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을 매혹한 무희 마타하리
유럽을 매혹한 무희 마타하리
  • 김영수 객원기자
  • 승인 2019.04.24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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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가레타 젤레는 결혼 후 자바섬에서 전통 춤을 배웠다. 그녀는 말레이어로 '여명의 눈동자'라는 뜻의 '마타하리'라는 이름으로 파리에서 무희 활동을 시작했다. 그녀의 신비롭고 관능적인 춤은 짧은 시간에 파리 사교계의 부유층은 물론 유럽 전역을 매혹했고, 유럽 정치를 쥐락펴락하는 각국의 고위층과 관계를 맺었다.

그러던 어느 날 독일 영사 크라머가 그녀에게 접근했고, 그녀는 프랑스 돈 2만 프랑을 받는 대가로 프랑스의 군사 기밀을 알아오라는 제의를 수락했다. 스파이 활동의 시작이었다. 그녀의 명성은 유럽 각국 정보전의 수단이 되었다. 아름답고 여린 모습으로 그녀가 전쟁이 무섭다고 훌쩍거리면 각국 군인은 너나없이 마타하리를 위로하며 군사기밀을 떠벌렸다.

마타하리
마타하리

마타하리는 미인계는 기본, 기지까지 타고난 스파이였다. 독일군은 영국의 신형 탱크 설계도가 프랑스 최고사령관 모건의 집에 있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마타하리를 투입했다. 그녀에게 모건을 유혹하는 일은 쉬웠다. 두 사람은 이내 동거를 시작했고, 마타하리는 벽에 걸린 유화 뒤편에서 밀실을 찾아냈다. 그녀는 문을 열 수 있는 여섯 자리 숫자의 암호를 풀기 위한 단서를 찾았지만 쉽지 않았다.

초조해진 마타하리는 문득 오래된 괘종시계를 올려다보았고, 순간 시계가 고장나서 9시35분15초에 멈춰 있다는 모건의 말이 떠올랐다. 9시면 21시, 그렇다면 비밀번호는 213515. 그녀는 설계도를 사진 찍어 베를린으로 보냈다. 고급 무기 정보를 손에 쥔 독일군은 영국 프랑스 연합군과의 지상전에 순조롭게 대비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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