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IRA '뒤통수' 반응 도움 안 돼…대만 갈등 최악 시나리오 대비"(종합)
최태원 "IRA '뒤통수' 반응 도움 안 돼…대만 갈등 최악 시나리오 대비"(종합)
  • 뉴시스
  • 승인 2022.09.22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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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디커플링…속도·깊이·강조점 따라 리스크·기회"
"현대차 경쟁력 워낙 좋아…IRA 충분히 뚫고 나갈 것"
"대만 문제, 극단적 시나리오부터 현상 유지까지 확률 게임"
"어떤 시나리오도 생존이 최대 덕목…이익·효율성보다 안전을"
최태원 SK회장이 21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특파원들과 간담회하고 있다.

김난영 특파원 = 최태원 SK회장이 최근 미국에서 연이어 통과한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반도체산업육성법 등 일련의 '메이드 인 아메리카' 법안 평가를 두고 신중한 입장을 유지했다.

최 회장은 21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진행한 특파원 간담회에서 "전 세계가 지금 디커플링(decoupling·탈동조화)되고 있다"라며 "디커플링의 속도와 깊이, 어떤 부분이 강조되느냐에 따라 리스크가 더 클 수도, 기회가 더 클 수도 있다"라고 했다.

최 회장은 이어 "(그런 흐름이) 전개되는 중이라 딱 잘라 우리에게 유리하다, 불리하다로 말할 수는 없다"라며 "우리만 그런 게 아니라 그런 법을 만든 미국도 과연 유리할지 불리할지는 지나 봐야 아는 문제라고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최 회장은 "(법 제정만으로는) 목적(미국 내 제조업 강화)이 잘 달성되느냐는 알 수 없는 문제"라며 "법을 만드는 것보다는 운용이 훨씬 더 중요한 문제다. 어떻게 운용하고 어떤 속도로 하느냐, 이게 핵심인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IRA로 한국 기업이 소위 '뒤통수'를 맞았다는 여론에는 "그렇게 볼 수도 있다"라면서도 "하지만 그런 게(그런 반응이) 전혀 도움이 안 된다"라고 지적했다.

대표적인 피해 기업으로 꼽히는 현대차를 두고는 "솔직히 제가 보기에는 현대차가 경쟁력이 좋다"라며 "경쟁력이 워낙 좋기 때문에 이 문제에도 불구하고 충분히 뚫고 나갈 거라고 생각한다. 보조금 한 푼 안 받고도 뚫고 나가지 않을까"라고 했다.

최 회장은 "이 나라 법에서 이 나라 국민이 다 동의해서 통과된 법"이라며 "이들이 이럴 수밖에 없었다는 사정을 좀 더 이해하고, 거기서 나오는 이해를 바탕으로 해법을 찾는 것이 우리가 해야 하는 일에 속한다. 기업이 해야 하는 일"이라고 했다.

최 회장은 이날 반도체산업육성법상 가드레일 조항 영향을 두고도 "(현재로서는 알려진) 디테일이 없다"라며 "지금은 (미국 정계도) 선거 모드고 하다보니, 끝나고 얘기를 해서 조금 더 조건이나 얘기가 구체적으로 나오면 뭐라고 말씀드릴 수 있겠다"라고 말을 아꼈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자국 우선주의 내지 보호무역 행보에 대한 평가를 묻는 말에는 "보호무역으로 간다는 말에 100% 찬성하기는 어렵다"라며 "그런 경향이 있다고 생각하는 건 이해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것은 결국 안보라는 문제"라고 했다.

결국 디커플링 흐름 자체가 '경제 안보' 차원이라는 것이다. 최 회장은 "배터리나 바이오, 반도체 등 부분에서 다른 곳보다 디커플링이 많이 일어나고 있다"라며 "디커플링이 되면 이런 현상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라고 설명했다.

한편 최 회장은 지난 7월 바이든 대통령과 화상 면담을 했다. 당시 면담은 바이든 대통령의 코로나19 감염으로 화상 진행됐다. 최 회장은 "(바이든 대통령이) 직접 못 만난 것을 미안해했다"라며 다음 회동에서는 '백악관 점심'을 약속했다고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당시 최 회장에게 더 많은 외국 기업 대미 투자를 위한 조언도 물었다고 한다. 최 회장은 이에 미국 노동력 경쟁력 강화를 조언했다고 전했다.

간담회에서는 한·미 정상회담 이후 통상 이뤄지는 기업의 대규모 대미 투자가 '팔 비틀기'의 결과가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최 회장은 그러나 "요새는 비틀려서 투자를 한다 이런 말을 할 상황은 전혀 아니다"라며 "비튼다고 비틀리지도 않는다"라고 선을 그었다.

대미 투자에 치중해 국내 투자에는 소홀한 게 아니냐는 지적에는 "저희가 2030년까지 투자 계획이 한 250조 된다"라고 답했다.

총 250조 규모 투자 계획 중 환율을 감안하면 70조가 해외, 나머지는 국내 투자라는 것이다. 최 회장은 이어 "(해외도) 시장이니까 투자를 해야 한다"라며 "국내 투자가 살아남기 위해서라도 해외 투자는 필수적으로 가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미국과 중국, 또 중국과 대만 간 긴장 국면과 관련, 향후 사업 면에서 상황 악화에 대비해 이른바 '컨틴전시 플랜'을 준비 중인지도 질문이 나왔다.

최 회장은 이에 "(중국·대만 상황 악화 대비책은) 당연히 검토한다"라며 "'워스트 시나리오'에 들어가 있다"라고 답했다.

다만 "준비를 얼마나 할거냐는 어려운 문제 중 하나다.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이라며 "보험이라고 생각하는 정도쯤의 행동으로 저희도 (대비책을 검토)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특히 한국 기업보다 더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대만 기업의 전략을 벤치마킹도 하고 있다는 게 최 회장의 설명이다. 최 회장은 다만 "(대비책으로) 무엇을 준비했다까지는 말씀을 못 드린다"라고 했다.

최 회장은 "내가 하는 행동은 '시나리오 플래닝'"이라며 "아주 극단적인 시나리오부터, 지금의 (대만해협) 현상(Status Quo)을 그대로 유지하리라는 시나리오까지 다 있다. 확률 게임이라고 생각한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미국의) 중간선거가 끝났다, 중국의 양회가 어떻게 끝났다, 이런 얘기들이 결국 시나리오의 퍼센티지를 바꿔주는 것"이라며 "(특정) 시나리오의 퍼센티지가 현격히 올라가면 우리는 액션을 취할 것"이라고 했다.

최 회장은 "어떤 시나리오가 일어나더라도 최소한 생존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 것이 가장 중요한 덕목"이라며 "과거와 같이 이익의 극대화나 효율성을 좇는 일보다는 안전을 택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중 갈등에 따른 산업계 영향을 두고는 "과거에는 전 세계가 하나의 시장이었고, 지금은 디커플링 형태가 되며 시장이 쪼개지는 현상이 일어난다"라며 '두 개의 시장'으로 표현했다.

이어 "두 개의 시장 중 하나를 버리겠느냐"라며 "중국은 우리 수출의 25% 정도를 차지하기 때문에 이 시장을 갑자기 버리느냐, 그건 말이 안 된다. 경제가 감당할 수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미국의 수출 통제 등 영향을 두고는 "(중국에) 장비가 못 들어가면 공장이 계속 노후화가 될 것"이라며 "노후가 돼서 문제가 생긴다면 다른 곳에 투자를 하거나 공장을 짓거나(해야 할 것)"라고 답했다.

이런 상황에서 최 회장은 반도체 등 특정 공급망 분야를 언급, "디커플링이 일어나는 곳에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라며 "기업 혼자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건 말이 안 된다. 엄청난 비용 증가가 일어나기 때문"이라고 당부했다.

그는 "(기업에게는) 생존이 걸린 문제"라며 "(정부의 제도적 대책 등) 협업 등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최 회장은 향후 반도체 경기를 묻는 말에는 "예전에는 3~4년 단위로 업 턴, 다운 턴을 얘기했는데 최근은 1년 단위로 움직인다"라며 예측이 전보다 쉽지 않아졌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큰 흐름으로 전체를 보면 앞으로도 반도체 수요는 계속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전제를 갖고 (투자를) 해야 한다"라며 "단기적인 형태를 보고 투자에 들어갈 수는 없다"라고 말했다.

이어 "지금 보면 계속 반도체 수요는 늘고 있다"라며 "공급과 수요가 잘 안 맞아서 가격이 나빠지거나의 문제지, 반도체 수요는 꾸준히 늘기 때문에 계속 공급을 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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