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보 적용 기다리다 다 죽어"…중증·희귀질환자의 절규
"건보 적용 기다리다 다 죽어"…중증·희귀질환자의 절규
  • 뉴시스
  • 승인 2023.07.25 2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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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협회·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 25일 성명
살릴 수 있는 약 있어도 고가 탓 치료불가
중증·희귀난치성 질환자들이 25일 고가의 신약과 혁신 의료기술의 건강보험 적용을 기다리다 치료를 포기하거나 생을 마감하지 않도록 의료 안전망 기금을 도입할 것을 정부와 국회에 거듭 촉구하고 나섰다. 사진은 선천성 유전자 질환으로 태어날 때부터 사물을 볼 수 없었던 안토니오 벤토 카르바잘이 지난 6일 마이애미 보건시스템대학 바스콤 팔머 눈연구소에서 유전자치료 후 그의 어머니 유니엘키스 카르바잘로부터 보살핌을 받고 있는 모습.
중증·희귀난치성 질환자들이 25일 고가의 신약과 혁신 의료기술의 건강보험 적용을 기다리다 치료를 포기하거나 생을 마감하지 않도록 의료 안전망 기금을 도입할 것을 정부와 국회에 거듭 촉구하고 나섰다. 사진은 선천성 유전자 질환으로 태어날 때부터 사물을 볼 수 없었던 안토니오 벤토 카르바잘이 지난 6일 마이애미 보건시스템대학 바스콤 팔머 눈연구소에서 유전자치료 후 그의 어머니 유니엘키스 카르바잘로부터 보살핌을 받고 있는 모습.

백영미 기자 = 중증·희귀난치성 질환자들이 고가의 신약과 혁신 의료기술의 건강보험 적용을 기다리다 치료를 포기하거나 생을 마감하지 않도록 의료 안전망 기금을 도입할 것을 정부와 국회에 거듭 촉구하고 나섰다.

대한암협회와 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는 25일 성명서를 내고 "혁신의료를 필요로 하는 환자들이 건강보험 적용을 기다리다 생명의 위협에 놓이지 않고, 적시에 치료받을 수 있도록 의료안전망 기금을 도입해야 한다"면서 "정부와 국회가 한마음으로 전향적 제도를 모색할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1회 투여로 병을 치료할 수 있는 ‘원샷 치료제’, 꿈의 암 치료 기술로 불리는 ‘중입자 치료’ 등과 같이 과학기술의 발전에 따른 혁신의료는 기존에 치료가 어려웠던 중증질환·희귀질환자들에게 새로운 삶의 희망"이라면서 "고가의 혁신의료를 이용할 수 있는 이들은 생명의 연장을, 이용할 수 없는 이들은 절망을 맞이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혁신의료가 신속히 건강보험에 적용되지 않으면 적게는 수천, 많게는 억 단위의 치료비를 자비로 부담해야 하는데, 돈이 있는 이들은 적기에 치료를 받고 일상 생활로 복귀할 수 있지만 취약계층은 물론, 중위소득 수준의 환자들조차 고액의 치료비 때문에 아예 치료를 포기하고 생을 마감하거나 가족들의 희생 하에 메디컬 푸어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가히 ‘유전 무병, 무전 유병’이라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정부가 중증·희귀질환 치료제의 신속한 건보 적용을 위해 급여 평가 및 약가 협상 기간 단축(210일→150일), 허가-급여 평가-약가 협상을 병행하는 시범사업 실시 등을 추진하고 있지만 근본적 대책이 되고 있지 못하다는 게 이들의 지적이다.

두 단체는 나날이 발전하는 혁신의료를 적시에 보장하기 위해 현행 건강보험과 별개의 의료비 지원인 ‘의료안전망 기금’이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건강보험이 보장하지 못하는 가계의 경제적인 부담을 넘어서는 재난적 의료비나 중증질환 및 희귀질환 보장, 혁신의료 등 필수·비급여 의료비를 지원함으로써 건강보험의 사각지대를 보완해야 한다는 이유다.

이들은 "의료안전망 기금은 기존 보건복지부의 재난적 의료비와 지자체 각종 의료비 지원사업을 통합하고, 제약회사의 분담금(위험분담제 환급금)이나 본인부담상한제에 따른 환급금 등을 재원으로서 활용하면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영국은 2011년 건강보험에 등재되지 않았으나 효과가 뛰어날 것으로 기대되는 항암제의 신속한 접근을 위해 암 기금(Cancer Drug Fund)을 조성했고, 이를 바탕으로 2022년 희귀의약품 기금을 도입했다. 영국 뿐 아니라 미국, 호주, 벨기에, 이탈리아, 뉴질랜드 등에서도 국고, 제약사 분담금, 민간단체 기부 등을 활용한 별도의 의료비 기금이 활발히 운영되고 있다.

현재 정부는 건강보험의 향후 5개년 방향을 설정하는 ‘제2차 국민건강보험 종합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이들은 "하반기 발표될 2차 종합계획에 ‘의료안전망 기금’이 필히 반영돼 중증·희귀질환자들의 혁신의료 접근성을 개선하고 소득 수준에 따라 삶과 죽음이 선택되는 비극적인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국가의 책임을 다해 줄 것을 강력하게 촉구한다"며 "이를 위해 국회에서도 여·야 한목소리로 힘을 실어줄 것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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