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유럽 축구가 중동에서 열릴까…'오일머니의 힘'
왜 유럽 축구가 중동에서 열릴까…'오일머니의 힘'
  • 뉴시스
  • 승인 2023.01.23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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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슈퍼컵, 2019년 사우디와 3년 개최지 계약…연간 500억원 규모
이탈리아 슈퍼컵, 프랑스 슈퍼컵도 해외서 개최
잉글랜드는 국내 개최 고집…수익 증대 위해 해외 개최 가능성도
스페인 슈퍼컵에서 우승한 바르셀로나

안경남 기자 = 지난 15일(현지시간) 세계 최고의 라이벌전으로 불리는 FC바르셀로나와 레알 마드리드 간의 맞대결인 엘 클라시코로 치러진 2022~2023시즌 스페인 수페르코파(슈퍼컵)는 바르셀로나의 우승으로 끝났다.

하지만 바르셀로나의 우승보다 더 눈길을 끈 건 경기가 열린 장소였다.

이들의 명승부가 펼치진 곳은 스페인에서 무려 4500㎞ 떨어진 사우디아라비아의 수도 리야드의 킹 파흐드 인터내셔널 스타디움이었다.

유럽 축구의 빅매치가 왜 본토가 아닌 축구 변방 중동에서 열린 것일까.

스페인 슈퍼컵은 그동안 정규리그 개막을 앞두고 직전 시즌 프리메라리가 우승팀과 코파 델 레이(국왕컵) 우승팀이 홈 앤드 어웨이 방식으로 맞붙는 이벤트였다.

스페인 슈퍼컵에서 성사된 엘클라시코.

새 시즌에 관한 관심을 불러 모으고 스페인 클럽 최강팀을 가리는 수단으로 활용됐다.

하지만 2019~2020시즌부터 운영 방식이 변경됐다. 참가 팀이 종전 2개에서 4개로 늘어났고, 토너먼트 방식이 도입됐다.

이에 따라 정규리그 2위와 국왕컵 준우승 팀도 참가가 가능해졌다.

가장 큰 변화는 개최 지역이 스페인이 아닌 해외로 옮겨진 것이다. 2018년 모로코에서 단판승부로 열렸던 스페인 슈퍼컵은 2019~2020시즌부터 사우디에서 치러지고 있다.

스페인 슈퍼컵에서 우승한 바르셀로나. 

이른바 중동 국가의 오일머니에 스페인축구협회가 움직인 것이다.

스페인축구협회는 2019년 11월 사우디와 슈퍼컵 개최를 놓고 3년 계약을 맺었다. 계약액은 연간 최대 4000만 유로로 당시에도 500억원에 달하는 천문학적인 금액이었다.

여기에 사우디는 대회에 대한 관심도를 높이기 위해 여성 관중의 입장도 허용했다.

스페인축구협회는 슈퍼컵의 변화에 대해 "지금까지 슈퍼컵의 80~90%가 같은 팀들의 대결로 치러져 시대에 뒤떨어지는 경기가 됐다. 변화가 필요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개최지 변화의 이유는 수익 증대가 가장 큰 요인으로 꼽힌다.

따듯한 날씨도 한 몫을 했다. 슈퍼컵이 한겨울에 열리는 만큼 중동에서 개최하면서 선수들도 부상 위험을 줄이고 경기력을 높일 수 있다.

더욱이 이달 열린 스페인 슈퍼컵 결승전이 관중의 관심도가 높은 엘 클라시코로 펼쳐지면서 경기 결과도 흥행 대박을 기록했다.

발롱도르 주인공인 카림 벤제마를 비롯해 비니시우스, 루카 모드리치,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 세르히오 부스케츠 등 세계적인 스타들이 선발로 나와 명승부를 펼쳤다.

이탈리아 슈퍼컵격인 수페르코파 이탈리아나도 사우디에서 열렸다.

이탈리아는 스페인보다 훨씬 오래전부터 슈퍼컵을 홍보와 상업적 용도로 적극 사용해왔다.

1988년 첫 대회 이후 여섯 해가 되던 1992년 미국 워싱턴으로 날아갔다. 1990년대는 이탈리아 세리에A가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던 시기였고, 1994년 월드컵 개최를 앞둔 미국과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다.

이후에도 리비아, 중국(베이징, 상하이), 카타르(도하), 사우디 등 자주 해외 개최를 추진했다.

최근 10년간 이탈리아 국내에서 개최한 것은 4번으로 해외보다 적다.

프랑스 슈퍼컵인 트로페 드 샹피옹은 시작부터 해외 개최를 우선했다. 튀니지, 모로코, 미국, 캐나다, 중국, 이스파엘 등에서 경기를 열었다.

2020~2021시즌만 전 세계를 덮친 코로나19 여파로 프랑스 랑스에서 치러졌다.

과거엔 유럽 내에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세리에A, 프리메라리가, 분데스리가 등과 비교해 인지도가 떨어져 홍보 수단으로 쓰였지만, 지금은 리오넬 메시와 네이마르, 킬리안 음바페 등 세계 최고의 선수들을 보유한 파리생제르맹(PSG)을 앞세워 하나의 흥행 카드로 해외 개최를 활용하고 있다.

최근 10년간 프랑스 슈퍼컵에선 PSG가 9번이나 우승했다.

손흥민(토트넘)이 뛰는 잉글랜드의 슈퍼컵인 커뮤니티실드는 아직 본토를 벗어나지 않고 있다. 한때 이탈리아나 프랑스와 마찬가지로 중국 등 해외 개최를 추진했으나 자국 팬들의 반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1908년 채리티실드란 이름으로 시작된 잉글랜드 슈퍼컵은 1974년 이후 대부분 영국 런던에 위치한 축구 성지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열리고 있다.

하지만 중동 오일머니의 힘이 유럽 축구에 미치는 영향력이 커지면서 잉글랜드 슈퍼컵의 해외 개최 역시 시간문제라는 시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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