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아이콘, 어린이들이 '죽겠다'고 합창하지 말기를
그룹 아이콘, 어린이들이 '죽겠다'고 합창하지 말기를
  • 뉴시스
  • 승인 2018.08.02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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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개월 만의 후속 앨범 '뉴 키즈: 콘티뉴'

 "'사랑을 했다'는 어린 아이처럼 즐겁게 만든 곡이에요. 동심이 있었죠. 그런 동심이 통하지 않았나 생각해요."(비아이)

그룹 '아이콘'이 올해 1월 발표한 앨범 '리턴'의 타이틀곡 '사랑을 했다'는 상반기 최고 히트곡이다. 43일 동안 주요 음원사이트 실시간 음원 차트 정상을 기록하는 등 주목받았다.특히, 쉬운 멜로디와 리듬으로 유치원생과 초등학생들 사이에서 '떼창곡'으로 여전히 인기를 누리고 있다. 덕분에 아이콘은 '초통령'(초등학생들의 대통령)이 됐다. 

아이콘 소속사 YG엔터테인먼트의 양현석(49) 대표 프로듀서는 자신의 소셜 미디어에 초등학생들이 교실, 강당, 버스 안 등에서 '사랑을 했다'를 합창하는 모습이 담긴 영상을 게재한 뒤 '이게 무슨 일이지?(What's going on?)'이라고 적기도 했다. 

'사랑을 했다' 작사, 작곡에 참여한 아이콘 리더 비아이(22)는 "초등학생들이 등산을 하면서 '사랑을 했다'를 많이 부르더라"면서 "많은 분들이 '좋게 들린다'라고 생각하는 것 같아 감사하다"고 말했다. 

"사랑을 했다 우리가 만나/ 지우지 못할 추억이 됐다/ 볼만한 멜로드라마/ 괜찮은 결말/ 그거면 됐다 널 사랑했다"로 이어지는 '사랑을 했다'의 노랫말은 슬프다. 

그런데 밝은 풍의 멜로디가 반복되고, 노랫말에 어려운 단어가 없다는 특징이 있다. 아이들이 따라 부르기 쉽고, 개사하기에도 좋은 것이다. 초등학생들은 "사랑을 했다"를 "늦잠을 잤다" 등으로 바꿔 불렀다. 학교는 물론 집에서도 이 멜로디에 다른 가사를 얹으면서 계속 불러, 인터넷 '맘 카페' 등에서 엄마들이 "아이들이 '사랑을 했다'를 그만 불렀으면 좋겠다"는 하소연도 했다.  

비아이 역시 "개사하기가 쉬운 것 같다"며 웃었다. "그런 부분이 사랑을 받는데 도움이 되지 않았나 싶어요."

'사랑을 했다' 이후 양현석과 아이콘 멤버 7명이 함께 대화할 수 있는 스마트폰 메신저 채팅방이 신설되기도 했다. 비아이는 "양 프로듀서님이 이전까지 무섭게 느껴졌어요. 그런데 이제 편하게 대하려고 하십니다"면서 "정말 감사할 따름"이라고 했다. "저희가 데뷔 4년차를 맞았는데, 너무 딱딱하게 대하거나 엄하게 했던 것이 걸리신 것 같기도 하고 이제 편안하게 대해주십니다." 

아이콘은 기세를 이어 받아 7개월 만인 2일 오후 6시 새 미니앨범 '뉴 키드: 콘티뉴'를 내놓는다. 지난해 5월 '뉴 키즈: 비긴', '리턴'에 이은 '뉴 키즈' 시리즈 3부작 완결판이다. 앨범 타이틀 속 '콘티뉴'에는 계속 발전하고 나아가겠다는 아이콘의 포부를 담았다.

총 5개 트랙이 실린 이번 앨범의 타이틀곡은 '죽겠다'다. 역시 비아이가 작사, 작곡에 참여했다. '사랑을 했다'와 라임을 맞춘 '~다' 시리즈로 인식될 수 있으나 비아이는 "제가 다, 나, 까로 끝나는 말을 좋아한다"며 의도적인 것은 아니었다고 답했다. 

'죽겠다'는 빠르고 강렬한 비트에 슬픈 정서를 녹여냈다. "죽겠다 또 어김없이/ 너의 흔적이 남아 날 괴롭힌다/ 죽겠다 남 대하듯이 돌아섰는데/ 왜 나는 외로울까" 등의 가사가 직설적이다. ‘죽겠다’라는 무거운 뉘앙스의 단어에 이별 후 느끼는 감정을 녹여냈다. 

비아이는 "누구나 은연 중에 한번씩 '죽겠다'는 말을 하잖아요. '배고파서 죽겠다', '힘들어서 죽겠다' 식으로요"라면서 "그것을 경험하는 시기를 즐기지 못해서 '죽겠다'라는 소리가 나오지 않나 해요. 그런 부분에서 영감을 받았습니다"고 설명했다. 

"이번에 '죽겠다'라는 제목은 동심에 조금은 유해할 수 있는 제목인데, 작업을 하기 전에는 초등학생들이 많이 따라 부른다는 걸 알기 전이었어요. 그럴 줄 았았으면 고려를 하는 건데"라고 너스레도 떨었다. "대신 20, 30대에 좀 더 공감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해요"라고 기대했다. 

3, 4개월마다 새 앨범을 내는 다른 소속사 가수들과 달리 YG 가수들은 1년에 앨범 한 장 내기가 힘들다. "좋은 곡이 아니면 앨범을 내지 않겠다"는 양현석의 신념이 반영됐다. 이에 따라 이번에 아이콘처럼 1년에 두 번 새 앨범을 내는 건 이례적이다. 

내부에서 아이콘에 대한 믿음이 강해졌고, 외부에서 아이콘의 인기가 높아진 것이 맞물린 결과다. 아이콘은 데뷔가 쉬웠던 팀이 아니다. 2013년 '윈: 후 이즈 넥스트(WIN:WHO IS NEXT)', 2014년 '믹스 앤 매치(MIX & MATCH)' 등 YG과 케이블 음악채널 엠넷과 손잡고 선보인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두 차례 겪고 2015년 데뷔했다.

점차 노련해진 기량과 성숙해진 태도로, 멤버들이 순차적으로 입대해 당분간 공백이 생길 YG의 대표 그룹 '빅뱅'의 인기와 영향력을 이을지도 관심이다. 비아이는 "선배들이 잘 펼쳐놓은 길들을 저희가 망치면 안 된다"면서 "더 열심히 해서 부끄럽지 않은 팀이 되고 싶다"고 했다. 
  
한편 아이콘은 18일 오후 5시 방이동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콘서트를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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