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혈, 탯줄의 선물
제대혈, 탯줄의 선물
  • 장원영 기자
  • 승인 2018.08.02 10: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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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춘하는 세포, 조혈모세포

탯줄은 한 생명을 만들기 위해 엄마가 영양분을 공급해주는 소중한 통로지만, 출산 후에는 버려지고 만다. 하지만 최근 탯줄이 하나의 생명을 만드는데 그치지 않고 제2, 제3의 생명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귀빈 대접을 받고 있다. 도데체 뭘 가지고 있기에 극진한 대접을 받고 있는 것일까? 바로 '제대혈'이란 것을 품고 있는 것이 바로 이 탯줄과 태반이기 때문이다.

신생아가 분만되면 산모의 몸 속에는 태반과 탯줄이 남아 있게 되는데, 이것을 바로 '제대'라고 부른다. 제대혈이란 바로 태어날 아기의 탯줄혈액이다. 즉 갓 태어난 신생아의 탯줄과 태반에 있는 혈액을 말한다.

여기에는 혈액과 면역체계의 근간인 조혈모세포라는 소중한 자원이 들어있다. 또한, 연골, 뼈, 근육, 신경 등을 만드는 간엽줄기세포도 포함되어 있다. 조혈모세포는 백혈구, 적혈구, 혈소판으로 분화되어 인간의 혈액과 면역체계를 이루게 된다.

보통 골수나 아기의 태반과 탯줄에 존재하는 조혈모세포는 우리가 생명을 유지함에 있어서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이다. 흔히 골수이식이라고 알려져 있는데 제대로 얘기하자면 '골수 조혈모세포이식'이며, 아기탯줄혈액, 즉 제대혈의 조혈모세포 또한 똑같이 사용될 수 있다.

물론 제대혈안에는 조혈모 세포만 있는 것도 아니고, 조혈모세포가 제대혈에만 있는 것도 아니다. 현재로서 골수만큼 제대혈이 유용하게 임상에서 적용되어지고 있을 수 있는 것은 제대혈의 조혈모세포 때문인데, 조혈모 세포는 도데체 무엇일까?

조혈모세포는 모든 혈액세포, 골수세포, 림프계 세포들의 조상이 되는 세포로서, 자기복제를 할 수 있고 어떠한 혈액세포로도 나뉘어 질 수 있는 세포이다. 말 그대로 피를 만드는 세포인데 인체내에서 회춘하는 유일한 세포이기도 하다. 회춘한다는 의미는 자기복제능력이 높다는 얘기다.

혈액은 배아 때 난황낭에서 만들어지고 임신 5개월 때에는 간에서 조혈모세포가 만든다. 임신 8개월부터 이 세포는 뼈로 옮아가 골반뼈, 넓적다리뼈, 가슴뼈, 척추, 두개골기저 등에 자리 잡는다. 평소 전체 조혈모세포 중 1.5%만 피를 만들고 나머지는 휴식하다가 병, 수술 등 몸의 응급현상이 발생했을 때 피를 만들어 낸다.

예전에는 모든 조혈모세포를 뼛속에서 얻었기 때문에 '조혈모세포이식'을 '골수이식'이라 불렀지만 지금은 탯줄, 태반,말초혈관 등에서도 뽑을 수 있다고 한다.

'조혈모세포이식'이란 종양, 구조적 기형, 유전질환 등의 원인에 의한 비정상적인 골수를 높은 용량의 항암요법이나 방사선 요법을 시행하여 파괴한 뒤, 정상 조혈모세포를 이식하여  골수 기능을 회복시키고 면역체계를 재구성 해주는 시술이다. 자가골수, 타인골수,자가 말초액, 타인 말초액, 자가 제대혈, 타인 제대혈 이식 등 6가지 형태가 있다.

가장 많이 시도되는 것은 타인골수 조혈모세포이식이고, 공여는 HLA(Human leukocyte antigen)type이 일치해야 한다. HLA는 6번 염색체에 위치하여 멘델의 유전자의 법칙에 따라 유전되므로 형제 중에 일치할 확률은 25%정도이다.

1980년대 초반 탯줄혈액 내에 조혈모세포가 많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부터 탯줄은 이전에 받던 푸대접과 달리 좋은 평가를 받게 되었다. 조혈모세포는 피를 만드는 세포로써 이를 활용하면 백혈병 등 혈액 질환에 곧바로 임상적적용이 가능하다는 결과가 발표되면서 홀대받던 탯줄의 가치가 급부상하게 된 것이다.

제대혈의 효능이 처음 소개된 건 1988년, 프랑스의 Dr.Gluckman이 Fanconi's Anemia를 앓고 있는 5세 남아에게 첫 제대혈 조혈모세포 이식을 시행하여, 현재까지 건강하게 생존하고 있음으로 해서, 새로운 치료의 장을 열게 되었다.

국내에서는 1996년 계명대학교 동산의료원에서 제대혈 이식이 처음으로 시도했으며, 카톨릭의대 성모병원, 서울대병원, 동아대병원 등을 중심으로 현재 여러건의  제대혈 조혈모이식이 진행된 상태다.

이미 탯줄혈액 이식은 골수를 구할 수 없는 백혈병 환자 등에 대한 새로운 혈액암 치료법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추세다. 국내에서도 이 치료법을 통해 효과를 보는 환자가 많이 있다. 그러나 이는 탯줄혈액이 가지고 있는 무한한 가능성에 비하면 작은 결실에 불과하다는 것이 관련 분야 연구자들의 지적이다. 탯줄혈액의 궁극적 연구 목표는 줄기세포를 이용한 '세포치료'에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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