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업일수 증가 통계 착시…일별 수출 2.2%↓
이승주 기자 = 올해 6월 들어 처음으로 10개월 만에 월별 수출 실적이 증가세로 바뀌었다. 역대급 무역적자에서 벗어나는 조짐을 보이는 것 아니냐는 기대 섞인 전망이 고개를 드는 가운데, 이는 조업일수에 따른 통계적 착시일 뿐 낙관은 시기상조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22일 관세청이 발표한 이달 1~20일 수출입 현황에 따르면 수출은 329억 달러(약 42조5561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5.3%(16억4000만 달러) 증가했다.
관세청이 매달 1~20일 집계한 수출 실적이 증가세로 돌아선 것은 지난해 8월 이후 처음이다. 수입은 345억 달러(약 44조6257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11.2% 감소했다.
앞서 산업부는 이르면 8월께 흑자 전환될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장영진 1차관은 지난 5월22일 기자 오찬간담회에서 "무역적자 규모는 올들어 월 별로 계속 줄고 있다"며 "8~9월에는 흑자 전환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하반기에는 확실히 국민 걱정을 덜어드릴 것 같다"고 며 이같이 말했다.
이에 이달 수출 증가세 전환이 그 신호탄 아니냐는 기대감도 나온다. 하지만 아직 단언하기에는 이르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달 산출된 데이터가 조업 일수에 따른 결과란 점에서, 실제로 수출이 늘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제대로 수출입 상황을 파악하려면 좀 더 장기적인 데이터를 살펴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번에 집계된 6월 20일치 통계 중 조업일수는 14.5일이다. 비교 대상인 지난해 조업일수(13.5일)보다 길다는 점에서 수출 규모가 늘어난 것처럼 보일 수 있다는 해석이다. 실제로 조업일수를 고려한 일 평균 수출액은 22억7000만 달러(약 2조 9351억원)로 전년 대비 2.0% 감소했다.
이달 수출 실적은 승용차와 선박이 견인했다. 승용차와 선박에서 각각 전년 동기 대비 110.1%, 148.7% 증가했다. 반면 우리 주요 수출 품목인 반도체는 여전히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반도체 부문에서 전년 대비 23.5%, 석유 제품도 36.0% 줄었다.
최대 수출시장인 중국을 비롯한 베트남과 싱가포르 등 동남아에서 부진을 이어가고 있다. 싱가포르 16.1%, 중국 12.5%, 베트남 2.8% 순으로 감소했다. 반면 유럽연합(EU)과 미국은 각각 26.4%, 18.4% 등 증가했다.
조철 산업연구원 선임 연구위원은 "단기 데이터로 회복 시점을 논하기에는 아직 이른 것 같다"며 "구조적으로 눈에 띄는 변화나 반도체 업황 회복 등 없이, 현재 상황만으로는 가까운 시일 내 회복세로 전환한다고 단언하기 어렵다. 당분간 대내외 추이를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