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플' 소송했다가 되려 주소 노출…"이게 무슨 법이냐"
'악플' 소송했다가 되려 주소 노출…"이게 무슨 법이냐"
  • 뉴시스
  • 승인 2022.12.28 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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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 법규상 소송할 때 피고에 주소 노출
"고소할 때 주소 일시적 이전 고민해봐야"

 이창환 기자 = "악플 쓴 사람들을 민사(소송을) 걸 때 우리 집 주소를 까야 된다. 악플러 집 주소도 나한테 공개해야 하고, 내 집 주소도 공유해야 한다."

한 인터넷 방송인은 지난해 자신의 방송에서 이같이 말하며 "이게 도대체 무슨 법이냐. 스토커 이런 걸로 (소 제기를) 하는데 내 집 주소를 까야 된다"고 하소연했다.

인터넷 방송인들은 온라인 공간에서 주로 활동하다 보니 '악플(악성 댓글)'과 같은 괴롭힘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런 문제를 법적으로 해결하려 하다가 오히려 심각한 스토킹 범죄의 표적이 되는 경우도 있다. 악플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할 경우, 원고인 자신의 거주지가 피고인 악플러에게도 공유되기 때문이다.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현행 민사소송법과 민사소송규칙 등은 소송 당사자 또는 대리인이 소를 제기할 때 법원에 자신의 이름과 주소, 연락처 등이 담긴 서면을 제출토록 하고 있다.

민사소송법 제255조는 '법원은 소장의 부본을 피고에게 송달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민사소송규칙 제2조에서는 '당사자 또는 대리인이 법원에 제출하는 서면에는 특별한 규정이 없으면 다음 각호(사건의 표시, 당사자와 대리인의 이름·주소와 연락처 등)의 사항을 적고 당사자 또는 대리인이 기명날인 또는 서명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원고의 주소지가 담긴 소장 부본은 피고에게 전달돼야 한다. 그렇지 못한 경우 소장 각하 명령 대상이 된다. 따라서 소송이 정상적으로 진행되는 경우에는 원고와 피고가 서로의 거주지 등을 알게 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스토킹 범죄 등이 우려되는 경우라면 소송을 제기할 때 주소 노출을 피하기 위한 방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이인환 법무법인 제하 변호사는 뉴시스와 통화에서 "민사 소 제기로 주소가 노출돼 괴롭힘을 당하는 식의 사례가 꽤 있었다"며 "현 민사소송법 구조하에서는 (원고가) 자신의 주소를 노출하고 싶지 않다면 일시적으로 거주지를 옮긴 후에 소를 제기하는 게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실제로 연예인·유튜버들의 민사 소송을 대리할 때는 이 같은 방식으로 진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제도 보완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한 현직 판사는 "이런 시스템이 성폭력 피해자들이 가해자에게 민사 소송을 제기하기 힘든 이유이기도 하다"며 "(제도적 보완 방안을) 고민해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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