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긴축 '깜빡이'·中'악재'…고민하는 한은
美긴축 '깜빡이'·中'악재'…고민하는 한은
  • 뉴시스
  • 승인 2023.08.18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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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금통위 금리 동결 전망 높아
물가경로 전망에 부합…가계부채 딜레마
美 긴축·中 부동산 악재에 관망 필요
 사진공동취재단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3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남주현 기자 =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의 통화정책방향결정이 엿새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시장에서는 딜레마에 처한 한국은행이 현재 기준금리를 유지할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미국이 금리를 추가 인상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대외 금리차 확대가 우려되지만, 중국 경제가 흔들리면서 우리나라의 경기 회복도 더뎌질 우려가 높다는 점에서다.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가계부채는 금리 인상도 인하도 어렵게 만드는 배경으로 지목된다.

18일 한은에 따르면 금통위는 오는 24일 통방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결정할 예정이다. 앞서 금통위는 올해 1월 기준금리를 3.25%에서 3.5%로 올린 후 4회 연속 금리를 동결했다.

전문가들은 8월 금통위에서도 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금리 인상을 단행할 근거와 인하에 나서야할 이유가 충돌하는 가운데 한은이 우선 시장을 관망할 것이라는 점에서다.

금리를 낮춰야 할 주장의 근거로는 경기 부진이 우선 거론된다. 최대 교역국인 중국의 경기가 심상치 않은데다 부동산 개발업체 비구이위안(컨트리가든)의 채무불이행 가능성과 에버그란데(헝다)의 파산보호 신청은 중국 경기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중국이 흔들릴 경우 우리 수출 역시 직격탄을 맞는다. 국내 수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30% 내외 수준으로 미국(약 15%)와 일본(약 6%)보다 영향력이 높다.

중국발 악재에 해외 기관도 국내 경기 부진을 전망하고 있다. 아시아개발은행(ADB)은 지난달 수출 감소와 민간소비 부진을 이유로 우리나라 성장률 전망을 1.5%(4월)에서 1.3%로 낮췄다. IMF(국제통화기금)도 종전 1.5%에서 1.4%로 내렸다.

금리 인하의 걸림돌이던 물가가 꺾였다는 점도 금리 인하설에 설득력을 더한다.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7월 7.9%로 고점을 찍은 후 지난달에는 2.3%로 떨어졌다. 에너지·식료품 제외 근원물가는 5월 3.9%에서 7월 3.3%로 낮아졌다. 다만 최근 국제유가 오름세에 물가가 다시 튈 가능성을 배제하기는 어렵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26일 (현지시간) 기준금리를 5.5%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지난해 3월 이후 11번째 금리 인상이다. 미국과 한국 간 기준금리 격차는 역대 최대인 2.0%p로 벌어졌다

반대로 최근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짙어진 긴축 신호는 금리 인상 주장의 배경으로 거론된다. 현재 2.5%포인트 차이인 한미 금리차가 더 확대되며 자본 유출 우려를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다.

16일(현지시간) 공개된 연준의 7월 회의록에 따르면 위원 대부분은 인플레이션과의 싸움이 아직 끝나지 않았으며 추가 금리 인상이 필요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특히 최근 미국 경제 지표가 호조를 보인다는 점도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부각시킨다. 미국 7월 소매 판매는 전월보다 0.7% 증가하면서 4개월 연속 증가세를 유지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0.4% 증가)를 뛰어넘는다.

최근 환율이 급등하고 있다는 점도 금리 높여야할 근거로 제시된다. 지난달 18일 1260.4원이던 원·달러는 전날(17일) 1342원으로 급등하며 한달 새 81.6원 뛰었다. 미 연준이 연내 금리 인상에 나설 경우 한미 금리 역전차 확대로 원·달러가 더 치솟고 자본 유출 우려가 높아진다.

가계부채의 딜레마는 금리 동결 가능성에 무게를 더한다. 금리를 낮추면 1068조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경신 중인 은행권 가계대출이 더 부풀어 오르며 가계의 소비 위축으로 이어질 우려가 높다. 주택 가격이 더 뛸 위험도 높아진다.

금리를 올리면 취약차주와 부동산 PF 등의 부실 위험이 높아지며 금융 리스크가 확대될 수 있다. 지난 6월 기준 최저 생계비를 제외한 연소득을 모두 빚을 갚는데 쓰는 이들로 분류된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70% 이상 대출자는 299만 명에 달한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이 26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후 기자회견하고 있다.

이번 금통위가 24~26일(현지시각) 잭슨홀 미팅과 9월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보다 한달 전에 열린다는 점도 동결 전망을 높인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한은이 우선 동결에 나선 후 미국 시장 분위기를 살필 것이란 의견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가 7월 금통위 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연준이 두 번 금리를 올릴지가 관건인데 8월 회의(FOMC)가 없기 때문에 9월까지 지켜봐야 한다"고 언급한 점도 8월 금통위의 금리 동결 전망을 높인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물가가 안정 추세를 보이고, 새마을금고 사태처럼 부동산을 중심으로 금융 불안 요인들이 있는 만큼 금리를 동결할 것"이라면서 "대외 변수와 국내 경제 회복 강도를 확인하며 내년 1분기 쯤 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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