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군, 베트남 민간인 학살" 첫 인정…정부에 줄소송 이어지나
"한국군, 베트남 민간인 학살" 첫 인정…정부에 줄소송 이어지나
  • 뉴시스
  • 승인 2023.02.08 0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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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전 민간인 살해' 위자료 청구
법원, 피해자 측 주장 모두 받아들여
다른 피해자들 추가 소송 나설지 주목
 최진석 기자 = 응우옌티탄씨가 지난 7일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베트남전 민간인 학살 관련 대한민국 상대 소송' 1심 선고기일에서 일부 승소 판결을 받은 뒤 화상 연결을 통해 소감을 밝히고 있다. 이날 서울중앙지법 민사68단독 박진수 부장판사는 베트남전 민간인 학살 사건 피해자 응우옌티탄씨가 대한민국 정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국가가 3000만100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신귀혜 기자 = 1968년 베트남 전쟁 당시 한국군에 의한 민간인 학살 의혹과 관련, 피해자 측이 우리나라 정부를 상대로 낸 국가배상 소송 1심에서 일부 승소했다. 이는 베트남전 민간인 학살 의혹과 관련한 최초의 사법부 판단으로, 향후 생존자·유족 등의 소송이 이어질지 주목된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68단독 박진수 부장판사는 베트남전 민간인 학살 사건 피해자 응우옌티탄씨가 대한민국 정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전날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박 부장판사는 "이 사건 인권침해의 불법성, 피해 내용과 정도, 50년 이상 배상이 지연된 점 등을 고려해 위자료를 4000만원으로 정했다"면서도, "원고가 3000만100원의 지급을 구하고 있다"며 정부에 해당 금액의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명했다.

'퐁니·퐁넛 학살 사건'으로 불리는 이 사건은 1968년 2월12일 베트남 중부 꽝남성에 위치한 퐁니·퐁넛 마을에서 한국군에 의해 민간인 74명이 학살된 일이다.

당시 8살이었던 응우옌티탄씨는 한국군 총격으로 복부에 총상을 입었으며, 함께 총격을 당한 자신의 가족들도 죽거나 다쳤다고 주장했다.

그는 당시 비무장 민간인이었던 자신과 가족이 살상 피해를 입어 위자료를 구한다며 2020년 4월 한국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이는 베트남전 당시 한국군의 민간인 학살에 대해 피해자들이 우리나라 정부의 책임을 묻는 첫 법적 대응이었다.

3년여 간의 소송에서 응우옌티탄씨와 정부는 ▲소송요건 ▲소멸시효 ▲실제 한국군에 의한 학살 등을 주된 쟁점으로 두고 법정 다툼을 이어왔다.

법원은 대부분의 쟁점에서 응우옌티탄씨 측의 손을 들어줬다.

박 부장판사는 베트남 국민이 대한민국 법원에 낸 소송이지만 베트남과 한국 모두 내·외국인에게 동일한 권리와 의무를 보장하는 등의 사정을 고려하면, 이 사건에 한국의 국가배상법을 적용할 수 있으므로 소송요건을 갖췄다고 판단했다.

본안에선 국군이 자행한 학살 당시 상황에 대해 상세히 설명하며 국군의 총격 사실과 응우옌티탄씨 가족의 피해를 인정했다. 그러면서 이 같은 행위가 명백한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또 민법상 소멸시효가 지났다는 정부 측 주장에 대해서도 "원고에게 이 사건 소를 제기할 무렵까지도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사유가 있었다"며 그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지난 2019년 4월 응우옌티탄씨를 포함한 베트남전 당시 학살 생존자·유가족 103명은 진상조사 등을 요구하는 청원서를 청와대에 제출한 바 있다. 당시 정부는 이를 거부했다.

그러나 베트남전 당시 한국군의 민간인 학살을 인정하고, 그 배상책임이 한국 정부에 있다는 최초의 사법부 판단이 나오면서 응우옌티탄씨 외 다른 피해자들도 소송에 나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더욱이 이번에 법원 판단을 받은 퐁니·퐁넛마을 사건 외에도 다른 베트남 내 지역에서의 한국군에 의한 학살 의혹들이 제기돼 있는 만큼 소송 규모가 확대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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