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년 역사' 서울백병원, 운명의 날…폐원 여부 오후 결정
'82년 역사' 서울백병원, 운명의 날…폐원 여부 오후 결정
  • 뉴시스
  • 승인 2023.06.20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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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법인 오후 이사회 열어 폐원안 의결 전망
병원 교수·시민사회단체는 폐원 반대 목소리
권창회 기자 = 서울백병원이 경영 악화로 개원 82년 만에 폐원 수순을 밟는다. 서울백병원에 따르면 학교법인 인제학원은  20일 이사회를 열고 서울백병원 경영정상화 태스크포스(TF)팀에서 결정한 '서울병원 폐원안'을 의결할 예정이다. 사진은 지난  6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백병원 모습. 

백영미 기자 = 20년째 경영난으로 누적 적자가 1745억 원에 달하는 서울 중구 인제대 서울백병원의 운명이 오늘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20일 서울백병원에 따르면 학교법인 인제학원은 이날 오후 3시 서울백병원 건물에서 이사회를 열고 서울백병원 경영정상화 태스크포스(TF)팀에서 결정한 '서울병원 폐원안'을 의결할 예정이다.

폐원안이 의결되면 서울백병원은 1941년 '백인제외과병원'으로 문을 연 지 82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된다. 이대동대문병원(2008년), 중앙대 용산병원(2011년)에 이어 서울 강북 도심의 대학병원이 다시 문을 닫게 되는 것이다.

서울백병원은 2004년 처음으로 73억 원 손실을 보며 적자로 돌아섰고 올해까지 누적 적자만 1745억 원에 달한다. 주변 거주 인구가 줄고 건물이 노후화된 영향이 컸다. 그 간의 적자는 일산백병원 등 '형제병원' 4곳의 수익으로 메워왔다.

병원 측은 2016년부터 TF팀을 만들어 운영하며 경영난 해소를 위해 노력해 왔다. 병상 수를 2017년 276개에서 122개로 절반 이상 줄이고, 병동을 리모델링하고 매년 30억~50억 원씩 투입했다.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인턴 수련병원으로 전환해 레지던트도 받지 않았다. 하지만 적자를 벗어나기엔 역부족이었다.

서울백병원은 요양병원, 전문병원 등으로 전환하는 방안도 모색했다. 하지만 경영 컨설팅 업체는 중구 지역에서 의료 사업을 시행하기 어렵고 폐업 후 다른 용도로 전환하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내용을 전달해왔고 이사회 안건으로 상정키로 했다.

인제학원은 폐원이 결정돼도 서울백병원 직원 393명의 고용을 승계한다는 방침이다. 법인 소유의 다른 병원에서 일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다. 인제학원은 일산·부산·해운대·상계병원도 운영 중이다. 인제학원 소유인 건물과 부지 활용 방안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병원 교수들과 시민사회단체를 중심으로 서울 도심의 필수의료 공백을 우려하며 폐원을 반대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조는 지난 19일 '서울백병원 폐원 저지 공동대책위원회'를 발족하고 폐원 계획을 철회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이들은 "서울백병원은 감염병 전문병원으로 대규모 응급센터를 운영하고 있는 만큼 폐원하게 되면 서울 도심의 필수의료 공백과 공공의료 기능 부재로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백병원 교수협의회는 "경제적 이유만으로 폐원을 결정해선 안 된다"며 "병원 회생 대책을 마련해 교직원들과 대화할 것을 법인에 요구한다"고 밝혔다. 또 "법인은 폐원하게 되면 교직원을 형제 병원으로 고용승계하겠다고 밝혔지만 연쇄적인 경영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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