

레순은 소련이 붕괴되기 전인 1988년에 태어났다. 1990년데 벨라루스에서 성장한 레순은 올림픽 챔피언이 되는 꿈을 꿨고 결국 2009년 러시아 근대5종 대표에 선발됐다. 이후 레순은 세계 근대5종 선수권에서 금메달 4개와 은메달 6개, 동메달 3개를 획득했으며 유럽선수권에서도 금메달 5개, 은메달 2개, 동메달 1개를 따냈다. 리우올림픽에서는 당시 올림픽 신기록을 세우며 파블로 티모시첸코(우크라이나)와 이스마엘 에르난데스(멕시코)를 제치고 금메달을 획득했다.

러시아 국기를 자신의 유니폼에 달고 세계 대회에서 경쟁하는 것에 자부심을 갖고 있던 레순은 지난 2월 러시아 대표의 일원으로 출전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푸틴 대통령에 대한 강한 반감이 작용했던 것도 사실이다.

레순은 BBC와 인터뷰에서 "은퇴한지 이틀만에 우크라이나 침공이 시작됐다. 너무나 충격받아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다시는 세상이 예전 같이 않을 것이라고 느꼈다"며 "러시아 내부 상황이 극도로 심각해지고 있다. 전쟁 반대 시위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예전에는 15일 구금에 그쳤지만 지금은 최대 3년 징역, 다른 종류의 시위에 대해서는 15년까지 징역형을 받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레순은 러시아 스포츠 선수의 현재 상황에 대해서도 비통함을 전했다. 스포츠와 전혀 관계없는 일을 시작했다는 레순은 "현재 러시아의 스포츠선수들은 도구에 불과하다. 러시아 정부의 선전 도구에 지나지 않는다"며 "그러나 아무도 자신의 행동이 다른 사람들의 인생에 미칠 수 있는 영향에 대해 생각하지 않는다. 러시아 선수 그 누구도 자신의 행동 하나하나가 소년과 소녀, 남성과 여성, 노인의 죽음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또 레순은 "러시아 선수들이 지금 상황에 아무런 영향을 할 수 없어 유감"이라며 "지금 러시아의 많은 사람들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조차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안타까워 했다.

레순의 말대로 현재 러시아 선수들이 푸틴 대통령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해 반대 입장을 명확하게 드러내지는 못하고 있다.

테니스 선수 다닐 메드베데프와 안드레이 루블레프가 전쟁 반대와 평화를 요구하기는 했지만 이는 러시아 정부가 전쟁에 대해 반대하는 입장을 나타낼 경우 최대 15년의 징역형에 처할 수 있다는 법 개정 이저의 일이었다. 법이 개정된 이후에는 대부분 스포츠 선수들이 침묵을 지키고 있다.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해 반대 입장을 갖고 있다고 하더라도 자신이 러시아 법에 의거해 처벌받을 수 있음은 물론 가족 구성원에 대한 보복까지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러시아의 통제식 스포츠 선수 육성 때문에 오히려 친정부 성향을 갖는 경우가 많다. 러시아 선수들이 폐쇄된 스포츠 훈련센터에서 훈련을 받고 있으며 이는 권위적인 생각을 갖고 있는 지도자들에 의해 진행되고 있다.

실제로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 3개의 금메달을 따냈던 알렉산드르 볼슈노프는 지난달 국제스키연맹의 러시아 선수 출전 금지 결정에 대해 "스포츠는 평화에 관한 것이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이는 러시아 징계에 대한 반대였지, 전쟁 반대는 아니었다. 볼슈노프를 비롯한 수많은 스포츠 선수들은 지난달 러시아 모스크바 루즈니키 스타디움에서 열린 크림반도 병합 축하집회에 참석하며 친정부 성향을 여과없이 드러냈다.

이에 대해 BBC는 "수많은 러시아 선수,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냈던 챔피언들이 크림반도 병합 축하집회에 참석한 것은 러시아 선저의 힘과 일부 선수들의 생명과 재산을 지배하는 러시아의 힘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올림픽에서 성공은 고급 자동차와 상금, 아파트와 같은 보너스를 의미한다. 이들은 집회에 참석하는 것이 러시아 정부와 흥정의 일부였다고 생각하고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BBC는 "어린 시절부터 폐쇄된 공간에서 권위주의적인 지도자 아래에서 훈련을 받다보니 사소한 결정을 내리는데도 다른 사람에게 의존하게 된다"며 "이런 선수들은 국제 스포츠계들이 러시아에 대해 징계를 내릴 때 러시아 정부의 입장을 대변하게 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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