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타는 이식대기 줄까…'뇌사자 신장 로봇이식' 첫 성공
애타는 이식대기 줄까…'뇌사자 신장 로봇이식' 첫 성공
  • 뉴시스
  • 승인 2023.08.07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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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성사구체신염 50대 여성 로봇 이식 수술
은평성모병원 "개원 후 첫 로봇 이식 성과"
가톨릭대학교 은평성모병원 최승혜 병원장을 비롯한 주요 보직자와 ‘김수환 추기경 기념’ 장기이식병원 의료진이 뇌사 공여자 로봇 신장이식 수술을 받은 환자와 함께 퇴원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백영미 기자 = 국내 의료진이 국내에서 처음으로 뇌사자의 신장을 로봇 수술로 만성 신장질환 환자(수혜자)에게 이식하는 데 성공했다. 국내에서도 '뇌사자 공여 로봇 신장이식'이 가능하다는 것을 확인한 것이다.

가톨릭대학교 은평성모병원 ‘김수환 추기경 기념’ 장기이식병원 신췌장이식팀은 지난달 만성 신장질환으로 투병 중이던 50대 여성 환자에게 로봇수술을 이용해 뇌사자의 신장을 이식했다고 7일 밝혔다. 2019년 병원 개원 후 첫 로봇 이식 사례다.

수혜자는 원인을 알 수 없는 만성사구체신염으로 2014년부터 혈액투석을 받아왔고, 그 해 뇌사자 신장이식 대기자로 등록해 9년의 기다림 끝에 신장을 이식 받았다. 환자는 수술 후 특별한 합병증 없이 회복해 수술 12일 만에 건강하게 퇴원했다.

개원 후부터 지속적으로 로봇 이식을 준비해온 신췌장이식팀은 서울아산병원 신췌장이식외과 신성 교수팀을 비롯해 로봇 신장이식 분야에서 경험이 많은 국내외 의료기관과 교류를 확대하며 역량을 쌓아왔다. 이번 로봇 신장이식 수술을 위해 혈관이식외과, 신장내과, 로봇수술센터, 마취통증의학과, 장기이식병원운영팀, 수술실 등과의 체계적인 협진 속에 환자의 상태를 면밀하게 관찰하며 철저하게 수술 계획을 수립했다.

총 5시간에 걸쳐 이뤄진 이날 수술에서 이식팀은 약 6cm 크기의 하복부 최소 절개창을 이용해 기증자의 신장을 복강 내로 넣고, 로봇 팔이 들어갈 수 있는 1cm 내외의 작은 구멍 4개를 통해 정교하게 혈관을 문합했다.

보통 개복 수술을 통한 신장이식의 경우 절개창이 약 20cm에 이르러 수술 후 환자의 통증이 심해 비교적 회복이 더디고 흉터도 크게 남는다. 그러나 로봇 신장이식은 최소 절개로 환자의 통증과 흉터, 수술 합병증을 줄이는 것은 물론 10배 이상 확대된 시야와 자유롭게 움직이는 로봇 관절로 혈관과 요관 등을 세밀하게 확인하며 수술을 진행할 수 있다.

로봇 신장이식 수술을 집도한 황정기 ‘김수환 추기경 기념’ 장기이식병원장(혈관이식외과 교수)은 “뇌사 공여자와 수혜자의 혈관 상태에 따라 국내 의료 환경에서도 뇌사자 공여 로봇 신장이식이 가능함을 확인 했다”면서 “국내 전체 신장이식 중 약 40% 정도가 뇌사자 공여 장기로 시행되는 가운데, 이번 수술이 뇌사자 공여 이식에서도 최소침습 수술을 활발히 적용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황 교수는 “앞으로 이식을 기다리고 있는 많은 말기신장병 환자들이 더 좋은 치료 결과를 얻어 빠르게 건강을 회복할 수 있도록 로봇 이식 수술 정착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최승혜 은평성모병원 병원장은 “이번 뇌사자 공여 로봇 신장 이식으로 은평성모병원은 수준 높은 이식 술기를 다시 한 번 입증했다”며 “향후 생체 공여자와 수혜자, 뇌사 공여자를 아우르는 로봇 이식을 위해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개원 후 100일 만에 5대 주요 장기이식(신장·심장·간·췌장·각막)에 성공한 은평성모병원은 장기기증 문화 확산과 이식 활성화를 위해 지난 2021년 병원 안에 ‘김수환 추기경 기념’ 장기이식병원을 열고 소장이식 등 고난도 이식을 시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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