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타인사건 대리…위임장 제출의무 위반"
선정당사자로 위장해 사건을 수임한 변호사는 징계 대상이라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4부(부장판사 조미연)는 전모 변호사가 법무부 변호사징계위원회를 상대로 낸 변호사 징계 결정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고 1일 밝혔다.
서울 중구 소재 한 상가를 소유한 전 변호사는 다른 임대인들이 제기한 보증금 및 임료 지급 청구와 추심금 청구 사건을 수임했다. 하지만 재판에는 선정당사자 자격으로 참여했다.
선정당사자는 같은 이해관계를 가진 사람들이 공동으로 소송을 낼 경우 소송을 맡을 당사자를 선출하는 제도다.
법무부는 이후 전 변호사가 변호사법을 위반했다며 과태료 300만원 징계 처분을 내렸다. 변호사법 제29조 등에 따르면 변호사는 위임장 제출 없이 재판을 맡을 수 없으며, 변호인선임서나 위임장은 소속 지방변호사회를 통해 내야 한다.
이후 전 변호사는 "같은 입장에 있는 임대인으로서 당사자 지위에서 선정당사자 제도를 이용해 소송을 진행한 것"이라며 "다른 사람의 사건이 아니어서 변호사법상 위임장 제출의무가 없다"며 이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법무부 징계가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전 변호사는 소송 선정자들과 착수금 55만원에 성공보수 10% 약정을 맺고 소송을 수행했다"며 "같은 내용의 다른 소송에선 소송대리인으로 참여했는데, 수임 조건이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약정 내용 등을 볼 때 선정자들은 전 변호사에게 소송 대리 권한을 위임했다고 여겼을 것"이라며 "그에 대한 대가로 비용과 보수를 지급할 의사였던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또 "해당 사건은 전원이 공동으로 제기해야 하는 필수적 공동소송이 아니다"라며 "전 변호사가 다른 임대인들과 사실상 이해관계를 같이 한다 하더라도, 타인의 사건을 대리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실제 소송대리인이면서 형식상 선정당사자로 소송을 수행하는 것을 허용하면 지방변호사회를 통한 변호사 감독강화 및 사건수임 투명화 취지가 무시될 수 있다"며 "변호사법에서 정한 의무나 제한을 회피하는 것을 용인하게 돼 부당하다"고 판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