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 정의선 회장 '취임 2주년'…성과와 과제는?
현대차그룹 정의선 회장 '취임 2주년'…성과와 과제는?
  • 뉴시스
  • 승인 2022.10.13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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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지난 1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맨해튼에 있는 제네시스하우스에서 현지 특파원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오는 14일 취임 2주년을 맞는다. 2년 전 취임 이래 정 회장은 아이오닉 5 등을 통한 성공적인 전기차 전환과 로보틱스·도심항공모빌리티(UAM)·자율주행 등으로 대변되는 미래 성장동력 확보에 주력했다. 이를 통해 정 회장은 현대차그룹 위상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는 평가다.

하지만 100만대를 웃도는 백오더 물량과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로 인한 미국 판매 위기 등은 정 회장이 극복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특유의 순환출자 구조를 끊는 지배구조 개편과 수시로 반복되는 노사 갈등도 정 회장이 넘어야 할 산이라는 지적이다.

◆'패스트 팔로워' 넘어 '게임 체인저' 가능성 제시
취임 2주년을 맞는 정 회장은 그동안 현대차그룹을 도약시키는 데 남다른 능력을 발휘해왔다. 특히 아이오닉 5와 EV6를 앞세워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시대를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이들 모델은 내연기관차에 기반한 전기차가 아니라 전용 전기차 플랫폼인 'E-GMP'를 적용한 전기차로 '혁신' 자체로 통한다. 정 회장은 이 같은 혁신적 전기차들로 현대차그룹을 업계 리더 뒤를 쫓는 '패스트 팔로어'가 아니라 글로벌 전기차 시장의 진정한 '게임 체인저'로 발돋움시켰다.

아이오닉 5는 이미 전 세계가 품질을 인정하고 있다. 올해 '월드카 어워즈'에서 '세계 올해의 차(World Car of the Year)'로 꼽혔고, '세계 올해의 전기차(World Electric Vehicle of the Year)'와 '세계 올해의 자동차 디자인(World Car Design of the Year)' 등 3개 부문을 휩쓸었다. 기아 EV6도 '2022 유럽 올해의 차(Europe Car of the Year)'를 수상했다. 이로써 현대차그룹은 글로벌 3대 '올해의 차' 가운데 2개를 석권했다.

품질이 좋다보니 전기차 판매 실적도 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25만2719대를 판매하며 전 세계 전기차 판매 5위권으로 진입했다. 올해 1분기 현대차그룹 전기차 판매는 7만6801대로 전년 동기(4만4460대) 대비 73% 증가하기도 했. 국내 증가율은 155%이며 해외에서 52% 성장을 보였다.

현대차그룹은 2030년까지 총 307만대 전기차를 판매하며 글로벌 전기차 시장 점유율 12%를 달성한다는 목표다.

◆올 상반기 글로벌 판매량 3위, 르노·GM 등 모두 제쳐
미래의 전기차 뿐 아니라 현대차그룹은 올 상반기 글로벌 완성차그룹 중 3번째로 많은 판매량을 달성했다.

실제 올해 1∼6월 전 세계 판매량은 329만9000대에 달한다. 이는 일본 도요타그룹(513만8000대)과 독일 폭스바겐그룹(400만6000대)에 이어 3위에 해당한다.

프랑스 르노와 일본 닛산·미쓰비시가 결합한 르노-닛산-미쓰비시 얼라이언스(314만대), 피아트크라이슬러와 푸조·시트로엥그룹이 합병한 스텔란티스그룹(301만9000대), 미국 GM(284만9000대) 등보다 현대차그룹이 더 많은 판매량을 보였다.

정 회장 취임 이래 판매량이 좋다보니 실적도 뒷받침되고 있다.

2020년 연결재무제표 기준 현대차 매출은 103조9976억원, 영업이익은 2조3946억원에서 지난해는 매출 117조6106억원, 영업이익 6조6789억원으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에 영업이익률도 2.3%에서 5.7%로 껑충 올랐다.

특히 제네시스처럼 고부가가치 차량이 판매실적을 올리며 해외와 국내 모두에서 성공적으로 시장에 안착했다는 평이다. 

◆자율주행·UAM 등 미래성장 동력 준비도 '착착'
정 회장은 현대차그룹 특유의 미래 성장동력 확보도 진두지휘 하고 있다. 로보틱스·UAM(도심항공교통·Urban air mobility·자율주행 같은 신사업이 대표적이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1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세계무역센터에서 열린 글로벌 유력 시사주간지 '뉴스위크'의 ‘2022 세계 자동차산업의 위대한 파괴적 혁신가들(The World’s Greatest Auto Disruptors 2022)’ 시상식에서 ‘올해의 비저너리(Visionary of the Year)’상을 수상했다. 

취임 후 첫 대규모 인수합병(M&A)으로 로보틱스 분야에서 보스턴다이내믹스를 지난해 인수한 데 이어 미국 보스턴에서 로봇 인공지능(AI) 연구소 설립을 추진 중이다. 이를 통해 차세대 로봇의 근간이 될 기반 기술 확보를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자율주행은 미국 자율주행업체 앱티브와 합작한 모셔널을 통해 미국 현지에서 아이오닉 5로 '레벨4' 단계 자율주행 서비스를 시작하는 등 완전 무인 자율주행에 한 발 더 다가섰다.

국내에서도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및 모빌리티 플랫폼 스타트업인 포티투닷 인수 등을 준비 중이다. 포티투닷은 지난달 서울 청계천에서 자율주행(aDRT) 셔틀을 시범 운행하기 시작했고 이달 중 탑승 서비스도 계획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이동 공간을 하늘로 확장하는 UAM 개발 계획도 지난해 말 발표하며 새로운 모빌리티 시대를 대비하고 있다. 2028년 도심 운영에 최적화된 완전 전동화 UAM 모델을 개발하는데 이어 2030년에는 인접한 도시를 서로 연결하는 지역 항공 모빌리티 제품까지 선보일 계획이다.

◆IRA 돌파구 마련, 노사문제는 정 회장의 또다른 시험대
하지만 현대차그룹 위상을 끌어올린 것에 비해 정 회장이 풀어야 할 숙제도 여전히 남아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최근 국제 이슈가 된 IRA는 현대차그룹이 넘어야 할 가장 당면한 과제다.

지난해 5월 미국 조 바이든 대통령 방한 당시 정 회장은 대규모 투자 보따리를 풀었다. 당시 55억 달러 규모의 조지아주 전기차 전용공장 건설과 함께 50억 달러의 대미 추가 투자도 약속했다. 이에 바이든 대통령은 정 회장을 향해 "땡큐"를 연발하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하지만 3개월이 지나자마자 바이든 대통령은 북미에서 생산한 전기차에 대해서만 보조금을 지급하는 IRA를 발효했다. 100억달러가 넘는 투자 제안에도 불구, 현대차그룹은 IRA의 최대 피해자가 됐다.

현대차그룹은 조지아 공장 준공 시기를 앞당기는 등 해결책을 찾고 있지만 사실상 미국 정부의 결정에만 기대는 모양새다.

정 회장은 지난 8월 말과 9월 말에 연이어 미국 출장길에 올랐지만 눈에 띄는 성과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정 회장이 이 같은 그룹의 중대한 위기 시점에 어떤 돌파구를 제시할 지 주목된다.

◆IRA 돌파구 마련, 노사문제는 정 회장의 또 다른 시험대
중요한 순간마다 현대차그룹의 발목을 잡는 노사 문제도 정 회장의 더 큰 리더십이 요구되는 시험대다.

현대차는 지난 7월 노사가 임금 및 단체협상에 합의하며 4년 연속 무분규 타결을 이어가게 됐지만 기아는 지난 11일 노조가 부분파업을 결의하며 또 다시 그룹을 위기로 몰아넣고 있다.

특히 현 시점이 차량용 반도체 공급 부족으로 일부 신차 출고 기간이 24개월 이상 지연되는 상황이어서 기아 노조 파업은 더 뼈아프다. 일부에선 이번 파업 원인으로 불리는 '평생사원증'을 둘러싼 노사 입장차가 과연 금액으로 환산할 경우 수조원 영업이익을 올리는 기아 생산을 가로 막을 수준이 되느냐는 진단까지 들린다.

이 때문에 정 회장이 좀 더 큰 리더십을 보여줘야 한다는 목소리도 들린다.

백동현 기자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정의선 현대자동차 회장이 22일 오전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서울에서 환담을 갖고 기자단을 대상으로 스피치하기 전 악수하고 있다. 

◆정 회장, 10대 그룹 중 유일한 순환출자구조…해결책 주목
현대차그룹 특유의 복잡한 지배구조 개편도 정 회장이 풀어야 할 숙제다.

현대차그룹 지배구조는 크게 3개의 순환출자 고리들로 이뤄져있다. ▲현대차-기아-현대모비스-현대차 ▲현대차-기아-현대제철-현대모비스-현대차 ▲현대차-현대글로비스-현대모비스-현대차로 이어지는 3개의 순환출자 고리다.

이 때문에 현대차와 기아를 지배하기 위해선 정 회장이 현대모비스의 최대주주로 등극해야 하지만 올 상반기 기준 정 회장의 현대모비스 지분은 0.32%에 그친다. 현대차그룹은 이런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2018년 현대모비스와 글로비스 분할·합병을 통해 순환출자 구조를 끊으려 했지만 당시 미국 행동주의 펀드 엘리엇의 공격으로 무산된 바 있다.

하지만 국내 10대 그룹사 중 유일하게 복잡한 순환출자 구조가 남아있는 한계를 극복하지 않으면 현대차그룹의 미래는 요원하다는 진단이다.

업계 한 전문가는 "정 회장 취임 이래 현대차그룹이 융합형 모델과 미래 모빌리티 플랫폼 기업으로 확실히 바뀐 점은 주목해야 한다"며 "제네시스 같은 프리미엄 모델로 수익률을 2∼3배 높인 것도 높게 평가할 대목"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어 "하지만 국내 10대 그룹 중 유일하게 남아있는 복잡한 순환출자 구조와 특유의 노사문제, 백오더가 쌓이는 상황에서 공급망 해결과 IRA 위기 극복은 정 회장의 반드시 해결책을 찾아야 하는 숙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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