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외면한 최태원 회장 '불출석 사유서', 무슨 내용 담았나?
여야가 외면한 최태원 회장 '불출석 사유서', 무슨 내용 담았나?
  • 뉴시스
  • 승인 2022.10.25 1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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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웅 기자 = 최태원 SK 회장이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종합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답변하고 있다.

이현주 기자 = '카카오 먹통'으로 국민적 불편을 야기한 SK C&C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와 관련해 지난 24일 뒤늦게 국회 국정감사 증인으로 나선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행보가 눈길을 끈다. 이 과정에서 특히 여야 의원들로부터 똑같이 원성을 산 최 회장의 국회 증인 '불출석 사유서'가 어떤 내용인지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2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 회장은 당초 SK그룹이 주재한 일본포럼과 2030 부산세계박람회 등을 이유로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증인 출석에 불출석한다는 사유서를 제출했다.

하지만 이례적으로 여야 의원들이 한 목소리로 최 회장의 불출석 사유를 비판하며 압박하자 24일 밤 8시30분이 넘어 뒤늦게 국정 감사장에 모습을 나타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정청래 위원장은 최 회장의 불출석 사유서에 대해 "이유 같지 않은 이유"라고 지적했다. 정 위원장은 "만약 불출석 할 경우 고발, 동행명령 등 조치를 어떻게 할지 양당 간사가 협의해 달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기업인 증인 소환을 자제하자는 쪽인 국민의힘 소속 의원도 최 회장의 불출석 사유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데 동조했다. 윤두현 의원은 "국민 생활에 엄청난 피해를 준 사건과 관련해 (최 회장이) 국회로 보내는 불출석 설명인지, 최 회장이 회사 직원에게 보내는 입장문인지 구분이 안 된다"고 불출석 사유서를 평했다.

여야 의원들이 이렇게 한 목소리로 비판한 최 회장의 불출석 사유서에는 어떤 내용이 들어있을까?

최태원 회장의 한글 도장이 선명히 찍혀 있는 이 사유서에는  ▲글로벌 공급망 위기 대응 전략을 위한 일본포럼 개최 ▲2030 부산 엑스포 유치전에 영향 우려라는 2가지 사유가 구체적으로 명시돼 있다.

특히 일본포럼 개최와 관련해 최 회장은 "본인이 직접 기획하고 외빈들을 초청한 행사에 참여하지 않을 경우, 이는 큰 결례일 뿐 아니라 포럼 취지와 진정성이 퇴식된다"며 "한일 민간 경제 협력 재건 기회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윤 의원 측은 이 불출석 사유에 대해 "성의 없는 막도장 사용은 그냥 넘어가더라도 오후 1시30분부터 열리는 포럼에 참석해 충분히 참석자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국회에 출석할 수 있는 사안이라고 봤다"고 밝혔다. 한일 민간 경제 관계자들이 모여 논의하는 행사보다 전 국민에게 피해를 준 SK C&C 화재 해명이 더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최 회장이 또 다른 불출석 사유라고 밝힌 부산 엑스포 유치전 영향 우려도 여야 의원을 막론하고 납득할 수 없다는 공감대로 이어졌다.

최 회장은 사유서에서 "(부산 엑스포 유치를 위한) 중차대한 경쟁 PT를 앞둔 상황에서 본인의 국감 증인 출석에 대해 유치위원회의 우려가 큰 상황"이라며 "이번 증인 출석과 관련해 자극적이고 부정적인 기사들이 양산될 경우 경쟁 PT 효과와 신뢰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윤 의원 측은 "'자극적이고 부정적인 기사들'이라는 표현은 마치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들어 언론을 모욕 주고 국회 판단을 다시 자신이 판단하려는 모양새"라며 "국회 과방위는 SK 계열사가 아니다"고 밝혔다.

이 사유서에서 최 회장은 SK그룹 경영의 조력자 역할을 맡고 있다는 내용도 공개해 눈길을 끈다.

최 회장은 사유서에서 "본인은 SK 회장으로서 SK그룹 소속 회사의 요청에 따라 조언 및 경영자문 등을 제공하는 조력자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며  "조력 사항의 반영 여부는 SK그룹 소속 회사가 각사 이사회 또는 대표이사의 책임과 판단 하에 자율적으로 결정하도록 한다"고 밝혔다.

사유서는 이어 "이번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채택된 박성하 SK C&C 대표이사가 위원님들의 질의에 충실하게 답변할 수 있다고 판단된다"며 "데이터센터 운영 외에 SK의 대표성이 필요한 내용에 대해서는 장동현 부회장이 출석해 답변 드리도록 하겠다"고 명시했다.

최 회장은 불출석 사유를 끝내 인정하지 않는 여야 의원들을 의식한 듯 밤 8시30분에 국회 증인으로 출석해 "화재사고를 내서 대단히 국민께 죄송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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