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文에 '공산주의자', 위법 아냐"…손해배상 기각 취지 파기환송
대법 "文에 '공산주의자', 위법 아냐"…손해배상 기각 취지 파기환송
  • 뉴시스
  • 승인 2022.09.16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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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전 대통령, 고영주 전 방문진 이사장 상대 손배소
대법 "의견 내지 입장표명...명예훼손할 만한 구체적인 사실 적시라 보기 어려워"
앞서 형사사건에서도 무죄 확정
조수정 기자 = 고영주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이 지난 2020년 8월27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법으로 들어서고 있다.

류인선 기자 =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자신을 '공산주의자'라는 취지로 발언한 고영주 전 방송문회진흥회 이사장을 낸 손해배상 소송과 관련, 대법원이 고 전 이사장에게 손해배상 책임이 없다는 취지로 판단했다.

대법원 1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문 전 대통령이 고 전 이사장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6일 밝혔다.

고 전 이사장은 방문진 감사로 있던 2013년 1월 한 보수단체 신년 행사에 참석해 "문재인은 공산주의자로 대통령이 되면 우리나라가 적화되는 것은 시간문제"라며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 사람들 전부 공산주의 활동을 했다"고 말했다.

이어 "부림사건은 민주화 운동이 아니고 공산주의 운동으로 당시 변호인이었던 문 전 대통령 역시 이를 잘 알고 있었다"며 "노무현 정권의 청와대 부산 인맥은 전부 공산주의 운동을 하는 사람이라서 문 전 대통령 역시 공산주의자"라는 취지로 발언했다.

이에 문 전 대통령은 "아무 근거 없이 허위사실을 공표해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했다"며 2015년 9월 1억원을 배상하라는 이번 소송을 제기했다.

검사 출신인 고 전 이사장은 부림사건의 수사를 담당했고, 부림사건 재심 사건 공판을 담당하기도 했다. 검찰에 재직할 당시에는 공안이론가로 불린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문 전 대통령은 부림사건 재심 변호인단으로 참여한 적이 있다.

재판 과정에서 고 전 이사장 측은 "사실 적시가 아닌 의견 표명 내지 평가에 해당하기 때문에 명예훼손이 성립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1심은 "같은 입장에 있는 시민단체 회원들을 대상으로 했다는 점을 감안해도 과장된 의견 표현을 넘어 명예를 훼손하는 단정적인 표현"이라면서 인격권을 침해한 불법행위라고 보고 고 전 이사장이 문 대통령에게 30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2심은 고 전 이사장이 '문 전 대통령이 체제전복 활동을 한 범죄자를 변호하면서 그들과 동조해 공산주의 활동을 했고, 자신에 대해 불만을 가지고 노무현 정부 때 공정하지 못한 인사를 했다'는 취지로 말해 의견 표명이 아니라고 봤다.

그러면서 "고 전 이사장이 공산주의자라고 믿은 피고인들을 변호했다는 사정으로 문 전 대통령이 공산주의 활동을 한 것으로 규정한 것은 지나치게 논리를 비약시킨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손해배상액은 1000만원으로 정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고 전 이사장 발언은 자신의 경험을 통해 문 전 대통령의 사상 또는 이념에 대한 의견 내지 입장표명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문 전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할 만한 구체적인 사실의 적시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어 "고 전 이사장이 '공산주의자'라고 지칭한 것이 사유재산제도 부정, 생산수단의 사회 구성원 공유 등 공산주의 체제의 핵심적인 내용들을 주장하거나 북한의 체제 또는 주의·주장을 지지·추종하는 자를 의미하는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공적 인물인 문 전 대통령의 정치적 이념에 대한 의견교환과 논쟁을 통한 검증과정의 일환으로 보아야 하고, 이를 문 전 대통령의 사회적 평가에 대한 부정적인 측면만을 부각해 표현의 자유의 한계를 일탈했다고 평가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판시했다.

한편 고 전 이사장은 이 발언으로 기소되기도 했다. 1심은 무죄였지만 2심은 유죄로 판단해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이후 대법원은 "표현의 자유는 최대한 보장돼야 한다"고 파기환송, 무죄가 확정됐다.

대법원은 고 전 이사장의 형사사건에서 같은 취지로 판단한 바 있다. 공적 인물인 문 전 대통령에 대한 평가나 비판은 사회적 공론의 장에서 이루어져야할 부분이며 이런 표현을 불법행위로 평가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는 취지다.

논란이 된 '부림사건'은 1981년 공안당국이 독서모임을 하던 교사와 학생 등 22명을 영장 없이 체포해 불법 감금과 고문을 통해 허위자백을 받아내고 19명을 구속한 사건을 말한다. 이 사건은 영화 '변호인'의 소재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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