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신짝 '농구 태극마크' 사령탑
헌신짝 '농구 태극마크' 사령탑
  • 뉴시스
  • 승인 2022.05.02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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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상현 남자 국가대표 감독, 아시안게임 4개월여 앞두고 LG 사령탑으로 이동
1년 못 채우고 떠나…무책임 지적
'열악한 처우·FIBA 징계로 공백 불가피한 상황' 이해된다는 평가도
홍효식 기자 = 17일 오후 필리핀 앙헬레스에서 열린 2021 FIBA 아시아컵 예선 대한민국 대 인도네시아의 경기, 조상현 감독이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사진=대한민국농구협회 제공) 2021.06.17.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홍효식 기자 = 17일 오후 필리핀 앙헬레스에서 열린 2021 FIBA 아시아컵 예선 대한민국 대 인도네시아의 경기, 조상현 감독이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사진=대한민국농구협회 제공) 2021.06.17.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박지혁 기자 = 조상현(46) 농구 국가대표팀 감독이 창원 LG 사령탑으로 이동했다.

LG는 지난달 29일 제9대 사령탑으로 조 감독을 선임했다. 국가대표 감독 계약 만료가 1년 남았지만 대한민국농구협회와 협의 끝에 계약을 정리하고, LG에 새롭게 둥지를 텄다.

국가대표 전임 감독이 재임 기간 중 프로 사령탑으로 이동한 건 2009년 김남기 감독 이후 처음이다.

지난해 5월 부임했으니 1년을 채우지 못했다.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을 4개월여 앞둔 상황에서 대표팀 수장이 돌연 떠난 것에 무책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예비엔트리 구성까지 대략 마친 상황이었다.

협회는 "7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리는 2022 국제농구연맹(FIBA) 아시아컵과 9월 항저우 아시안게임을 대비해 국가대표팀 감독과 코치를 선임할 것"이라며 긴급하게 공고를 냈다.

표면적으로 보면 무책임한 감독과 이기적인 프로 구단, 힘없는 협회의 '조화'로 볼 수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불가피한 선택이었을 것이라고 이해하는 목소리가 적잖다.

우선 아시안게임 이후 조 감독의 입지가 애매해지는 면이 있다.

남자대표팀은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지난 2월 2023 월드컵 예선에 불참하면서 FIBA로부터 대회 실격 처리됐다. 이로 인해 아시안게임이 끝나면 국가대표팀은 개점휴업 상태가 된다. 일정이 없다.

협회와 조 감독은 아시안게임 이후 대표팀 운영 방향에 대해 함께 고민했지만 끝내 뚜렷한 답을 찾지 못했다.

한 농구인은 "아시안게임만을 위해 지도자 커리어를 걸기에는 열악한 게 현실이다. 누가 이런 상황에서 프로 구단의 감독 제안을 거절할 수 있겠느냐"며 "조 감독이 어려운 결정을 했을 것이다"고 했다.

프로농구의 코로나19 확산으로 대표팀 운영에 지장을 초래한 KBL이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대목이다. 협회의 플랜B 부재에 대한 아쉬움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또 열악한 처우는 개선할 점으로 지적받는다. 프로팀 감독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조건에서 지휘봉을 잡기 때문에 제안을 외면하기 힘든 구조다.

태극마크의 사명감, 국가대표를 이끈다는 자부심으로 포장하지만 제대로 된 대우가 이뤄지고 있는지 짚어볼 필요가 있다.

협회 고위 인사는 조 감독과 인사를 나누며 상의의 국가대표 후원사 'KB국민은행'의 로고를 보고 "KB국민은행 감독님이시냐?"라고 묻기도 했다. 감독의 얼굴도 모르는 곳에서 사명감과 자부심, 책임감을 가질 수 있을까.

새롭게 지휘봉을 잡을 후임 국가대표 감독의 계약 기간은 항저우 아시안게임 종료일까지다. '4개월 단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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