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안희욱, 농구 스킬 내 손 안에 있소이다···1세대 힙후퍼
[인터뷰]안희욱, 농구 스킬 내 손 안에 있소이다···1세대 힙후퍼
  • 뉴시스
  • 승인 2019.03.05 09:4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000년대 초 화려한 드리블로 스포트라이트
스킬 트레이너 전업 후 유만주 50여명 육성
"언젠가는 스포츠 매니지먼트 회사 운영하고파"

안희욱(35·스킬트레인) 대표는 한국 농구계를 대표하는 '비디오 스타'다.  

 2000년대 초반 길거리 농구대회에서 이상민(삼성 감독), 문경은(SK 감독) 등 당시 프로농구를 주름잡던 선수들을 상대로 화려한 드리블을 하는 영상으로 큰 인기를 누렸다. 미국 프로농구(NBA) 선수를 연상시키는 짧은 머리에 펑퍼짐한 유니폼, 프로농구 선수마저 농락하는 드리블···. 그를 상대한 문 감독이 "얘, 대체 뭐냐"는 한 마디를 남길 정도였다.  

서울 신대방역에 있는 '스킬트레인'에서 만난 안 대표는 "당시 창원시 대표로 서울에서 열린 힙훕(길거리 농구) 대회에 나갔다. 본 대회에선 정작 탈락해서 갑작스레 쉬게 됐다. (웃음) 그런데 현장에 있던 전주 KCC 관계자가 '이상민과 1대 1 한 번 붙어봐라'고 제안했다. 이 감독님은 안 한다고 했지만 옆에서 보던 문 감독님이 '그럼 내가 할게'라고 하셔서 붙게 된 것"이라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지금 봐도 '이 기술은 대체 어떻게 했지' 놀랍기도 하다"는 그는 "함께 올라갔던 창원 LG 프런트 분들이 (대결을) 비디오로 촬영을 해주셨다. 후에 비디오를 받았는데 그걸 인터넷에 올리면서 시작됐다"고 전했다. 

처음부터 드리블이 뛰어났던 것은 아니다. NBA 스타 마이클 조던을 보고 농구공을 잡았지만 동네 형들과 1대 1 승부에선 패배의 연속이었다. 그러나 좌절하지 않고 끊임없이 드리블을 갈고 닦았다. "형들에게 지고 싶지 않아서 정말 죽어라 연습했다. 그러다보니 어느날부터는 이기더라. 그때부터 재밌어졌다"고 한다. 

부산에서 입소문을 타던 그는 인터넷을 통해 전국구 스타가 됐다. 화려한 드리블을 위주로 한 힙훕 동아리를 만들어 각급 무대와 프로농구 하프타임 쇼에 출연하며 재능을 발휘했다. 유명 용품업체의 후원을 받았고 뉴스에 출연하며 '힙후퍼 안희욱'으로 유명해졌다.  

하지만 현실과 맞물리며 농구와 자연스레 멀어졌다. 군에서 전역한 후 대형 통신사 자회사에서 영상 편집 프로듀서로 일했다. 안 대표는 "군대에 가기 전엔 내가 월급을 받는다는 걸 상상도 못했다"면서 "부모님이 친구들과 이야기하실때 아들이 뭐하는 사람인지 말을 못 할 것 같았다. 그러던 도중 모집 공고를 봤다. 내가 찍고 편집한 농구 스킬 비디오를 제출했더니 덜컥 합격해 출근했다"며 즐거워했다.

'넥타이 부대' 생활은 얼마 가지 못했다. 두 달 정도 일했을 때 만난 래퍼 킹콩이 자극제였다. 안 대표는 "킹콩 형과 친분이 있어 작업실에 놀러갔다. 형도 회사에서 퇴사하고 음악을 만들고 있었는데 그 모습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자신이 만든 곡을 들려주면서 '희욱아, 나 지금 너무 행복하다'면서 웃더라. 그걸 보고 나도 농구공을 다시 잡아야겠다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1주 만에 퇴사를 결정한 그는 농구선수들의 기술향상을 돕는 스킬 트레이너를 새로운 직업으로 정했다. 한국에서는 생소하지만 미국에서 스킬 트레이너는 오래 전 뿌리내린 전문직이다. 마침 가장 잘할 수 있는 것도 농구 스킬에서 가장 중요한 '드리블'이었다. 그는 tvN 직업 창조 프로그램 '크리에이티브 코리아'에 출연해 톱5에 드는 성과를 거뒀다.  
순위에서 밀리며 지원금은 아쉽게 놓쳤지만 중요한 전환점이 됐다. 안 대표는 "이때를 계기로 스킬트레이너로 나설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보라매공원 근처 카페에서 이 공간의 이름을 짓고 마땅한 장소를 보러 신대방 일대를 돌아다녔다"고 한다. 마침 가죽장갑을 보관하던 지하 창고가 눈에 들어왔다. "습기가 없으니 가죽을 보관할 것이고 그렇다면 여름에 실내에서 농구를 해도 괜찮을 것"이라고 생각해 정한 공간이 바로 신대방의 '스킬트레인'이다.  

 2014년 문을 연 스킬트레인을 거쳐간 선수들은 50명이 넘는다. 호주 NBA 캠프에 참가하고 있는 장신 유망주 이현중(삼일상고)도 그의 '식구'다. 이현중의 아버지는 이윤환 삼일상고 감독, 어머니는 1984 로스앤젤레스 올림픽 여자 농구 은메달리스트인 성정아씨다. 그럼에도 이들은 '비선수 출신' 안희욱에게 아들의 스킬 향상을 맡겼다. 

안 대표는 "나는 선수들에게 절대 이렇게 하라고 지시하지 않는다. 나는 선수 출신이 아니다. 이미 선수들은 팀에서 감독님의 지시를 받고 있다. 내가 이래라 저래라 지시할 부분은 아니다"면서도 "내가 분석한 영상들을 보고 선수들이 본인의 장단점을 확실히 파악해야한다. 체득이 되어야만 다음 스텝으로 넘어갈 수 있다"는 지도 철학을 분명히 했다.  

 선수들이 자신의 스킬을 확인할 수 있도록 스킬트레인 기술을 연마하는 과정을 모두 찍는다. 또 전국 각지에서 열리는 대회를 돌아다니면서 자신이 지도하는 선수들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는다. "영상 회사에 다닌 경험을 살리고 있다"고 눙친 그는 "아버지 환갑 잔치가 겹쳤을 때 빼고는 모든 대회에 갔다. 이제는 2~3분이면 선수들의 하이라이트 필름을 만들 수 있을 정도"라고 말했다.  
최근에는 이렇게 찍은 영상과 드리블 노하우를 네이버 TV '스킬 트레인' 채널에 업로드하고 있다. 일종의 '스킬트레인 아카이브'를 구축하고 있는 셈이다. 구독자도 2400명에 이른다.  

 "선수들이 직접 자신들의 영상을 오랜 기간 볼 수 있도록 하고 싶었다"면서 "트레이닝은 결국 실전에서 나올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멋진 스킬이 나왔을 때의 희열이 있다. 이 영상에서 만큼은 선수들이 주인공이자 아이돌처럼 느끼게 해주고 싶다"는 마음이다.  

인터뷰 도중에도 쉴 새 없이 핸드폰이 울렸다. 2017년 경남 삼천포에 개장한 '스킬 트레인' 2호점에서 기술을 연마하는 선수들이 보내는 '숙제 영상'들이다. 선수들의 영상을 확인하는 그의 얼굴에 미소가 피었다 

안 대표는 "어떤 사람들은 '이게 돈이 되느냐'고 묻기도 하지만 나는 이 일이 정말 좋고 또 미쳐있다"면서 "나에게 기술을 배웠는지, 배우지 않았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어쨌든 스킬 트레이닝이라는 것이 한국 농구에 퍼지고 있는 것만으로 뿌듯하다"고 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새로운 도전도 준비하고 있다. 선수 육성부터 프로선수가 된 이후의 체계적인 관리 등을 하는 스포츠 매니지먼트사를 꾸리는 것이다. 아직 구체화 하지는 않았지만 YG엔터테인먼트, JYP엔터테인먼트 등 국내외 연예 사업을 이끄는 회사들을 롤모델로 삼고 있다.  

안 대표는 "영상들을 활용해 농구 유망주들을 어렸을 때부터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육성하고 싶다"면서 "제자들이 프로 무대에 데뷔한다면 과거의 영상들을 보여주며 함께 웃고 싶은 마음이 크다"며 각오를 다졌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