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균용, 김명수 면담 가며 "최근 무너진 사법신뢰"…어색한 만남?
이균용, 김명수 면담 가며 "최근 무너진 사법신뢰"…어색한 만남?
  • 뉴시스
  • 승인 2023.08.23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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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기대·요구 부흥할 수 있도록 성찰"
尹과는 "직접적인 관계로 보기 어려워"
과거 김명수 대법원장 체제 정면 비판
최진석 기자 = 이균용 신임 대법원장 내정자가 김명수 대법원장과 면담을 위해 23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으로 들어오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준호 기자 = 새 대법원장 후보자로 지명된 이균용 서울고법 부장판사가 23일 김명수 현 대법원장을 만나러 오며 "최근에 무너진 사법의 신뢰와 재판의 권위를 회복하겠다"고 했다.

이 후보자는 이날 오전 9시30분께 김 대법원장과의 면담을 위해 서울 서초구 대법원을 찾아 지명 소감을 묻는 질문에 "국민의 기대와 요구, 눈높이에 부흥할 수 있는 바람직한 법원이 무엇인지 끊임없이 성찰하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다만 "아직 후보자에 불과하고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의 청문과정과 인준동의절차가 남아있기 때문에 더 이상 말씀드리는 것은 주제넘은 말"이라며 더 이상의 말은 아꼈다.

그는 사법부 신뢰 저하와 정치화 우려에 대한 생각을 묻는 질문엔 "재판의 공정과 중립성은 사법 제도의 기본"고 말했다.

이 후보자는 윤석열 대통령의 서울대 법대 1년 후배다. 그는 윤 대통령과의 친분을 묻는 질문에 "친한 친구의 친구다보니, 그리고 서울대 법과 대학이 160명이고 고시공부하는 사람이 몇 안 된다"며 "그냥 아는 정도지 직접적인 관계라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전날 윤 대통령은 김명수 대법원장의 뒤를 이을 후보자로 이 후보자를 지명했다.

이 후보자는 법학이론과 외국법제에 대한 지식이 해박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일본 게이오대에서 연수를 하는 등 '일본통'으로도 꼽힌다. 비교적 원만한 성격을 가지고 있으며 선후배들에게 신망이 두터운 편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는 엘리트 판사 모임으로 불리는 민사판례연구회에서 활동하기도 했으며 사법부 내에서 대표적인 보수 성향의 법관으로 분류된다. 우리법연구회 회장 출신인 김 대법원장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그동안 이 후보자는 사법부 현실에 대한 뚜렷한 소신을 거침없이 드러내기도 했다. 특히 성향상 대척점에 서 있는 김 대법원장 체제를 정면 비판하기도 했다.

최진석 기자 = 김명수 대법원장이 23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으로 출근하고 있다. 이날 김 대법원장은 이균용 신임 대법원장 내정자와 면담을 가졌다

그는 지난해 2월 김 대법원장의 '거짓말 파문' 당시 "사법신뢰가 나락으로 떨어지고 법원이 조롱거리로 전락하는 등 재판의 권위와 신뢰가 무너져 내렸다"고 공개적으로 비판한 바 있다. 당시 임성근 전 부장판사의 사표 수리와 관련해 김 대법원장의 거짓 해명이 드러나자 이를 겨냥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또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도 '재판 거래' 의혹을 받는 권순일 전 대법관과 관련해 "국민이 공정하지 않은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며 "법관은 실제로 공정해야 하고 또 공정하게 보여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처럼 소신에 따라 비판적 견해를 숨기지 않았던 이 후보자가 김 대법원장 예방을 바로 앞두고 취재진에게 "최근 무너진 사법 신뢰"를 언급한 것은 사실상 현 대법원장 체제를 다시 비판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이에 이 후보자가 대법원장으로 임명되면 사법부 구도와 체제 변화에 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대법은 2017년 김 대법원장 취임 이후 우리법연구회, 국제인권법연구회,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 출신의 대법관이 주를 이루며 진보 성향 우위 구도를 보였다.

그러나 윤 대통령 취임한 이후 오석준·권영준·서영환 대법관이 임명되면서 대법원 구도는 중도·보수 체제로 탈바꿈했다. 사회·정치적으로 큰 영향을 미치는 전원합의체 판단에 보수 색채가 짙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볼 수 있다.

대법원장은 국회 인사청문회와 임명동의 표결을 거쳐 임명된다. 김 현 대법원장의 임기는 다음 달 24일 만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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