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동윤의 악역은 계속 된다
장동윤의 악역은 계속 된다
  • 미디어데일
  • 승인 2023.07.04 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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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악마들'로 데뷔 후 첫 악역 도전 나서
"흔치 않은 악역 제안에 도전하고 싶었다"
기존에 선한 이미지 깨고 살인마 변신 성공
"평범해 보이지만 살인마…눈빛으로 표현"
"계속 악역 연기해 스펙트럼 넓히고 싶다"

손정빈 기자 = "도전해야죠. 제가 할 수 없는 영역을 남겨두지 않으려고요."

배우 장동윤(31)에겐 다소 고정된 인상이 있다. 독특한 데뷔 경로, 데뷔 이후 주로 맡아온 역할들, 선해 보인다고 말할 수밖에 없는 얼굴 덕분에 그는 언제나 반듯해보인다. 말하자면 그에겐 흔히 얘기하는 '교회 오빠' 같은 이미지가 있다. 실제로 장동윤은 독실한 기독교인이기도 하다. 만약 장동윤을 이렇게만 알고 있는 관객이 오는 5일 공개되는 영화 '악마들'을 보면 아마 깜짝 놀랄지도 모르겠다. 이 작품 속에 우리가 알던 착한 장동윤은 없다. 대신 머리는 헝클어져 있고, 인상은 구겨져 있으며, 입에서 욕설을 쏟아내는 낯선 남자가 있다. 낯설기만 한 게 아니다 사람 한 명 죽이는 것 정도는 일도 아닌 극악무도함까지 있다. 영화 공개를 앞두고 만나 장동윤은 "이 역할을 놓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사실 저한테 악역 제안이 오는 경우는 거의 없어요. 기회가 많지 않습니다. 시나리오를 봤는데 파격적이고 재밌어 보였어요. 기존에 제가 했던 캐릭터와 간격이 먼 인물을 연기할 때, 그게 배우로서 자산이 된다고 생각했죠. 도전해야 했어요. 제가 할 수 없는 영역이 있다는 콤플렉스를 남겨두고 싶진 않았거든요."

'악마들'은 연쇄살인 행각을 벌이는 일당을 쫓는 형사의 이야기다. 그들은 사람을 죽이는 것 뿐만 아니라 사지 절단 영상을 찍고 그걸 다크웹에 올려 과시한다. 형사 '재환'은 이들의 우두머리인 '진혁'을 쫓다가 수 개월 간 행방불명 되는데, 어느 날 갑자기 진혁과 모습을 드러낸다. 그리고 진혁은 자신이 재환이라고 주장하며 진혁이 알 수 없는 힘을 써서 몸을 바꿨다고 말한다. 장동윤이 연기한 캐릭터가 바로 진혁이다.

진혁은 장동윤이 연기한 첫 번째 악역이다. 해보지 않은 캐릭터를 맡았기에 부담이 없지 않았다. 진혁이 어떤 유형의 살인마인지 고민했고, 살인마 연기가 너무 전형적으로 흘러가진 않을지 염려했다. 원래의 진혁과 재환이 빙의 된 진혁 두 가지 캐릭터를 관객이 차이를 느낄 수 있게 연기해야 하는 것도 숙제였다. "흔히 연쇄살인마라고 하면 덩치가 크고 싸움을 잘하고, 그런 이미지를 생각하잖아요. '악마들'에서 저는 그런 인물을 연기하지 않았어요. 우리들 가운데 평범하게 살고 있는, 연쇄살인마라고 생각할 수 없는 연쇄살인마를 연기한 거죠. 어차피 신체적으로 변화를 주는 데는 한계가 있으니까 순간적인 눈빛에서 광기를 보여주기로 했습니다."

장동윤이 의도한대로 '악마들'에선 기존에 알지 못했던 장동윤의 얼굴을 볼 수 있다. 특히 영화가 절정으로 치닫고 진혁과 재환의 감정이 어지럽게 교차될수록 장동윤이 말했던 그 광기가 눈에 드러난다. 그는 앞으로도 계속 악역을 맡아보고 싶다고 했다. 진혁이 사연 없는 악역이라면, 사연 있는 악역도 해보고 싶다는 얘기였다. "대표적인 게 '조커'의 조커 같아요. 그런 캐릭터를 꼭 한 번 해보고 싶어요." 장동윤은 연기에 빈틈을 남겨두고 싶지 않다고 했다. 악역이라는 빈틈을 조금씩 채워나가 연기 스펙트럼을 넓혀가고 싶다는 얘기였다. "이제 다른 길 하나를 개척하기 시작한 거예요. 시작만 하고 계속 이어가지 못하면 아쉽잖아요. 계속 가야죠."

장동윤의 도전은 연기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그는 자기 영역을 연출로 확장하고 있다. 지난달 29일 개막한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 러닝타임 21분짜리 단편영화 '내 귀가 되어줘'를 출품했다. 장동윤이 700만원을 들여 만든 첫 번째 연출작이다. 이 작품에서 그는 주연도 맡았다. 다소 느닷없는 행보로 보이지만 그렇지 않다. 장동윤은 중고등학교 시절 시를 써서 문학적 재능을 인정받았다. 그가 데뷔하고 나서 그때 쓴 시가 대중에 공개됐는데, 학생 수준을 넘어서는 문재(文才)를 보여줘 네티즌의 탄성을 자아냈다. 장동윤은 시를 쓸 때부터 시나리오를 쓰고 있었고, 영화감독을 꿈꿨다. 그때의 경험을 살려 만든 영화가 '내 귀가 되어줘'이다.

"글쎄요, 앞으로 계속 영화를 연출하게 될지는 모를 일이죠. 다만 창작을 하고 표현을 하는 일을 계속해보고 싶긴 해요. 본업인 배우 일에 최선을 다하면서 여건이 된다면 더 도전해보고 싶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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