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폭력 가해자나 피해자나 모두 병든다
학교 폭력 가해자나 피해자나 모두 병든다
  • 김영애 기자
  • 승인 2019.05.28 06: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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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대학이나 성적, 가족보다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친구다. 이 친구 관계를 형성하는 곳이 학교인데 흔히 말하는 사춘기, 질풍노도의 시기가 중학교 1학년이다. 초등학교와 달라진 환경, 아직은 서먹한 친구들, 새로운 세계를 만들고 적응하려는 노력들, 중학교 1학년 교실의 새학기 3월은 친구를 사귀고 무리를 형성하면서 뒤쳐지고 소외되지 않으려는 정글이나 다름없다.

말 붙일 친구가 한 명도 없는 교실, 더구나 이런 상황이 3년간 반복된다는 사실은 10대에게는 도저히 견디기 힘들다. 보복이 무서워서 제대로 신고하지도 못하고, 선생님께 도움을 요청해도 사건을 쉬쉬하며 덮기 바쁜데 얼마나 많은 아이들이 숨어서 고통 받고 있을까.

학교 폭력을 당하는 피해자는 폭력을 피해 전학을 가서도, 고등학교에 올라가서도 낙인이 찍힌 채 새로운 폭력의 두려움에 떨면서 악몽을 꾼다. 이러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에서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스트레스의 원인을 제거하고 벗어나는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가해자들을 떠올리게 하는 교실을 3년 더 다녀야 한다.

반대로, 자신의 말에 꼼짝 못하고 명령에 따르는 친구들 위에 군림하는 경험, 갑질의 느낌은 쉽게 잊을 수 없는 강한 쾌감을 준다. 폭력에 중독된 것이다. 10대는 인격과 인성이 형성되는 중요한 시기이다. 미성년자, 초범에게는 우리나라의 법이 너무나 허술하고 관대하다는 것을 배운다. 그들이 두 번째 범죄를 저지르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피해 학생들도 처음부터 혼자는 아니었다. 왕따를 당하는 친구를 감싸면 자신이 왕따가 되고, 부모님, 선생님이 끼어들 수 없는 그들만의 세계와 영역이 있다. 왕따를 당하는 애들은 그럴만한 이유가 있겠지하고 무시하고 배척하는 분위기도 생긴다. 피해자들은 결국 스스로를 탓하고 자책하게 된다.

이를 지켜보기만 했던 아이들, 친구의 아픔을 방관했다는 부끄러움에서 어쩔 수 없었다며 자신을 합리화해본다. 하지만 폭력에 굴복했다는 비겁함, 죄책감과 마주하면서 서로를 믿지 못하고, 어른들과 선생님, 사회의 누구도 믿지 못하는 또 다른 피해자가 되어간다.

가해자 부모들이 자신의 아이를 정말 사랑한다면 선처를 구하지 말고 오히려 크게 벌해줄 것을 부탁해야 한다. 자신이 준 상처와 고통의 무거움, 통렬한  반성과 깨달음이 없다면 가해자의 미래를 망치는 것은 바로 그들의 부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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