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분양가는 흥행"…아파트 분양, 될 곳만 된다
"착한 분양가는 흥행"…아파트 분양, 될 곳만 된다
  • 뉴시스
  • 승인 2022.10.12 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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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준금리 인상·금융 부담 증가…주택 매수세 위축
서울 아파트 무순위 청약 39건…지난해比 5배↑
"옥석가리기 더욱 뚜렷"…실수요자 위주로 재편
권창회 기자 = 서울 송파구 아파트값이 계속 떨어지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강남·서초·송파·강동구가 포함된 동남권 집값은 9주 연속 하락했다. 송파구는 13주 연속 하락세다. 사진은 7일 오후 서울 롯데월드타워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송파구 빌라촌 모습

 박성환 기자 = 한때 이른바 '로또 청약'으로 불리며 광풍이 불었던 청약 시장이 기준금리 인상 등의 영향으로 꽁꽁 얼어붙은 가운데 '옥석 가리기' 현상이 갈수록 뚜렷해지고 있다.

올해 청약 시장 경쟁률은 지난해 대비 큰 폭으로 떨어졌으나, 분양가와 브랜드, 입지 여건 등에 따라 희비가 달라지고 있다. 착한 분양가를 앞세워 분양에 나선 단지에는 청약 수요가 몰린 반면, 청약 불패 지역으로 꼽혔던 서울에서 수차례 무순위 청약을 진행하고도 미달 사태가 빚어지고 있다.

청약 경쟁률도 뚝 떨어졌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해(1~8월) 전국 아파트 평균 청약경쟁률은 10.41대 1로, 지난해 19.79대 1과 비교해 큰 폭으로 하락했다. 1순위 경쟁률도 지난해 19.32대 1에서 올해 10.06대 1로 떨어졌다.

잇단 금리 인상으로 금융 부담이 커지고, 주택 매수 수요가 감소하면서 청약 시장의 옥석가리가 본격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본격적인 집값 조정기를 맞아 지역, 분양가, 입지, 시세차익 등 여러 요인에 따라 수도권 내 분양 성적이 달라질 수 있다는 얘기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6일 경기 수원시 팔달구 교동 '힐스테이트 푸르지오 수원'의 무순위 청약 6가구에 1865개의 청약통장이 몰렸다. 전용면적별로 ▲49㎡ 2가구 121대 1 ▲59㎡A 2가구 233대 1 ▲59㎡B 1가구 146대 1 ▲74㎡ 1010대 1 등이었다.

업계에선 힐스테이트 푸르지오 수원의 청약 흥행 성공 요인으로 저렴한 분양가를 꼽는다. 분양가가 전용 59㎡ 4억7700만원, 전용 74㎡ 5억200만~5억3700만원 수준으로 3년 전과 비슷한 가격으로 책정됐다. 또 전용면적 74㎡도 분양가가 5억3000만원대로, 맞은편 매교역 푸르지오 SK뷰 전용면적 74㎡가 지난 8월 7억원에 팔린 것을 감안하면 2억원 가량 낮은 수준이다.

반면 서울에서 최근 분양한 아파트 단지들 가운데 수차례 무순위 청약을 진행하고도 분양에 실패한 단지들이 잇따르고 있다.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천왕역 모아엘가 트레뷰'는 지난 4일 총 140가구 중 129가구에 대한 무순위 청약에 나섰으나, 101가구가 미달됐다. 이 단지는 지난 8월 말 첫 분양에 나섰고, 1순위 해당지역 청약에서 일반공급 134가구 중 114명만 청약해  평균 경쟁률 0.85대 1에 그쳤다. 이후 당첨자 대부분 계약을 포기하면서 129가구가 다시 무순위 청약으로 나왔으나, 분양에 실패했다. 

또 ▲칸타빌 수유팰리스 ▲신림스카이아파트 ▲신독산 솔리힐 뉴포레 등 무순위 청약 공고에 나섰지만, 흥행이 저조하다. 신림스카이아파트는 벌써 10번째 무순위 청약에 나섰고, 고분양가 논란을 빚은 ‘칸타빌 수유팰리스’는 분양가 10~15% 할인과 입주자 관리비 대납 등 내걸고 지난달 20일 7번째 무순위 청약을 진행했으나, 5가구가 미달됐다.

올해 무순위 청약 건수가 급등했다.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9월15일(공고일 기준)까지 서울 지역 아파트 무순위 청약 건수가 총 39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7건) 대비 5배가 넘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청약 시장의 양극화 현상이 갈수록 뚜렷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잇단 금리 인상으로 금융 부담이 커지면서 주택 매수세가 위축됐고, 이에 따라 분양 시장도 꽁꽁 얼어붙고 있다"며 "서울과 수도권 지역이라도 분양가와 입지 여건 등에 따라 분양 성적이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권 교수는 "주택 매수심리가 위축되면서 청약 시장에선 옥석가리기가 더욱 뚜렷해지고, 실수요자 위주로 시장이 재편될 것"이라며 "나홀로 단지나 상대적으로 입지 여건 등이 좋지 않은 아파트 단지에서 미분양과 무순위 청약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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