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층 갑자기 눈앞 뿌예지는 '망막박리'…원인은 '이것'
젊은층 갑자기 눈앞 뿌예지는 '망막박리'…원인은 '이것'
  • 뉴시스
  • 승인 2023.08.23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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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 안구서 '특정 마이크로RNA' 100배 증가
발현량으로 예후 예측…최적 치료 선택 도움
이준엽 서울아산병원 안과 교수가 중심장액망막병 환자를 검사하고 있다.

백영미 기자 = 국내 의료진이 젊은층에서 갑자기 눈 앞이 뿌옇게 보이거나 물체가 휘거나 실제와 색이 다르게 보이는 '중심장액망막병'의 발병 기전을 찾아냈다.

서울아산병원 안과 이준엽 교수팀은 중심장액망막병 환자와 일반 대조군의 안구를 비교분석한 결과, 중심장액망막병 환자에서 특정 마이크로RNA(miR-184)가 유의하게 증가한 것을 발견했다고 23일 밝혔다. 특히 주사치료 효과가 적은 환자에서 miR-184 발현량이 더 높은 것을 확인했다.

이 교수팀은 중심장액망막병과 연관된 잠재적인 바이오마커(생체지표)를 확인하기 위해 아급성 중심장액망막병 환자 42명과 일반 대조군 20명의 안구 내 방수 내용물을 채취해 분석했다. 방수는 각막과 수정체 사이의 공간에 차 있는 맑은 액체다.

기존 연구들에서는 바이오마커 중 체액으로 분비되는 인자들만 선택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방수 단백질이나 사이토카인을 주로 분석했지만, 이 교수팀은 체액으로 분비되지 않는 인자들까지 포함해 조직과 세포의 특성을 모두 반영할 수 있는 방수 엑소좀에 집중했다.

연구팀은 중심장액망막병 환자의 방수 엑소좀을 차세대염기서열분석(NGS)을 통해 확인한 결과, 특정 마이크로RNA인 마이크로RNA-184(miR-184)가 일반 대조군에 비해 유의하게 증가한 것을 확인했다. 특히 항혈관내피성장인자항체 주사치료에 반응이 적은 환자에서는 miR-184 발현량이 더욱 증가한 상태였다.

연구팀은 환자의 방수에서 miR-184 발현량을 정량 분석하는 기술을 개발해 확인한 결과, 중심장액망막병 환자에서 대조군에 비해 miR-184가 100배 이상 유의하게 증가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기초 실험을 통해 miR-184가 혈관내피세포의 증식과 이동에 관여하는 STC2 유전자 발현을 조절한 결과 신생혈관 생성을 억제하고 있다는 것을 밝혀냈다. 중심장액망막병이 황반변성으로 진행되지 않도록 신생혈관 생성을 억제하는 방어체계로 miR-184가 증가한 것이다.

또 중심장액망막병 환자 중 41%가 한 번의 항혈관내피성장인자항체 주사치료로 1개월 내 이상 소견이 모두 호전됐다.

매년 1만 명당 1~2명 정도 새롭게 발병하는 중심장액망막병은 망막의 중심부에 액체가 축적되면서 망막이 부분적으로 박리되는 질환이다. 30~50세의 비교적 젊은 나이에서 갑자기 눈 앞이 동전으로 가려진 것처럼 뿌옇게 보이거나 물체가 휘거나 실제와 색이 다르게 보여 일상생활에 큰 영향을 미친다.

스트레스나 수면부족, 스테로이드 복용 등과 관련 있다고 알려져 있지만 정확한 원인은 알려져 있지 않다. 주로 시력이 좋은 젊은 연령대의 눈에 급성으로 발병해 삶의 질을 떨어뜨리고, 적절히 치료하지 않으면 황반변성으로 진행하거나 시력상실까지 이어질 수도 있어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자연 치유되는 경우도 있지만 만성적으로 진행되거나 재발하는 경우에는 비정상적으로 혈관성장을 촉진하는 물질을 억제하는 항혈관내피성장인자항체 주사치료를 시행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주사치료로 증상이 호전되는 경우가 많고 기존 광역학 레이저 치료보다 망막 위축 부작용 위험이 적다. 다만 일부 환자들에선 효과가 없는 경우도 있어 치료반응을 예측할 수 있는 지표가 필요한 실정이었다.

이번 연구는 중심장액망막병의 발병 기전을 처음으로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고, 최근 중심장액망막병 치료에 많이 활용되는 주사치료의 예후를 바이오마커를 통해 미리 예측할 수 있다는 점에서 환자들이 최적의 치료를 받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연구팀은 기대하고 있다.

이 교수는 “황반변성이나 당뇨망막병증 등 다양한 망막질환 치료에서 고가의 주사치료제들이 사용되고 있는데, 약의 치료 반응성을 미리 예측할 수 있다면 조기에 최적의 치료법을 선택해 빠른 증상 호전과 더불어 환자의 부담까지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한국연구재단 선도연구센터인 자성기반라이프케어연구센터사업, 서울아산병원 아산생명과학연구원 정책과제 지원으로 진행된 이번 연구는 나노바이오 분야 국제학술지 ‘저널 오브 나노바이오테크놀로지(Journal of Nanobiotechnology)’에 최근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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