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간 칸에서 셋, 아카데미서 넷…CJ ENM과 이미경의 힘
3년 간 칸에서 셋, 아카데미서 넷…CJ ENM과 이미경의 힘
  • 뉴시스
  • 승인 2022.05.30 09:2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헤어질 결심·브로커 모두 CJ ENM 투자·배급
황금종려·아카데미 4관왕 '기생충' CJ ENM
'영화광' 이미경 CJ그룹 부회장 전폭 지원해
박찬욱 감독 이 부회장 언급하며 감사 인사

손정빈 기자 = 박찬욱 감독은 영화 '헤어질 결심'으로 올해 칸국제영화제 감독상을 받았다. 배우 송강호는 영화 '브로커'로 남우주연상을 차지했다. 3년 전 봉준호 감독에게 칸 황금종려상을 안긴 영화는 '기생충'이었다. 한국영화가 칸에서 들어올린 트로피 3개는 모두 다른 영화에서 나왔다. 하지만 이 3편의 영화에는 공통점이 있다. CJ ENM이 투자·배급을 맡았다는 점이다.

CJ ENM이 최근 3년 간 수집한 주요 성과는 이렇게 요약된다. 칸에서 황금종려상·감독상·남우주연상,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감독·각본·국제장편영화상이다. 칸영화제는 전 세계 최고 영화제로 불리고, 아카데미 시상식은 전 세계 영화인이 꿈꾸는 무대다. 이 두 곳에서 최근 3년 간 7개 상을 휩쓴 투자·배급사는 CJ ENM이 유일하다. 국내 영화 제작사 관계자는 "최근 3년만 놓고 봤을 때 전 세계를 통틀어 독보적인 성과"라고 했다.

한 때 일부 영화인은 CJ그룹이 한국 영화계를 망치고 있다고 여겼다. 극장과 제작 부문을 모두 장악하고 한국영화를 돈벌이 도구로 활용해 천편일률적인 영화를 만들어낸다는 게 이유였다. 하지만 더 이상 이런 말은 할 수 없게 됐다. 흥행을 목적으로 한 영화에 투자하는 것과 동시에 '헤어질 결심' '브로커' '기생충'과 같은 성과를 냈기 때문이다.
 

미국 연예 매체 버라이어티 표지에 나온 이미경 CJ그룹 부회장. *재판매 및 DB 금지
미국 연예 매체 버라이어티 표지에 나온 이미경 CJ그룹 부회장. *재판매 및 DB 금지

이 중심에는 이미경 CJ그룹 부회장이 있다. CJ그룹 내에서 엔터테인먼트 부문을 총괄하고 있는 이 부회장은 이 3편의 영화에 모두 제작총괄로 이름을 올렸다. 영화 마니아로 알려진 이 부회장은 가능성 있는 한국영화에 전폭적인 지원을 하고 있다. 박찬욱 감독이 수상 소감을 말하면서 이 부회장을 콕 집어 감사 인사를 한 건 그가 박 감독이 원하는대로 영화를 찍을 수 있게 물심양면으로 도왔다는 걸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이 부회장은 2019년 칸영화제와 2020년 아카데미 시상식, 올해 칸영화제에도 참석해 세계 영화계 관계자들과 만나며 한국영화에 힘을 실어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3일 '헤어질 결심' 상영회 땐 영화가 끝나자 관객과 함께 기립박수를 치며 박 감독에게 축하 인사를 하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히기도 했다.

해외 언론도 이 부회장의 이런 행보를 주목하고 있다. 올해 초 미국 연예 매체 버라이어티는 이 부회장을 '올해의 미디어우먼'으로 꼽고 "한국 대중문화의 폭발적인 성장은 이 부회장의 노력이 없었다면 불가능했다"고 평했다. 앞서 영국 BBC도 "한국 TV나 영화에서 그가 개입하지 않는 일은 거의 없다. 이 부회장은 영화 광팬으로 봉준호 감독의 다른 여러 영화를 후원하기도 했다"고 짚었다.

CJ ENM의 약진은 수익으로 이어지고 있다. '헤어질 결심'은 195개국에 판매됐고, '브로커'는 171개국에서 사갔다. 최고 기록인 '기생충'의 205개국 판매에는 다소 못 미치지만, 한국영화를 사실상 전 세계 모든 나라에서 상영하게 했다는 점에서 충분히 유의미한 성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와 함께 올해 칸에서 '헤어질 결심'과 '브로커'의 성과는 CJ그룹이 운영 중인 CGV 수익 확대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멀티플렉스 업체 관계자는 "박찬욱 감독과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워낙 팬이 많아서 어느 정도 기대를 하고 있었는데, 이번 수상으로 더 많은 관객이 찾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