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커 귀환에 반색 화장품株 다시 내리막…왜
유커 귀환에 반색 화장품株 다시 내리막…왜
  • 뉴시스
  • 승인 2023.08.23 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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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한령 해제에 사드 이전 수준 매출 회복 기대했는데
중국 경제 위기감 속 소비자 지갑 '꾹' 소매판매 지수↓

이지영 기자 = 중국이 6년 만에 한국행 단체여행객의 빗장을 풀면서 오랜 만에 화색이 돌았던 화장품주들이 다시 하락세로 돌아선 모습이다. 예상치를 밑도는 중국의 경제지표들이 잇따라 발표되면서 디플레이션(장기물가하락)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중국 의존도가 컸던 화장품 대형 업체들은 '유커' 귀환으로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 사태 이전 수준의 실적 개선 효과를 기대했지만, 현지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은 만큼 빠른 회복세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2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화장품 대장주 아모레퍼시픽은 중국 단체여행객들의 한국행이 금지되기 전인 2017년 주가가 40만원을 넘어서며 고공행진했다. 당시 한국 화장품을 선호했던 유커들은 한국을 방문할 때마다 국내 유명브랜드 화장품을 쓸어 담았다. 때문에 화장품 대형업체들은 매 분기마다 최고 실적을 다시쓰며 고속 성장했다.

하지만 2017년 중국의 사드 배치 보복으로 단체 여행객의 한국 방문 금지령이 내려지면서 중국 의존도가 가장 화장품 업체들은 실적과 주가 모두 내리막을 걷기 시작했다.

2017년 43만원을 넘어섰던 주가는 지난해 8만6000원대까지 고꾸라졌다. 그러다가 최근 중국 문화여유부(문화관광부)의 78개국에 대한 자국민 단체여행을 허용한다는 소식에 주가가 오랜 만에 반등해 13만1600원까지 올랐으나, 다시 하락 전환해 11만원대까지 떨어졌다. 전날 아모레퍼시픽은 전날보다 1.08% 내린 11만87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아모레퍼시픽과 함께 화장품 대장주로 꼽히는 LG생활건강도 마찬가지다. LG생활건강의 경우 화장품 부문 실적이 부진해도 생활용품과 음료 부문이 가파르게 성장한 덕분에 매출 타격은 아모레퍼시픽에 비해 덜했다. 그러나 고마진인 화장품 판매 부진에 수익성이 쪼그라들면서 주가는 2년 만에 170만원대에서 40만원대까지 주저 앉았다. 최근 중국발 호재에 주가가 상승하며 50만원 목전까지 올랐다가 다시 44만원대까지 떨어졌다.

화장품 대장주들의 급등세가 꺾인 이유는 중국의 7월 소매판매가 시장 전망치를 밑돌면서 경기 경착륙 우려가 커진 탓이다.

중국의 7월 소매판매는 전년 대비 2.5% 증가해 시장 예상치(4.5%)를 하회했다. 산업생산 역시 전년보다 3.7% 증가해 전망치(4.4%)를 밑돌았다. 7월 소비자물가(CPI) 상승률은 2년 5개월 만에 전년 동기 대비 0.3% 떨어졌고, 생산자 물가도 4.4% 하락해 디플레이션 초입에 다가섰다는 분석도 나온다.

업계에서는 구매력이 큰 유커 다시 한국에 들어오면 화장품 수요가 사드사태 이전 수준으로 크게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반면 전문가들은 중국의 경제 위기감 속 소비자들이 점점 지갑을 닫고 있어 빠른 회복세를 기대하는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중국 소비 관련주의 실적 전망이 여전히 불안정한 탓에 외국인들이 화장품과 의류 업종에서는 최근 급반등을 오히려 비중 축소 기회로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최근 나타난 상승세는 한동안 낮아진 가격에 대한 이점과 이벤트에 의한 반등인 만큼 실적 등 실물지표 공개 시점 전후가 단기 정점일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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