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감염병 대비, 병상·인력 확보 관건…평시 운영돼야"(종합)
"미래 감염병 대비, 병상·인력 확보 관건…평시 운영돼야"(종합)
  • 뉴시스
  • 승인 2023.03.17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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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병청 미래 감염병 대비 의료대응 체계 강화 토론회
"공공병원은 필수 기능 유지해야…국가적 지원 필요"
구무서 기자 =17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미래 감염병 대비 의료 대응 체계 강화 토론회에서 토론자들이 발언하고 있다

구무서 기자 = 다음 주부터 대중교통에서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되며 일상회복이 더 가까워진 가운데, 코로나19 이후 새로운 감염병으로부터 대비하기 위해선 병상과 인력 등 의료 자원을 선제적으로 확충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질병관리청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최연숙 의원(국민의힘)은 17일 오후 국회에서 미래 감염병 대비 의료 대응 체계 강화 토론회를 열었다.

이번 토론회는 코로나19 경험을 바탕으로 다음 감염병 대유행에 대한 의료 대응 강화 방안을 찾기 위해 마련했다.

발제자로 나선 엄중식 가천대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감염병 위기 대응 병상 자원 관리 체계 구축과 의료 인력 운용 방안을 발표했다.

엄 교수는 우리나라의 코로나19 대응 중 해외에 비해 안정적인 병상 점유율, 유행 규모에 맞춘 병상 운용, 중환자 병상에서 적극적인 치료 진행, 민간병원 동원, 생활치료·재택의료를 통한 경증환자 수용 등을 장점으로 꼽았다.

반면 일정하고 지속적인 계획이나 시스템 구축이 부족했고 숙련된 인력 이탈로 인한 진료 공백, 공공병원의 중증·특수 진료 역량 부족, 비 의료진의 기본 중증도 분류, 병상 현황 보고 체계 등은 문제점이라고 지적했다.

엄 교수는 "실제 환자가 도착했을 때 중증도가 다른 상황이 있었고, 같은 내용의 환자 숫자가 병상 현황, 의료 인력 수에 대해 다른 양식으로 3~4개 기관에 보고를 해 의료기관의 업무가 가중되기도 했다"고 말했다.

또 민간병원의 경우 병상 동원에 최소 2~3주가 필요한 데 긴박한 지정으로 혼란을 야기했고 공공병원은 코로나19에 전체 역량이 투입돼 코로나19 외 질병에 의한 악화 및 사망이 가속화됐다. 공공병원의 경우 특수 진료나 중환자 진료가 가능한 경우도 많지 않아 필요한 부분의 역할을 담당하지 못하는 일도 발생했다.

호흡기 증상이나 발열 환자가 격리 가능한 공간 부족, 숙련도가 낮은 인력 파견, 의료진 보상, 투석·분만·소아 등 특수병상 및 인력 부족, 수가와 보상 체계도 아쉬운 점으로 제시했다.

엄 교수는 향후 신종 감염병 대응을 위해 "중앙감염병전문병원과 권역감염병전문병원의 격리병상 및 중환자 병상을 확충하고 중환자실 인력도 여유있게 구성해 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상급종합병원과 국립대학병원은 원칙적으로 국가지정 중환자 병상으로 운영하고 있는데, 평상시 중환자의 최대 수용보다 20~30% 여유있게 병상을 운영하는 방안도 제안했다. 공공병원의 경우 재난상황이어도 공공병원의 필수 기능은 유지하면서 병상을 동원하는 것을 원칙으로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모든 병원의 중환자실은 장기적으로 1인실로 구성하도록 하고 특수병상 및 시설 확대를 위해 국가의 지원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의료진의 경우 중증병상 5개당 최소 1명 이상의 의사, 중등증병상은 10개당 최소 1명 이상의 의사가 필요하고 생활치료센터에는 시설별 최소 2명, 재택치료센터는 환자 500명당 최소 1명을 제시했다.

구무서 기자 = 엄중식 가천대길병원 감염내과 교수가 17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미래 감염병 대비 의료 대응 체계 강화 토론회에서 발표하고 있다

두 번째 발제자로 나선 김연재 중앙감염병병원 운영센터장은 신종 감염병 의료 대응 체계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김 센터장이 조사한 일일 입원 병상 점유 현황을 보면 최대 재원 환자는 8만8186명, 위중증 환자는 2248명에 달했다.

그러나 충분한 병상이 확보되지 않아 서울시에서는 경기도를, 세종시에서는 대전이나 충북·충남을, 전라남도에서는 광주시를, 경상북도에서는 대구시 병상을 활용했다.

김 센터장은 오미크론 변이의 전파력과 델타 변이의 중증화율을 고려해 전국적으로 약 5만2000개 병상, 3600개의 중증병상이 필요하다고 추정했다.

이를 위해 그는 권역감염병병원의 법적 기능을 강화하고 관련 예산을 지원해 감염병 위기 상황에서 역할을 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진 토론에서 이재갑 한림대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감염병 중증병상의 지속적인 운영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이 교수는 "현재 구축된 국가지정 격리병상을 중증병상화 시켜서 구조와 인력을 갖추도록 해야 한다"며 "평상시에도 국가가 지정하는 중증병상에 대해서는 인력과 운영비를 계속 지원해 팬데믹 상황에서 바로 사용할 때 개별 병원이 반발할 수 없는 조건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박향 보건복지부 공공보건정책관은 "내년에 1700개 정도의 음압병상 예산을 세웠는데 평상시에도 유지할 수 있느냐가 숙제"라며 "실무적으로 질병관리청과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임숙영 질병청 감염병위기대응국장은 "권역 감염병 전문병원 5개를 설립 중이고 2개를 더 추가 지정할 계획"이라며 "지원비를 제공하는 병상은 위기 시 중환자 병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기준을 조정할 예정이고 운영비도 현재 병상당 1000만원을 약간 넘는데, 현실화하는 방안을 재정당국과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또 김성한 서울아산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유행 상황에서 신속하고 효과적인 연구를 진행할 수 있는 제도적 지원을 제안했다.

정선영 건양대학교 간호대학 교수는 "간호사는 상대적으로 높은 감염 위험도에 노출돼있고 고강도 업무를 해야 했다"며 "이런 상황을 개선하지 않고는 미래 감염병 대비가 가능하지 않다. 반드시 개선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는 코로나19 백신 접종 후 사망 등 피해를 주장하는 단체에서 참석해 정부의 예방접종 및 대응 체계에 대해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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