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거래융자 이자율 인상, 하지만 신용거래융자 잔고 늘었다
신용거래융자 이자율 인상, 하지만 신용거래융자 잔고 늘었다
  • 김윤희 기자
  • 승인 2022.08.29 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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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이은 기준금리 인상에 증권사들도 신용거래융자 이자율을 계속 올리고 있지만, 이른바 '빚투' 잔고는 오히려 늘었다.

신용거래융자 이자율은 개인 투자자들이 빚을 내 주식을 사들일 때 적용된다. 28일 금융투자협회와 증권사 등에 따르면, 미래에셋증권은 오는 29일 자로 일부 신용거래융자 이자율을 융자 기간에 따라 0.4~0.5%포인트(p) 인상한다. 지난 4월 18일 이자율을 0.9%~1.7%포인트씩 올린 지 넉 달여 만이다.

영업점 계좌의 경우 융자 기간 8~15일은 6.9%에서 7.4%로, 16~30일은 7.4%에서 7.9%로, 31~60일은 7.9%에서 8.4%로, 61~90일은 8.4%→8.9%로, 90일 초과는 8.9%에서 9.3%로 이자율이 오른다. 영업점 외 계좌는 융자기간과 관계없이 8.9%에서 9.3%로 뛴다.

KB증권은 9월 1일부터 신용거래융자(일반형) 이자율을 전 구간에 걸쳐 현재 4.6%(1~7일)~9.0%(91일 이상)에서 4.9%~9.5%로 0.3~0.5%포인트 올릴 예정이며, NH투자증권도 다음달 13일 매수 체결분부터 또다시 인상한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는 지난 25일 기준금리를 연 2.25%에서 2.50%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사상 첫 네 차례 연속 금리 인상이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금통위 결정 직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앞으로도 물가 중심의 통화정책을 펴겠다며 지속적인 금리 인상을 예고했다.

이에 따라 많은 증권사가 신용거래융자 금리 설정 때 기본금리로 활용하는 CD 91일물 금리 역시 금리 인상 사이클 시작 전인 작년 8월 0.77%에서 현재 2.92%로 뛰었다.

하지만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지난 25일 기준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19조3050억원으로 연저점을 찍었던 7월 7일(17조4946억원) 대비 10.3% 늘었다. 이달 10일부터 줄곧 19조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코로나 사태가 일어나기 전 잔고는 9조원대였지만, 이후 유동성이 풀리자 지난해 9월에는 25조원까지 불어났다. 하지만 유동성 축제가 끝나고 각국이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에 대응하기 위해 긴축에 돌입하자 증시도 얼어붙었고,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지난달 초 17조원대로 떨어지기도 했다.

인플레이션 부담이 완화되며 증시 반등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자 신용거래도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초 발표된 7월 미국 소비자물가상승률(CPI)이 지난해 같은 달 보다 8.5% 상승으로 미 월가 예상치(8.7%)를 밑돌자 시장에서는 인플레이션 고점 이탈 기대가 흘러나왔다. 코스피지수 역시 7월부터 현재까지 6.36% 상승하며 '베어마켓 랠리(하락장 속 일시 반등)'를 펼쳤다.

현재 19조원대인 잔고는 코스피 3000 돌파 직전이던 2020년 12월과 비슷한 수준이어서 상대적으로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다만 증시에 대한 낙관적인 기대와는 달리 주식시장을 둘러싼 하방 압력이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어서 주의가 필요하다.

'빚투'로 산 주식이 반대매매로 강제 처분되면 투자자 개인의 손실은 물론, 증시도 추가로 하락 압력을 받기 때문이다.

강송철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6월 시장 급락 때도 '빚투' 청산이 지수 낙폭 확대에 상당히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며 "주가 급등 과정에서 크게 늘었던 신용과 미수거래가 부메랑이 돼 돌아왔다고 봐도 될 것 같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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