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주석중 교수가 일깨운 '흉부외과 붕괴'…내년 현실된다
故주석중 교수가 일깨운 '흉부외과 붕괴'…내년 현실된다
  • 미디어데일
  • 승인 2023.06.20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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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의 대거 은퇴 2025년 이후 인력부족 심각
이탈 등 감안 전공의 한해 55~60명 정도 돼야
수련금 지급·보조인력 확충 등 전공의 지원해야

서울아산병원 심장혈관흉부외과 故 주석중 교수의 죽음을 계기로 의사 부족 등 고질적인 필수의료 시스템 문제가 재조명받고 있다. 내년부터 흉부외과 은퇴 전문의가 신규 배출 전문의보다 많아져 흉부외과 의사가 '자연감소'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획기적인 수가(진료비) 조정과 전공의 지원책이 없다면 흉부외과 의사 숫자는 '마이너스' 늪에 빠질 것으로 보인다.

20일 대한심장혈관흉부외과학회에 따르면 현재 국내 흉부외과 의사 수(면허 보유 기준)는 1500~1600명 가량된다. 이런 가운데 내년부터 신규 배출되는 전문의(21명)보다 은퇴하는 전문의(32명)가 더 많아져 흉부외과 의사 수는 '자연감소'할 전망이다. 현재보다 적은 인력으로 계속 늘고 있는 폐암·심장·대동맥 박리 등 수술 수요를 감당해야 된다는 얘기다.

정의석 강북삼성병원 흉부외과 교수(대한심장혈관흉부외과학회 기획홍보위원장)는 "1993년 흉부외과 전문의를 한해 57명으로 가장 많이 배출했고, 올해 19년 만에 2004년(39명) 수준인 40명의 전공의를 확보했다"면서 "하지만 수요와 공급, 다른 과보다 높은 전공의 중도 포기율과 고령화로 늘고 있는 폐암, 심장 수술 수요를 감안하면 업무량은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의석 강북삼성병원 흉부외과 교수(대한심장혈관흉부외과학회 기획홍보위원장),(사진=강북삼성병원)
정의석 강북삼성병원 흉부외과 교수(대한심장혈관흉부외과학회 기획홍보위원장),(사진=강북삼성병원)

 학회에 따르면 흉부외과 전공의는 지난 10년 간 연평균 26.1명으로 1993년에 비해 절반 이상 감소했다가 올해 늘어나긴 했다. 하지만 당장 올해 은퇴할 것으로 예상되는 전문의는 30명인데, 새롭게 배출되는 전문의는 32명에 불과하다. 특히 1993년 배출한 전문의들이 은퇴하게 되는 2025년 이후부터 의사 수 부족은 심각해질 전망이다. 2027년 은퇴할 것으로 예상되는 전문의는 56명인데, 올해 들어온 전공의들이 한 명도 그만두지 않는다고 가정해도 전문의 16명이 부족하게 된다. 2028년과 2029년에는 각각 53명, 59명이 은퇴할 것으로 예상돼 전공의를 올해 수준으로 확보해도 10명 이상이 매년 모자란다.

특히 흉부외과 전공의 중도 이탈률은 필수의료 진료과목 중 가장 높다. 더불어민주당 신현영 의원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 간(2018~2022년 7월) 필수의료 과목의 전공의 중도 이탈률은 10.5%로 전체 평균 9.3% 보다 높았고, 흉부외과가 14.1%가 가장 높았다. 산부인과 13.1%, 외과 13.0%, 신경외과 12.7%, 내과 10.3% 등이 뒤따랐다.

정 교수는 "지난 10년 간 폐암, 심장 수술은 각각 33.8%, 70% 정도가 늘었고 인구 고령화로 더 늘어날 전망인데, 흉부외과 의사는 향후 10년 안에 37%, 15년 안에 60%가 은퇴하게 돼 모자라게 된다"면서 "이를 감안하면 적정 인원은 지금보다 한 해 15~20명 정도 더 많아져야 한다"고 말했다.

지역 흉부외과 의료 시스템이 이미 무너진 가운데, 전공의 배출까지 10년 이상 걸려 의료시스템의 변화가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정 교수는 "아파도 갈 수 있는 병원이 없는 지역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면서 "전국에 흉부외과 수술을 하는 병원이 90곳 정도 되는데, 1년에 20건 이상 수술하는 병원은 그렇게 많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대동맥 박리 수술을 할 수 있는 병원은 68곳인데, 이 중 연간 5건 이상 하는 병원이 30개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며 "규모가 큰 병원 가운데 심장 수술을 할 수 없는 경우도 있어 내과, 소아청소년과 등 다른 과 의사들이 흉부외과 지식이 부족한 것도 문제"라고 했다.

미래 흉부외과 의사 부족 사태를 겪지 않으려면 정부 주도의 정확한 전문의 수급 전망부터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서울의 한 상급종합병원 교수는 "10년 이상 정부 주도의 전문의 수급 전망 연구가 전혀 없었다"면서 "국가에서 적정한 티오(정원)를 정해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흉부외과 수가 현실화 필요성도 끊임없이 제기돼고 있다. 우리나라는 의료행위를 해야 수가가 발생한다. 당직은 의료행위가 아니어서 수가 자체가 없다.

정 교수는 "주 교수도 (숨진)그날 수술하고 새벽 3시에 귀가했는데, 당직 수가가 없다"면서 "흉부외과 의사들은 전공의 때부터 이런 시스템이 익숙해져 있지만, 수가를 줄 수 있는 법·제도가 없다보니 병원마다 오버타임 수당을 주거나 시간당 일정 금액을 지급하는 식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말했다.

주 교수가 책임졌던 대동맥 박리 수술 수가도 학회가 정부를 몇년 간 설득한 끝에 지난해 만들어졌다. 그동안 우리나라에서 대동맥 박리 수술이 매년 몇 건 이뤄지고, 몇 명이 죽는지 통계조차 없었다고 한다. 대동맥 박리는 대동맥 내벽 손상으로 대동맥벽 내부로 혈류가 진입해 혈류를 따라 혈관벽이 확장되면서 혈관벽 내층이 찢어지는 질환으로 극심한 통증으로 응급실을 찾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찢어진 정도가 심하면 병원 도착 전 사망할 수도 있다.

수가도 고강도·고위험·고난이도 진료의 특성이 반영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흉부외과는 장시간의 고난도 수술이 대부분이다. 현재 심장 수술만 하더라도 10명 이상의 인력이 동원되지만, 인건비조차 제대로 책정되지 않았다.

정 교수는 "똑같은 질환에 대한 수술을 5시간 하는 것과 20시간 하는 것과 수술비가 같고, 장시간이 소요되는 수술을 할수록 수술장 점유 시간이 늘어나 병원도 손해를 보는 구조"라면서 "정부에서 정한 전공의 정원에 한해 수련금을 지급하고, 전공의와 손발을 맞추는 보조인력을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흉부외과는 환자의 생명과 직결되는 고난도 수술이 많아 숙련된 흉부외과 전문의는 물론 첨단 장비와 시설, 마취과 전문의, 심장내과 전문의, 심폐기사, 전문간호사 등 지원 인력이 뒷받침돼야 한다. 아무리 수술 실력과 경험이 풍부한 의사라 할지라도 이런 인프라 없인 환자를 제대로 치료하거나 살릴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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