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밀수' 김혜수, 한계 넘고 진짜에 가깝게
[인터뷰] '밀수' 김혜수, 한계 넘고 진짜에 가깝게
  • 미디어데일
  • 승인 2023.07.22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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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년대 해양 밀수하는 해녀 춘자 역
"수중 액션 자염ㄴ 공황 극복이 관건"
"여성물 아닌 캐릭터 영화로 접근해"
"연기 몰입하는 진정성이 진짜 연기"
'밀수' 김혜수

추승현 기자 = "모든 현장에서 한계를 느껴요."

38년 차 배우 김혜수(52)의 고백이다. 숱한 변신과 히트작을 남긴 그에게도 처음과 도전이 있다. 영화 '밀수'는 그런 작품이다. 물속에서 자유로운 해녀를 표현하기 위해 공황을 이겨내야 했고, 다양한 캐릭터 속에서 주인공으로 중심을 잡아야 했다. 모든 걸 이겨낼 수 있는 건 진심을 다하는 진짜 연기였다.

'밀수'는 1970년대 성행한 해양 밀수에서 시작한 영화다. 가상의 바닷마을 군천에 화학 공장이 들어서면서 일자리를 잃게 된 해녀들은 바닷속에 던진 물건을 건져 올리는 밀수에 가담하게 된다. 여기에 춘자(김혜수)가 전국구 밀수왕 권 상사(조인성)를 만나 친구 진숙(염정아)과 더 큰 밀수판을 계획하며 서로 속고 속이는 사건이 펼쳐진다.

춘자는 겉으로 보기엔 도통 속을 알 수 없는 여자다. 어느 날 갑자기 군천에 나타나 해녀가 됐고, 진숙과는 둘 도 없는 자매처럼 지내지만 남들 앞에서는 날이 서있다.

"키워드가 생존이었요. 가족 없이 혈혈단신이고 이곳 저곳 전전하다가 해안가 작은 마을에서 선장의 딸이자 품이 넓은 또래 친구 진숙을 만났잖아요. 그 집에서 가족처럼 있지만 삶을 의탁하는 거예요. 솔직하게 자연스럽게 자신을 드러내는 게 힘들 거라 생각했어요. 대부분이 스스로 위장하거나 살아남기 위한 방패였던 거죠."

서울로 간 춘자는 또 다른 모습이다. 억척스러우면서도 여우처럼 얄미운 구석도 있다. 목숨을 위협하는 권 상사 앞에서 몸부림치다가 애원하는 것을 반복하는 장면은 인상적이다. 김혜수가 직접 자료를 참고했다는 1970년대 히피룩도 춘자의 캐릭터 중 일부다.

액션 연기는 수없이 해봤지만 수중 액션신은 처음이었다. 당초 콘티를 보고 '이걸 우리가 해야 한다고?'라는 말이 바로 튀어나왔을 정도다. 3D 콘티를 보며 오차 없이 준비하고 계획대로 했다. 그럼에도 매 순간 초긴장 상태였다.

"모든 상황과 위기에 대해 (불안감이) 극복 돼야 하니까 힘들었어요. 물 공포증은 아니지만 전작('도둑들')에서 수중 촬영을 하면서 공황 상태를 겪어서 그게 관건이었거든요. 초반에 고난이 있었다가 잘 넘어갔어요. 어느 순간부터 굉장히 자유로웠어요. (염)정아가 '이 언니 물에서 말도 해'라고 할 정도였죠."(웃음)

'밀수'가 보기 드문 여성 서사 상업 영화라는 건 남다른 의미다. 하지만 정작 김혜수는 "시나리오를 봤을 때 여성 투톱의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는 건 하나도 없었다. 캐릭터들의 관계와 각자 움직임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스토리가 대단한 게 아니라 (캐릭터들의) 긴장과 이완이 관건이었어요. 앙상블이 발현되는 게 기대 포인트죠. 시대극이기도 하고 여성 서사도 있지만 캐릭터 영화로 접근했습니다."

김혜수는 파트너인 염정아와 호흡에 감사하고, 조인성의 압도적인 눈빛 연기에 감탄하고, 혼자 사는 후배 박정민(장도리 역)의 음식을 챙겨주며 작품을 함께 만들어 갔다. 그는 "나도 그런 좋은 에너지를 얻으면서 한다. 절대 일방적일 수 없다"고 했다.

"'밀수'를 통해 다시 깨달은 건 내 정체성은 팀원이라는 거예요. 해녀 팀이어서 팀워크가 유지되는 게 아니라 두 사람이든 열 사람이든 팀워크가 존재하거든요. 보여지는 인물이 누가 더 두드러지냐일 뿐이에요. 이 영화의 성패와 직결된다고 할 수 없지만 모든 과정에서 큰 힘이었어요."

도전 앞에서 철저한 준비를 한다 해도 매번 한계를 느낀다. 물속에서 백 텀블링을 하다가 수경이 깨지면서 이마에 상처가 났고, 입술이 터지는 등 부상도 있었다. 김혜수는 '진짜' 연기를 중요하게 생각하지만 진짜가 뭔지 아직 모르겠다고 했다. 초·분 단위로 모니터를 하면서 실망하기 일쑤였다. 현장이 좋아도 과정이 괴로운 이유다. 

"'배우(俳優)'라는 단어에서 '배'는 '사람인(人)'에 '아닐비(非)'에요. 사람이 아닌 일을 사람이 하는 거라고 하더라고요. 어불성설이죠. 내가 생각하는 정답이 아니라고 해서 다른 사람의 생각이 오답이 아니듯이 뭐가 진짜인지는 모르겠어요. 다만 연기의 진짜를 찾아가야겠다는 생각을 한 적은 한순간도 없어요."

"진정성이라는 말을 싫어했어요. 진정이 안 보일 때가 있거든요. 고민하다가 못 찾고 있는데 카메라와 연출 편집이 개입되면서 없던 지점이 생기니까 혼란이 생길 때도 있고요. 내가 느끼는 흐름에서 내가 연기하는 순간의 몰입에 대한 진정성, 그런 진짜가 중요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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