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연구진 '저렴한 촉매로 간단하게 항생제 만드는 기술' 확보
국내연구진 '저렴한 촉매로 간단하게 항생제 만드는 기술' 확보
  • 뉴시스
  • 승인 2023.08.25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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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S 분자활성 촉매반응 연구단, 복잡한 항생제 합성 단계 대폭 단축
풍부한 니켈 촉매 이용해 카이랄 베타-락탐 선택적으로 합성 성공
시장 가치 700배 높은 의약품 원료물질 합성 기대, 국제학술지 게재
니켈 촉매를 활용한 항생제 원료물질 카이랄 베타-락탐 합성 연구도. IBS 연구단은 값싼 니켈 촉매와 탄화수소 원료물질을 활용, 항생제 원료물질인 베타-락탐을 높은 거울상 이성질체 비율로 합성하는 신개념 촉매반응을 개발했다.

김양수 기자 = 국내연구진이 자연에 풍부한 탄화수소를 원료로 페니실린 등 항생제를 합성할 수 있는 새로운 촉매기술을 확보했다.

기초과학연구원(IBS)은 분자활성 촉매반응 연구단 장석복 단장(KAIST 화학과 특훈교수) 연구팀이 니켈 기반 촉매를 이용해 탄화수소로부터 항생제 원료물질인 '카이랄 베타-락탐'을 합성하는 화학반응을 개발했다고 25일 밝혔다.

1928년 영국의 생물학자인 알렉산더 플레밍은 푸른곰팡이에서 인류 최초의 항생제인 페니실린을 발견한 뒤 1945년 영국 화학자 도로시 호지킨이 베타-락탐으로 불리는 고리 화합물이 페니실린을 구성하는 주요 구조임을 밝혀냈다.

베타-락탐은 탄소 원자 3개와 질소 원자 1개로 이뤄진 고리구조(4원환 구조)로 페니실린 외에도 카바페넴, 세팔렉신과 같은 주요 항생제의 골격이기도 하다.

베타-락탐은 카이랄성(Chirality·거울상 이성질성)을 지녀 구성하는 원소의 종류나 개수가 같아도 완전히 다른 성질을 내는 두 유형의 거울상 이성질체가 존재한다.

대부분의 시판되는 베타-락탐 의약품은 유용성을 가진 유형만 선택적으로 제조하기 위해 합성과정에서 카이랄 보조제를 추가로 장착시킨다. 이는 합성 단계가 복잡해지고 제조 단가가 높아질 뿐만 아니라 보조제 제거를 위해 추가로 화학물질을 투입, 폐기물이 발생한다는 단점이 있다.

이미 IBS 분자활성 촉매반응 연구단은 지난 2019년 탄화수소로부터 합성 가능한 다이옥사졸론(아마이드 골격 합성을 위해 활용되는 시약)과 새로운 촉매를 이용해 카이랄 감마-락탐을 합성하는 데 최초로 성공했다.

이때 5원환 구조인 감마-락탐은 카이랄 선택적 합성에 성공했지만 4원환 구조의 베타-락탐을 합성하지는 못했다. 또 이 반응을 위해서는 값비싼 이리듐 촉매를 써야 한다는 한계도 있었다.

베타-락탐은 감마-락탐보다 쓰임이 많지만 합성에 많은 에너지가 필요해 제조가 까다롭다.
 
이번에 연구단은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풍부하게 존재하는 니켈 촉매를 이용, 제조가 까다로운 카이랄 베타-락탐의 선택적 합성에 성공했다.
 
시판 공정에서는 항생제 합성에 필요한 베타-락탐 원료를 8단계에 거쳐 합성했지만 연구진이 제시한 촉매반응은 보조제 장착 및 제거과정이 필요없어 3단계 정도로 절차를 대폭 단축할 수 있다.

특히 원료물질에 비해 합성된 물질은 시장 가치가 700배가량 높아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서상원 전(前) IBS 분자활성 촉매반응 연구단 차세대 연구리더(DGIST 화학물리학과 교수)는 "니켈과 다이옥사졸론의 반응 과정에서 생기는 니켈-아미도 중간체가 베타 위치의 탄소와 선택적으로 반응해 원하는 베타-락탐 골격을 얻을 수 있다"며 "두 유형의 카이랄 베타-락탐 중 한쪽만을 95% 이상의 정확도로 골라 선택적으로 합성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또 연구진은 천연물 등 복잡한 화학구조의 물질에 베타-락탐 골격을 높은 정확도로 도입하는 데도 성공, 기존 의약품 합성 전략보다 간단하게 후보 약물이 될 새로운 물질을 합성할 수 있음을 보였다.

연구결과는 25일(한국시간) 화학 분야 권위지인 '네이처 카탈리시스(Nature Catalysis, IF 37.8)' 온라인판에 실렸다(Intramolecular Hydroamidation of Alkenes Enabling Asymmetric Synthesis of β-Lactams via Transposed NiH Catalysis)

연구를 이끈 장석복 단장은 "페니실린, 카바페넴과 같은 주요 항생제의 골격인 카이랄 베타-락탐을 손쉽게 합성해냈다"며 "유용 물질의 합성과정을 간소화해 산업에 이바지하는 동시에 신약 개발을 위한 다양한 후보물질 발굴도 견인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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