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범죄 檢수사권 유예는 '미봉책'...공소시효 연장 논의는 외면
선거범죄 檢수사권 유예는 '미봉책'...공소시효 연장 논의는 외면
  • 뉴시스
  • 승인 2022.04.27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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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범죄, 檢 수사권 연말까지 유예키로 했지만
6개월 공소시효, 수사기간 부족…사건 공백 우려
"표적될라 정치권이 공소시효 연장 외면" 비판도
 김선웅 기자 = 박병석 국회의장이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국회의장 주재로 열린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 처리를 위한 본회의 상정 여부를 논의하기 위한 양당 원내대표 회동에서 관계자와 대화를 하고 있다.

 김진아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을 단독 처리하며 당초 중재안과 달리 선거범죄에 대한 검찰 수사권을 연말까지 유보하기로 했지만, 법조계 안팎의 비판은 계속되고 있다.

선거범죄의 특수성을 감안하면 실제 수사를 진행할 수 있는 기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에서, 잠재적 수사 대상인 정치권이 선거범죄의 공소시효 연장 방안은 외면한 채 미봉책만을 내놓고 있다는 지적이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전날 민주당이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단독 의결한 검수완박 법안을 두고 비판이 쇄도하고 있다.

여기에는 검찰이 직접 수사권을 가진 6대 범죄 가운데 부패·경제범죄를 제외한 4대 범죄(선거·공직자·방위산업·대형참사)에 대한 검찰 수사권을 폐지하는 내용이 담겼다.

특히 선거사건에 대해서는 원안과 달리 12월31일까지 검찰의 직접 수사권을 남겨두기로 했다. 당초 박병석 국회의장이 제시했던 중재안에는 선거사건의 수사권의 경우 법안이 시행되는 날로부터 4개월 이내인 9월께 폐지한다는 내용이 담겼었다.

그러나 당장 6월1일 치러지는 지방선거와 관련한 선거범죄 수사에 차질이 빚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뒤따르자 정의당의 제안을 받아들여 수사권 유예 기한을 늘리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이다.

정치권의 이 같은 설명에 법조계 안팎의 비판은 거세다.

일차적으로 선거범죄의 경우 선거 직후보다는 관계자들의 논공행상(論功行賞)이 끝난 이후부터 본격적으로 고발이 쇄도하는 점을 감안하면 수사 가능한 기간이 극도로 짧다는 것이다.

송강 청주지검 검사는 이날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선거범죄를 올해 말까지 검찰이 수사하도록 경과 규정을 뒀는데, 이를 두고 마치 지방선거 사건에 대해서 혼란 없이 검찰이 수사할 수 있게 된 것인 양 호도하고 있다"고 일갈했다.

송 검사는 "선거법에서 금지하는 금품이나 직 제공은 선거일 후 발생하는 경우가 많아 지방선거 관련 내년 1월 금품이나 직이 제공된다면 공소시효는 내년 7월까지 연장되는 것"이라며 "법안이 본회의를 통과한다면 선거사범들은 내년 1월 이후 금품 또는 직 제공을 할 것이고 사건 수사는 공백으로 남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동준 기자 = 박성진 대검찰청 차장검사가 27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기자실에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한 '검수완박' 법안에 대해 브리핑을 마치고 이동하고 있다.

그는 뉴시스와의 통화에서 6개월에 불과한 선거범죄의 공소시효를 감안하면 검찰의 직접수사는 골든타임을 지키기 위해 불가피한 측면이었다는 점도 강조했다.

통상 선거가 끝난 이후 2~3개월이 지난 시점에서 선거사범에 대한 제보가 접수되고, 이 경우 실제 수사 가능한 기간은 3개월 남짓에 불과해 수사권 조정 과정에서 검찰의 직접 수사가 이뤄질 수밖에 없었다는 설명이다.

송 검사는 "공소시효가 6개월이라고 하지만 선거관리위원회에 제보가 들어가고 남은 시효를 고려하면 한 두 달에 불과하다"며 "골든타임이 있기 때문에 직접 수사를 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라고 강조했다.

검찰의 수사권을 넘겨받을 경찰 등 기타 수사기관의 역량 제고를 위해서라도 공소시효를 연장하는 방안이 필요하지만, 수사 표적이 될 수 있는 정치권이 이를 회피하고 있다는 비판도 있다. 지난 2011년에도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매수죄에 한해 선거범죄의 공소시효를 2년으로 늘리자는 의견을 국회에 제출했지만 관련 논의는 무산됐다.

법조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선거범죄 공소시효는 6개월로 이례적으로 짧은 편에 속한다. 선거가 무효로 판정될 경우 이에 따른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한 취지로 읽히지만, 해외의 사례를 참고해 공소시효를 늘릴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현재 독일은 선거범죄 공소시효를 형법상 일반범죄와 동일한 3년 또는 5년으로 규정하고 있다. 우리가 법안을 본떠온 일본 역시 1962년을 기점으로 단기 공소시효 제도를 폐지하고 일반범죄와 동일하게 형사소송법상 공소시효를 규정하고 있다.

이찬희 전 대한변호사협회장은 "선거범죄의 특수성을 감안해 공소시효를 짧게 해놓은 것은 이해하지만, 너무 짧을 경우 수사조차 못하고 (사건이) 끝나게 된다"며 "집중적으로 수사하고 빨리 끝내라는 것이 취지인데 현재 분위기로 보면 (검찰과 경찰 간) 수사를 어디서 할지조차 안정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대검찰청 측도 "수사할 시간은 부족하고 시효는 짧은데 경찰로 (사건을) 보내게 되면 민생사건 (수사가) 더뎌지는 반면 선거사건은 폭증할 것"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송 검사도 "지금과 같은 공소시효로는 보완수사를 요구할 시간조차 없다"며 "결국 부실수사로 인해 기소도 못하게 되는 상황이 올 것"이라고 했다.

지방 검찰청의 한 부장검사는 "6월 지방선거뿐만 아니라 2년 후 총선은 어떻게 할 것인가. 경찰이 수사를 해봐야 역량도 쌓이는데 바로 다음 선거가 총선"이라며 "검찰의 직접 수사권을 남겨놓지 않겠다면 공소시효를 늘리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박병석 국회의장은 이날 오후 5시 국회 본의를 열고 검찰청법·형사소송법 일부 개정안을 안건으로 상정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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