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체부, 방송 스태프 처우 개선…근로시간 기준·표준계약서 마련
문체부, 방송 스태프 처우 개선…근로시간 기준·표준계약서 마련
  • 뉴시스
  • 승인 2023.07.31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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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보균 장관 "공영방송 KBS·MBC 적극 동참해야"
김진아 기자 =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지난해 11월17일 서울 용산구 문체부 저작권보고과 서울사무소 회의실에서 방송제작스태프 관계자를 만나 노동환경 개선에 대한 의견을 나누고 있다

강진아 기자 = #1. 연출(PD)·조명·분장 등 방송 스태프 막내들은 밤낮없이 뛰어다녀도 손에 쥐는 월급이 200만원 남짓이다. 얼마 못 가 꿈을 포기하고 현장을 떠나기 일쑤다. 촬영 일정표도 매일 달라지고 지연도 일상이다. 집합·준비시간이 근로시간에 포함되는 건 사업장별로 다르고, 정리시간은 대체로 근로시간으로 쳐주지 않는다. 폭염에도 휴식 시간 없이 일하며, 100명이 해야 할 일을 50명이 하니 부담감에 현장을 벗어날 수 없다.

#2. 지상파 A방송사 스태프는 지난해 12월 카타르 월드컵 당시 방송 직전 결방 통보를 받았고, 2~3주간 결방에도 비축분 제작 업무 지시를 받았다. 올림픽·월드컵 등 주요 국제스포츠 대회 중계나 방송사 사정을 이유로 예정된 방송이 결방·지연되는 경우 스태프는 임금을 받지 못해 생활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 지난 1월 문체부 설문조사에서 방송 외주제작 스태프 10명 중 8명이 결방으로 피해를 경험했다고 응답했다.

한국 콘텐츠는 세계적 수준으로 인정받고 있지만, 그 뒤에서 일하는 방송 스태프들은 생계를 고민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프리랜서·비정규직 중심의 방송 스태프 근로시간 기준 산정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표준계약서 개정을 추진한다.

문체부는 31일 방송 스태프의 열악한 근로환경과 처우를 개선하기 위한 1차 대책을 발표하고, 공영방송 KBS와 MBC의 적극적인 동참을 촉구했다.

박보균 장관은 "화려한 K-컬처 이면의 현장에서 열심히 뛰고 있는 방송계 약자인 스태프들의 노력에 정당한 보상이 이뤄져야 한다. 전체 직원의 과반수가 억대 연봉을 받고 있는 KBS를 비롯해 공영방송인 KBS와 MBC의 리더십이 이를 개선하는 데 적극 나서주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촬영 위한 이동·대기 근로시간 미포함…10월까지 가이드라인 마련

문체부는 방송 스태프들이 촬영을 위한 이동과 대기에 소요한 시간을 근로시간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불합리한 상황 개선에 나선다.

영화업계나 SBS 사례 등을 참고해 지방 촬영 시 이동 시간, 촬영 대기 및 정리 시간 등을 근로시간에 포함하고 휴식 시간을 보장하는 등 방송 스태프 권리 보호를 위한 가이드라인을 10월까지 마련하고 방송사에 권고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8월부터 연출·작가·조명·음향·분장 등 분야를 나눠 구체적인 피해 사례를 조사할 예정이다.

영화업계의 경우 표준근로계약서에 1주 52시간 근로시간 준수 및 원거리 야외 촬영으로 인한 이동 시간의 근로시간 포함을 규정하고 있다. 촬영 준비·정리·대기시간 등도 근로시간에 산정해 노동환경이 상당히 개선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SBS도 지난 4월 '스튜디오S 드라마 제작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수도권 지역은 현장 집합부터 현장 종료시간까지, 그 외 지역은 여의도 출발시간부터 여의도 도착시간까지를 촬영 시간으로 규정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지난 1월 실시한 방송 외주제작 스태프 대상 결방 피해 관련 설문조사 주요 결과. 방송 외주제작 스태프 총 377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앞서 문체부는 상반기에 연출·작가·조명·음향·분장 등 방송 스태프들과 8차례 간담회 및 인터뷰를 진행하고 노동 환경에 대한 의견을 청취했다. 참석자들은 촬영에 따른 이동, 대기, 준비 시간이 근로시간에 포함되지 않아 사실상 주 52시간보다 훨씬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고 있고 휴식 시간도 없다며 열악한 제작 환경 개선을 호소했다.

◆결방 실태 및 예술인 복지법 위반 여부 조사…연내 표준계약서 개정

오는 9월 항저우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방송 결방으로 입는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지상파 방송 3사 현장 점검과 방송 분야 표준계약서 개정 작업에도 나선다.

문체부는 7월부터 '방송프로그램 결방 실태조사'를 추진하고 있다. 국제스포츠 대회 중계 및 재난 방송 등 결방 원인과 유형, 구체적인 피해 규모 산출, 대안 모색 등을 검토해 방송사의 불합리한 관행 개선을 위한 근거 자료로 활용할 계획이다.

8월부터는 지난 3월 WBC 한국전 중계로 결방된 KBS·MBC·SBS 방송 3사의 자체 제작 프로그램을 대상으로 '예술인 복지법' 위반 여부를 조사한다. 방송스태프·출연진에 대한 서면계약서 작성 여부, 계약서 명시 의무사항 준수 확인을 통해 불공정 계약 관행을 조사하고 위반사항 발견 시 과태료 부과 등을 조치할 계획이다.

또 방송사 사정으로 프로그램이 방영되지 않더라도 안정적으로 임금을 받을 수 있도록 방송 분야 표준계약서를 개선한다. 제작비는 방영일이 아닌 납품일을 기준으로 지급하게 하고, 납품 프로그램에 대해 제작비 전액을 지급할 수 있도록 하며, 결방 시 충분한 기간을 두고 서면 사전고지하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8월 중 개정안을 마련한 후 관계 단체 등 의견을 듣고 연내 표준계약서 개정을 완료할 예정이다.

이 밖에도 가수나 배우 등 대중문화예술인 방송출연 표준계약서를 하반기에 개정할 계획이다. 방송출연 표준계약서 사용률을 높이기 위해 조문을 쉽고 명확하게 수정하고, 촬영일과 방영일 사이 간극으로 인한 출연료 지급 지연 등 방송 출연 관련 불합리한 상황을 방지하는 내용을 검토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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