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원 최영서 기자 =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11일 야당이 강행 처리한 '간호법 제정안'에 대해 "대통령 재의요구권(거부권)과 상관없이 사회적 갈등을 해소하고 붕괴된 의료 협업체계를 복원하기 위해 양당 간 새로운 합의에 이르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윤 원내대표는 이날 낮 출입기자단과 함께한 브라운 백 미팅에서 "사회적 갈등을 최소화하는 게 입법의 본래 기능인데, 오히려 법안 통과로 문제가 생기면 그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하는 게 국회의 당연한 책무"라고 말했다.

윤 원내대표는 앞서 간호법에 대해 새로운 합의점을 찾자고 더불어민주당에 제안했다면서 "일단 민주당은 구체적인 답변을 안 줬다"고 전했다. 이어 "원내수석부대표를 통해 협상을 진행하고, 민주당 반응을 지켜볼 것"이라고 했다.

윤 원내대표는 "의료법은 기본법이다. 어떤 직역이나 자격에 대한 법은 나라마다 다르지만, 의료시스템 분야별로 떨어진 법을 만드는 나라는 제가 알기로는 없다"며 "국회를 통과한 이 법이 그대로 공포되고 시행될 경우 일어날 수 있는 현장의 문제점 등을 정말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정부여당 입장에서 현장 혼란도 막고 의료 관련 단체들의 협업 시스템을 지키고, 의료법이라는 틀 자체가 무너지는 데 대한 여러 고민을 해야 한다"며 "표에서 (우리 당이) 손해를 보더라도 전체 의료시스템이 붕괴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여야가 합의점을 찾지 못하는 '전세사기 특별법'에 대해서는 "그간 민주당의 문제 제기를 거의 수용해서 피해 요건을 많이 완화했고 합의에 이르렀는데, 민주당이 여러 새로운 제안을 하고 정부에서 검토하면서 늦어지고 있다"며 "가급적 다음 주 중에는 합의하도록 양당이 노력할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상임위원회 차원에서 여의찮으면 원내지도부가 나서서 다음 주까지 합의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오는 25일 본회의를 여는 만큼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쳐서 처리할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여야 국회의원 전수를 대상으로 가상자산 투자 내역을 조사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김남국 의원 관련 의혹을 해소하는 게 먼저"라며 "입법 불비로 인해 공직자들이 재산을 숨길 여지가 있다면 바로 잡아야 한다. 나머지 전수조사와 같은 부분은 이 문제(김 의원 의혹)를 정리한 후에 해도 된다"고 말했다.

전기요금 인상에 대해서는 "지금도 계속 협의를 진행 중"이라며 "조만간 가시적인 결론이 나오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취임 한 달을 맞이한 윤 원내대표는 대야(對野) 협상에 대해 "한쪽이 이기는 협상은 바람직하지 않다. 서로 어느 정도 균형을 맞춰서 일방적인 승자가 없는 협상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전임 양당 원내대표들이 합의하기 쉽지 않은 사항들을 뒤로 미뤘다. 한 달간 정말 소수 여당으로서 어려운 여러 고민을 매일 하다시피 했다"며 "다음 총선은 꼭 이겨야한다는 생각을 절절하게 느끼고, (의석) 숫자가 많을 때 여당 원내대표를 하면 좋았겠다는 오만가지 생각이 다 들었다"고 회고했다.

그는 다만 "박광온 민주당 원내대표가 인품이 훌륭하고 의회주의자의 기본을 갖추고 있고, 그런 생각을 가지고 계신 것 같다"며 "우리 당과 민주당이 같이 남은 1년 동안 국민 비난을 덜 받고 정치가 정말 1㎝라도 좀 더 품격있게 성장했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도록 서로 윈윈했으면 좋겠다"고 기대했다.

이어 "최근에 대통령께서 취임 1주년에 양당 원내대표를 만나겠다고 말씀하셨는데, 민주당 당내 사정으로 잘 안됐다"며 "앞으로 여야 소통 자리를 더 많이 만들도록 애쓸 것"이라고 덧붙였다.

윤석열 대통령에게 이재명 민주당 대표 등 민주당 지도부와의 만남을 건의할 것인지를 묻는 말에는 "일차적으로 양당 원내대표가 어떻게 대통령을 만날지에 집중하고 난 다음 순차적으로 여야가 국정을 함께 논의하는 자리가 만들어질 것"이라고 답했다.

아울러 당내 현안, 윤 원내대표 개인에 대한 질문과 답변이 이어졌다.

전날 김재원 최고위원과 태영호 의원에 대한 중앙윤리위원회 징계에 대해서는 "그간 지도부가 출범하고 나서 소위 설화가 있었는데, 그런 일들을 정리하는 과정"이라고 밝혔다.

내년 총선 승리 전략에 대해서는 "수도권 선거에서 이기려면 결국 '중도 외연 확장'과 '젊은 표심 얻기' 두 가지밖에 없다"며 "꾸준히 진정성을 갖고 다가가고, 우리 스스로 실수하지 않고, 국민 눈높이에 맞게 처신하는 노력이 쌓여서 선거 이미지가 형성된다"고 전했다.

다만 그는 "선거 민심은 서너 달 전부터 형성되는 경향이 있다. 지금부터 꾸준히 이번 연말까지 우리의 문제점을 고치고, 국민을 위해 애쓴다는 진정성을 보인다면 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며 "공천 과정에서 잡음이 없고 좋은 사람을 발굴하는 것 등이 부가적으로 겹쳐야 총선에서 승리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체질적으로 술이 맞지 않는다는 그는 윤 대통령과의 만찬 자리에 대해 "대통령께서 술을 강권하는 스타일이 아니다. 자기주장껏 마시도록 편하게 해주신다. 대통령과 식사하면서 술 때문에 고민한 적은 없다"고 밝혔다.

그는 "이제까지 공직 생활을 하면서 상사가 주는 술을 한 번도 거절해 본 적 없다. 폭탄주를 잘 못 마시지만 10잔이든 20잔이든 먹는다"면서도 "일단 먹고 집에 가서 손발을 다 따기도 해서 집사람이 밤새 애를 먹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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