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화 앞둔 검수완박…"줄사퇴시 '수사 노하우' 단절 우려"
현실화 앞둔 검수완박…"줄사퇴시 '수사 노하우' 단절 우려"
  • 뉴시스
  • 승인 2022.04.23 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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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장 이어 고검장도 총사퇴…사상 초유
지검장 사직 미뤄도…검란 우려 목소리
줄사퇴 시 노하우 이전에 문제 불가피
고범준 기자 = 박병석 국회의장(가운데)과 더불어민주당 박홍근(왼쪽),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가 지난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 관련 국회의장 중재안에 합의한 뒤 발표하고 있다

김진아 기자 = 여야가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중재안을 수용하기로 하면서 검찰수장과 간부급 총사퇴 등 검찰 내 반발 기류가 확산하는 분위기다.

일선 지검장들은 사직은 때가 아니라며 추이를 살피겠다는 분위기지만, 법안 강행으로 집단 사표가 속출할 경우 검찰의 수사 노하우가 이양되지 못하고 공중분해할 것이란 우려도 잇따른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전날(22일) 오전 박병석 국회의장이 검수완박 중재안을 발표하고 이후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모두 받아들이기로 하면서 검찰 내 간부급의 사의 표명이 잇따랐다.

박 의장이 내놓은 중재안은 현재 검찰이 직접 수사할 수 있는 6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 중 부배와 경제범죄만 수사가 가능한 대상으로 남겨두되, 추후 다른 수사기관에 이관하는 등 단계적으로 검찰의 직접 수사권을 폐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를 두고 검찰은 민주당이 발의한 형사소송법·검찰청법과 다를 것이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그동안 검찰이 검수완박을 저지하기 위해 형사사법 제도개혁을 위한 특별위원회 구성, 검찰의 공정·중립성 강화위원회 설치, 수사 공정성과 인권 보호를 위한 특별법 제정 등 자체 개선 방안을 내놨음에도 정치권에서 사실상 검수완박을 강행하겠다는 의지를 밝히자 내부 반발은 심화하는 모습이다.

대검은 공식적으로 중재안에 반대 의사를 밝히며 "사실상 기존 검수완박 법안의 시행시기만 잠시 유예하는 것에 불과하다"며 "중재안 역시 형사사법체계의 중대한 변화를 가져오는 것임에도 국회 특별위원회 등에서 유관기관이 모여 제대로 논의 한번 하지 못한 채 목표시한을 정해놓고 추진되는 심각한 절차상 문제가 있다"고 했다.

검찰의 반발 기류는 검찰 수뇌부의 사의 표명으로 본격화하는 모습이다.

김오수 검찰총장은 전날 오후 여야가 중재안을 수용하자 사직서를 제출했다. 검찰수장의 사의 표명 이후 고검장들도 사퇴 행렬에 동참했다.

박성진 대검찰청 차장검사를 포함해 이성윤 서울고검장, 김관정 수원고검장, 여환섭 대전고검장, 권순범 대구고검장, 조재연 부산고검장, 조종태 광주고검장 등도 대검찰청에 일괄 사표를 제출했다. 전국 고검장 일괄 사표는 사상 초유의 일이다.

이 같은 움직임에 지검장들의 거취 표명에도 관심이 쏠렸으나 지검장들은 "중재안의 문제점을 지적해 알리겠다. 사직 여부는 아직 때가 아니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향후 법안의 국회 본회의 통과까지 추이를 살펴 '설득'에 나서겠다는 취지로 읽히지만, 법조계 안팎에서는 검찰의 조직적 사퇴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전국 평검사들이 모인 평검사대표회의는 지난 22일 "중재안은 기존 '검수완박' 법안의 본질적인 문제점을 해결하지 않고, 그 시행시기를 '유예'하는 것에 불과하다"고 했다. 같은 날 서울중앙지검 간부 일동도 "중재안이 배제하려는 공직자범죄 등은 검찰의 전문 수사 역량이 발휘되는 대표적 분야"라며 "국회를 중심으로 각계각층의 의견수렴과 논의를 거쳐 합리적인 방안이 마련되길 바란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검찰 내 조직적 사퇴가 현실화될 경우 검찰이 축적해온 수사 노하우를 다른 수사기관에 이전하는 데 문제가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검란(檢亂)보다도 우려스러운 것은 검찰의 집단사표가 나온다면 노하우 이전에 대한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며 "이미 검찰 내에서 사표를 쓰고 나간 사람이 적지 않은 상황에서 몇 개월의 유예가 있다고 해서 무엇을 하겠나"고 말했다.

장 교수는 "그런 시기에 단순하게 권한을 잘라 넘기는 것이 아닌 수사 노하우 들이 단절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노하우 이전이라는 것은 실제 수사 경험이 필요하고, 수사를 통해 익혀야 하는데 이에 대한 것들이 단절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호선 국민대 법학과 교수도 수사 역량과 검찰 사건 이첩에 문제가 발생할 것이란 데 뜻을 같이했다.

그는 "검찰의 사기가 떨어질 대로 떨어져 (사건을) 넘기는 과정까지 효과적으로 인수될지는 의문"이라며 "이는 (수사권을)이어받는 어떤 조직에서든지 전임자의 조언을 귀담아듣지 않기에 변화는 불가피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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