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연봉 여의도 증권 유관기관…청소노동자 처우는?
고연봉 여의도 증권 유관기관…청소노동자 처우는?
  • 뉴시스
  • 승인 2019.04.26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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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거래소·금융투자협회·예탁결제원 청소노동자 휴게실 취약
화장실·지하주차장 등의 한켠에 쉼터 마련한 열약한 현실
금투협 "고의로 쉬게 한 것 아니다. 앞으로 개선해나가겠다"

 한국거래소•금융투자협회•예탁결제원 청소노동자 휴게실 취약
화장실•지하주차장 등의 한켠에 쉼터 마련한 열약한 현실
금투협 "고의로 쉬게 한 것 아니다. 앞으로 개선해나가겠다"


"청소 아주머니들이 여자화장실 한쪽 칸에서 쉬고 있어요."
고액 연봉을 받는 금융중심지 여의도에서 비금융권 종사자의 처우는 그야말로 찬밥 신세라는 지적이 높다. 대표적 사례가 여성 청소노동자들이다. 명목상 쉼터는 있지만 보통 여자화장실 한쪽 칸에서 간단히 음식을 먹으며 쉬고 있는 모습이 자주 발견된다.   

2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거래소와 금융투자협회, 한국예탁결제원에는 청소노동자 쉼터가 있다. 거래소에는 신관 지하 3층과 별관 1층에 청소노동자 휴게소가 있는데 별관 휴게실은 크기가 한 평 남짓이다. 

예탁결제원에는 청소노동자 휴게소가 지하주차장 안에 네 곳으로 분산돼 있다. 각각 1명이 겨우 쉴 수 있는 작은 크기다. 금융투자협회는 지하 6층에 있다. 그래서인지 금융투자협회 청소노동자들은 여자화장실 한켠에 마련된 탕비실에서 차를 마시거나 간단한 음식을 먹고 휴식을 취하곤 했다. 

금투협의 경우 청소노동자를 위한 휴게실은 지하 8층에서 지상 23층까지 뻗어 있는 건물 동선을 고려하면 휴게실이 너무 멀기 때문에 화장실 쉼터는 노동자 스스로 만든 고육지책이었다. 

세 기관이 마련한 쉼터가 지하에 있다는 점은 우연이 아니다. 임대 등 수익사업을 위해 지상의 빈 공간은 아끼고 지하 유휴 공간에 쉼터는 두겠다는 금융투자업계 특유의 비용절감 논리가 개입된 것이다. 

 여의도 증권가에선 요즘 '연봉'이 최대 화두다. 보수가 5억원을 넘으면 일반 임직원도 명단을 공개하도록 지난해부터 규정이 바뀌어서다. 일반 증권사는 아니지만 거래소, 금투협, 예탁원도 직원 연봉이 평균 억대에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반 증권사나 투자회사와는 달리 공공성이 강한 이들 기관이, 일하는 사람들이 누려야 할 최소한의 휴식공간조차 제대로 배려하지 않는 모습은 씁쓸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이들 증권 유관 기관들은 사옥도 자가 사옥이며 공실도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업주인 정지원 이사장과 권용원 회장, 이병래 사장이 저임금에 시달리고 쉴 곳조차 마땅치 않은 청소노동자들의 현실을 제대로 모르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근로기준법과 산업안전보건 관련 법령에 따르면 사업주는 노동자들이 피로와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 휴식시간에 이용할 수 있는 휴게시설을 갖춰야 한다. 

고용노동부는 이와 관련해 지난해 가이드라인을 만들었다. 가이드라인에는 사업장 내 휴게시설은 1인당 1㎡, 최소 6㎡의 면적을 확보해야 한다. 

이와 함께 냉난방•환기시설 등을 설치해 실내 환경을 쾌적하게 유지해야 하고 옥외작업장의 경우 그늘막과 선풍기, 온풍기 등을 둬 더위와 추위를 피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아울러 적절한 조명시설을 갖춰야 하고 소음을 차단하는 장비도 마련해야 한다. 

한편 금투협은 뉴시스가 취재에 들어가자 청소노동자 쉼터를 빠르게 개선하기로 했다. 금투협은 청소노동자들과 간담회를 가져 지하 한 곳에 그쳤던 휴게소를 지상 17층에도 마련하고 여자화장실에 있는 탕비실은 편의상 휴식기능만 유지하기로 합의했다. 

금투협 관계자는 "(청소노동자에게) 관심을 두지 않거나 고의로 화장실에서 쉬도록 한 것은 아니다"라며 "미처 파악하지 못했던 부분을 잘 인지해 개선해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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