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값 0.02% 하락…마포·송파, 4월 이후 하락세 뚜렷
서울 아파트값 0.02% 하락…마포·송파, 4월 이후 하락세 뚜렷
  • 김윤희 기자
  • 승인 2022.06.17 07: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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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없이 오를 것 같았던 서울 집값이 떨어지고 있다. 집값 고점 인식과 금리 인상 기조로 집을 사려는 사람들이 급감했지만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정책 등으로 집을 팔려는 사람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주요 업무 지구 접근성이 뛰어나고 정주 요건이 좋아 선호도가 높았던 서울 내 인기 지역에서도 매물이 쌓이고 있는데, 매수세가 끊긴 가운데 급매물이 일부 소진되면서 전체 시세를 끌어내리는 분위기다.

한국부동산원은 이번주(13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이 지난주보다 0.02% 떨어지며 3주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고 16일 밝혔다. 하락폭은 전주(-0.01%)보다 커졌다.

집값 고점 인식과 가파른 금리 상승 영향으로 집을 사려는 수요가 급감한 가운데 정부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를 1년 유예하기로 하면서 집을 팔려는 사람들은 늘고 있기 때문이다. 매물이 쌓이는 가운데 가장 싼값에 내놓은 급매물들이 팔려나가면서 집값이 몇 억씩 떨어지는 분위기다.

마포구와 송파구 등 서울 인기 주거지의 대단지 아파트도 이런 분위기를 피하지 못했다. 송파구는 올해 4월 말 이후 확연하게 하향세를 보이고 있고, 마포구도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매물도 늘고 있다. 아실(아파트실거래가)에 따르면 지난 5월 10일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조치 이후 서울의 아파트 매물은 5만 6568건에서 6만 3934건으로 13.0% 증가했다. 이 기간 동안 서울시에서 가장 매물이 많이 증가한 자치구는 마포구로 한 달여 사이에 매물이 17.9%(2118건→2499건) 늘었다. 해당 기간 동안 송파구 아파트 매물도 15.2%(3693건→4258건) 늘며 서울 전체 매물 증가율을 웃돌았다.

아직까지는 시세보다 수억 낮은 급매가 많지 않지만, 매수세 역시 급감하면서 가뭄에 콩 나듯 거래가 이뤄지면서 '급매'가 '시세'로 굳어지는 분위기라는 것이 현장의 목소리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서울 마포구 아현동에 위치한 3885가구 규모 대단지 아파트 '마포래미안푸르지오' 1~4단지에서 올해 이뤄진 매매는 단 8건에 불과하다. 전체 가구의 0.002%가 거래된 것으로 약 5개월 동안 거의 거래가 이뤄지지 않은 것이다. 인근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들은 거래절벽 상황 속 매물은 쌓이고 있고 최근 실거래가보다 낮은 '급매'만 드물게 문의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인근의 한 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다주택자 중과세 한시적 배제 이후 매물이 조금씩 늘어나고 있고 앞으로도 좀 더 나올 것 같다"며 "매수세가 거의 없고 드물게 저가 매물만 1~2개씩 거래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이어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배제 기간이 11개월 남았기 때문에 당장 더 가격을 조정하려는 집주인들은 없지만 집을 꼭 처분해야 하는 집주인들은 추가로 가격을 조정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인기 지역인 잠실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서울 송파구 잠실동에 위치한 5678가구 '잠실엘스'와 3696가구 '트리지움', 5563가구 '리센츠' 등 1만 5천 가구에 육박하는 해당 지역에서 올해 이뤄진 거래는 33건. 전체 가구의 0.002%가 거래된 것이다.

시장이 꽁꽁 얼어붙은 가운데 잠실 역시 '급매'만 드물게 거래되고 있다. 리센츠 전용면적 84㎡(29층) 매물은 지난달 18일 22억 5천만 원에 팔렸는데 한 달 전 최고가(17층·26억 5천만 원)보다 4억 원이 내렸다.

인근에 위치한 한 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4월에 거래된 집이 지하철역과 가까운 '로열동'인 점이 최근 거래된 집과 차이가 있지만 최근 시세가 하락한 것은 맞다"며 "잠실동 일대가 토지거래허가 구역으로 묶여 있어서 실거주 요건 등 때문에 매수자 찾기가 어려운 상황인데 매도자는 시세대로, 매도자는 실거래가보다 크게 낮은 가격을 원해서 거래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일시적 1가구 2주택자나 상속 등으로 꼭 집을 팔아야 하는 집주인들의 매물을 중심으로 가격이 계속 내려가고 있지만 매수자가 나서지는 않는 상황"이라며 "급한 집주인들이 추가로 가격을 내릴 가능성이 있다"고 귀띔했다.

시장의 관망세가 짙어진 가운데 전문가들은 앞으로 집값이 하향 안정세로 갈 것이라고 보고 있다.

명지대 부동산학과 권대중 교수은 "과거에 집이 4억~5억 원씩 할때는 1억~2억 원만 대출을 받아도 됐고, 그 정도는 매수자들이 감당가능한 금액이었지만 서울 아파트 중위 가격이 10억이 넘으면서 집을 사려면 5억~6억을 대출받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소득은 오르지 않았는데 금리인상으로 매달 갚아야 하는 금액이 높아지면 가처분 소득이 낮아지기 때문에 무주택자가 집을 마련하기 어려워지고 향후 추가 금리인상도 예상되는 상황에서 수요자는 더 줄기 때문에 집값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직방 빅데이터랩 함영진 랩장도 "집값 상승 피로감이 큰 상황이고 금리 인상과 7월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추가 규제(총 대출액 1억 이상 차주는 연간 원리금 상환액이 연소득의 40%를 넘으면 대출 불가)에 대한 수요자의 민감도를 고려할 때 주택 거래 관망세가 좀 더 지속될 것으로 판단된다"며 "경기 불황으로 전반적인 매수세가 줄며 매물 적체 현상과 평년보다 저조한 주택거래 등을 감안하면 주택 가격 약보합이 이어질 전망"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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