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을 수 없는 날인데도 실감이 나지 않는다. 당이 많이 떨어져 있고 뼈도 아프다."
'미성년'을 연출, 영화감독으로 데뷔한 배우 김윤석(51)은 이렇게 말했다. 1일 서울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열린 '미성년' 제작발표회에는 염정아(47)·김소진(40), 신예 김혜준(24)·박세진(23)이 자리를 함께했다.
11일 개봉하는 이 영화는 평온한 일상을 뒤흔든 사건을 마주한 두 가족의 이야기다.
김윤석은 연기도 했다. 배역은 '대원'이다. 딸의 친구 엄마와 바람이 나는데, 우유부단하고 무책임하다. "어떤 사람은 잘못을 저질렀는데도 술에 취해 코를 골고 자고 있다. 또 다른사람은 잘못을 저지르지 않았는데도 가슴에 피멍이 든다. 문제를 회피하지 않고 인간적인 자존감을 지키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염정아는 대원의 아내 '영주'다. 대원의 비밀을 알고도 묵묵히 견딘다. "인물의 감정만을 따라가면서 영화가 만들어지는게 신기했다. 김 감독이 어떤 색깔로 만들지 궁금해서 시작하게 됐다."
염정아는 "김 감독과의 작업은 배우로서 경험해본 적이 없었을 정도로 신선했다"고 치켜세웠다. "감독이 연기를 잘하는 배우이다 보니 사소한 감정도 이야기해줬다. 현장에서 연기하는 게 너무 즐거웠다. 매일 현장에 가고 싶을 정도였다. 감사하고 영광스러운 작업이었다."
김소진은 오리고깃집을 운영하며 홀로 딸을 키우는 '미희'를 연기했다. "관객들이 공감할지, 내가 잘 표현할 수 있을지에 대해 두려움이 있었다. 젊은 나이에 아이를 낳고 홀로 키워온 여자의 모습이 어땠을지 나에게 계속 질문을 던졌다."
"진솔함 때문에 이 영화를 선택했는데 잘한 것 같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김 감독이 섬세한 성향을 지니고 있다. 여자의 마음을 잘 읽어낸다."
김혜준은 대원·영주의 열일곱살 딸 '주리', 박세진은 미희의 딸이자 주리와 동급생인 '윤아'를 맡았다.
"사건을 마주하는 인물들의 이야기가 펼쳐지는 과정이 뜨겁게 느껴졌다. 나의 열일곱살 때 고민, 행동 등을 떠올리면서 연기했다."(김혜준)
"개인이 한 사건으로 인해 느끼는 감정을 따라가는 이야기가 좋았다. 내가 캐스팅됐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대본을 읽었다."(박세진)
김 감독은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만남이다. 요즘 사람들은 회피하고 숨어서 공격한다. 극 중 네 사람이 만난다는 것이 의미있는 일이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사람이 만나면 분노를 더 좋은 방향으로 이끌어갈 수 있다. 신인감독의 패기로 이걸 담아내고 싶었다. 관객들이 카타르시스를 느끼길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