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국민 호주머니 속 천원짜리 한 장의 가치도 없었다"
"검찰, 국민 호주머니 속 천원짜리 한 장의 가치도 없었다"
  • 뉴시스
  • 승인 2022.09.07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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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환섭 법무연수원장 사직글
"지난 정부에서 수사권조정안이 국회에서 손쉽게 통과됐다. 건국 후 유지돼 온 검찰 제도의 근간이 바뀌는 법안이었지만 반대하는 국민 여론은 거의 들리지 않았다. 냉소적으로 말하자면 검찰이 국민들 호주머니 속 천 원짜리 한 장의 가치도 없었다는 말도 된다"
"정치권에서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지켜 줄 것이라는 아름다운 환상을 가지지 않아야 한다. 우리 스스로 투명한 제도와 관행을 정교하게 만들어 법치주의를 지켜야 한다"
여환섭 법무연수원장 

류인선 기자 = 여환섭 법무연수원장이 사직하며 "현재 정치적 상황과 지난 경험에 비추어 보면 앞으로 닥칠 위기는 기존의 것과는 차원이 다를 수 있다. 그것은 조직의 존폐와 관련돼 있을 수 있다"고 밝혔다.

여 원장은 7일 검찰 내부방(이프로스)에 올린 '사직 인사'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여 원장은 "우리는 과거 정치권에서 논쟁이 된 사건을 최선을 다해 공정하게 처리했다고 생각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정치권의 쟁점으로 부각돼 더 심한 정쟁의 소재가 되는 모습을 자주 보았다"고 적었다.

이어 "우리는 더 이상 정치 쟁점화된 사건 속에 빠져들어 조직 전체가 휘말리지 않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치적으로 논란이 예상되는 사건에 대해서는 획기적인 투명성 확보 방안을 마련해 과감하게 실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실적인 실행방안을 제안하면, 무작위로 추첨한 시민들로 구성된 검찰시민위원회를 소집하여 수사의 착수 여부, 사건 관계인의 소환 여부, 각종 영장의 청구 여부, 기소와 불기소 여부 등 모든 단계에서 위원회의 동의를 구하고 조사 과정에도 참관하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아울러 "정치는 권력 쟁취를 목표로 하는 탐욕이 본질적 요소이고, 법치는 보편적 이성에 근거해 정치의 폭주를 막는 역할을 하므로 항시 서로 충돌하고 갈등한다. 그러므로 정치권에서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지켜 줄 것이라는 아름다운 환상을 가지지 않아야 한다. 우리 스스로 투명한 제도와 관행을 정교하게 만들어 법치주의를 지켜야 한다"고 밝혔다.

여 원장은 "지난 정부에서 수사권조정안이 국회에서 손쉽게 통과됐다. 건국 후 유지돼 온 검찰 제도의 근간이 바뀌는 법안이었지만 반대하는 국민 여론은 거의 들리지 않았다. 냉소적으로 말하자면 검찰이 국민들 호주머니 속 천 원짜리 한 장의 가치도 없었다는 말도 된다"고 했다.

또 "검찰의 변화는 독임제 관청들의 집합인 조직의 특성상 구성원 전체의 일치된 공감이 있어야 가능하다. 수뇌부 몇 명의 의지로 관철되는 것이 아니다"라며 "조직 구성원 전체가 정치적 외압에서 검찰을 지키겠다는 뜻을 확고하게 하고 투명성 확보 방안과 국민 신뢰 회복을 위한 중지를 지속적으로 모으고 실천할 때 다가오는 위기를 피할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검찰총장 후보자 명단에 올랐던 여 원장은 이원석 후보자가 지명된 후 사직 의사를 밝힌 바 있다. 함께 후보에 올랐던 김후곤 서울고검장, 이두봉 대전고검장도 전날 사직 인사를 이프로스에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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