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세수결손 우려에…정부, 공정가액비율 상향 '만지작'
역대급 세수결손 우려에…정부, 공정가액비율 상향 '만지작'
  • 뉴시스
  • 승인 2023.06.17 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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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시장가액비율 60→80% 상향 검토
유류세 인하 조치 종료 가능성도 나와
기재부 "모든 가능성 열어 두고 검토"
김근수 기자 = 서울 송파구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 앞에 매물 안내문이 게시되어 있다. 

박영주 기자 = 역대급 세수 결손 우려에 정부가 앞서 깎아준 세금을 되돌리는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개별소비세(개소세) 인하 조치를 5년 만에 종료한 데 이어 종합부동산세(종부세) 공정시장가액비율(공정가액비율)을 상향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17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이르면 이달 내 종부세 공정가액비율을 60%에서 80%로 상향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공정가액비율은 세금 부과 기준인 과세표준을 정할 때 공시가격에 곱하는 비율을 의미한다. 공정가액비율이 높아지면 과세표준이 올라가 세금이 늘어나는 구조다.

법에 규정된 종부세 공정가액비율은 60~100% 사이에서 조정할 수 있다. 이는 정부 시행령만으로 개정할 수 있어 국회 동의가 필요 없다. 앞서 윤석열 정부는 출범 직후 공정가액비율을 60%로 낮춘 바 있다.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크게 올라간 종부세 부담을 낮추기 위한 조치였다.

하지만 최근 부동산 침체로 공동주택 공시가격이 지난해보다 18.6% 하락하면서 종부세 정상화 방안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이는 2005년 공동주택 공시가격 조사 제도를 도입한 뒤 최대 하락이다. 정부는 올해 종부세 공정가액비율을 80%로 올린다는 전제하에 종부세 세입 예산을 산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기재부 관계자는 "올해 상반기 목표로 공정가액비율을 결정하는 것을 목표로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살펴보고 있다"면서도 "공동주택 공시가격 하락 영향으로 공정가액비율이 올라가더라도 세 부담은 지금보다 크게 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3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공정가액비율을 60%에서 80%로 상향하는 방안에 대해 "결정된 바 없다"며 "전반적인 세수 부담이나 시장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보고 추후 판단할 예정"이라고 답했다.

정부가 공정가액비율의 상향을 들여다보는 배경에는 최근 급격한 세수 감소가 꼽히고 있다. 가뜩이나 '나라 곳간'이 비어가는데 공동주택 공시가격 하락 추세에서 공정가액비율을 지금처럼 유지할 경우 종부세 감소폭이 더 커질 수 있다는 계산이 깔린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월간 재정동향'에 따르면 올해 1~4월 국세수입은 134조원으로 전년보다 33조9000억원 덜 걷히며 역대 최대 폭으로 감소했다. 세수 진도율은 33.5%로 2000년 이후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세수입이 감소하면서 총수입(211조8000억원)은 전년보다 34조1000억원 덜 걷혔다. 총지출(204조8000억원) 또한 26조5000억원 줄었지만, 총수입이 더 크게 쪼그라들면서 정부의 실제 살림살이를 가늠할 수 있는 관리재정수지 적자 규모는 45조4000억원에 육박했다. 이는 올해 적자 전망치 58조2000억원의 78%에 달한다.

고승민 기자 = 서울의 한 주유소를 찾은 운전자들이 주유를 하고 있다

이러한 세수결손 우려가 커지자 정부는 이달 말 개소세 인하 조치를 5년 만에 종료하기로 했다. 정부는 코로나19에 대응한 내수 진작 대책으로 정책 목적을 달성했기 때문에 종료한다고 밝혔지만 내부적으로는 세수 부족 사태를 고려한 것으로 전해진다.

정부는 2018년 7월에는 자동차 산업 활성화와 내수 진작 등을 위해 개소세를 3.5%로 낮추고 2019년 12월까지 운영했다. 최근 5년간 2020년 1~2월을 제외하고 개소세 인하를 시행해 온 것이다.

여기에 8월 말까지 연장된 유류세 인하 조치 역시 종료될 가능성이 나온다. 앞서 정부는 지난 4월 유류세 탄력세율 인하 조치를 오는 8월까지 연장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국제유가에 대응하기 위해 2021년 11월부터 유류세를 20% 인하했다. 이후 지난해 5월 인하폭을 30%로 확대하고 같은 해 7월부터는 탄력세율을 동원해 인하폭을 37%까지 늘렸다. 올해 1월부터 휘발유 유류세 인하율은 25%로 축소했으나 경유와 액화석유가스(LPG) 부탄은 37%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유류 가격은 안정세를 찾고 있다. 16일 기준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은 ℓ(리터) 당 1578.67원으로 전날보다 1.18원 하락했다. 경유 가격도 ℓ당 1391.45원으로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유류세 인하 조치로 줄어든 교통·에너지·환경세는 5조5000억원으로 추산된다.

이와 관련해 기재부 관계자는 "최근 국제 유가와 국내 유가가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면서 "아직 종료 시점까지 시간이 남은 만큼 상황을 보고 연장 및 종료 여부를 판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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