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 포기 없다"…중증 소아환자 척척 살리는 '드림팀'[메디컬센터]
"생명 포기 없다"…중증 소아환자 척척 살리는 '드림팀'[메디컬센터]
  • 뉴시스
  • 승인 2023.09.12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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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성모병원 선천성질환센터
수태된 순간부터 '생명존중'
13개과 40여명 의료진 협진
서울성모병원 선천성질환센터는 생명이 수태된 순간부터 건강하게 태어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에도 주력하고 있다. 지난해 센터의 협진 치료를 받고 태아를 건강하게 출산한 르노씨 부부가 대표적인 사례다.

백영미 기자 = #. 서울성모병원 산부인과를 찾은 임산부 김씨는 선별 검사 결과 태아가 다운증후군이 의심된다는 진단을 받았다. 양수천자 등 유전자 검사로 다운증후군을 확진 받고, 태아 정밀 초음파로 다른 기형은 없는지 확인했다. 이후 선천성질환센터 협진으로 소아심장초음파 전문 의료진으로부터 태아의 심장을 더 정확히 진단 받았다. 또 센터의 다학제(여러과 간 협진) 상담으로 태아의 상태와 생후 치료에 대해 들었고, 아이가 태어난 후 바로 시행되는 수술을 미리 준비할 수 있었다.

최근 의료 기술의 발전, 출산·육아 가치관 변화, 고령 산모 증가로 산전 태아 검사 수요가 늘면서 태아 선천성 질환 진단 빈도도 증가하고 있다. 다운증후군은 한 쌍(2개)이 존재해야 하는 21번 염색체가 3개여서 발생하는 선천성 질환 중 하나다. 다운증후군 태아는 선천성 심장 질환을 함께 동반하는 경우도 많아 여러 과의 협진이 필수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선천성 질환에 대한 잘못된 인식과 경제적 어려움, 적절한 치료법을 찾기 어려워 소중한 생명을 포기한다. 서울성모병원 선천성질환센터는 소중한 생명을 포기하는 이들이 없도록 2009년 3월부터 14년여간 숭고한 생명을 지켜왔다.

12일 서울성모병원에 따르면 이 병원 선천성질환센터는 의료진의 긴밀한 협력을 바탕으로 다양한 환아의 난이도 높은 질환을 치료하는 '원스톱 협진 시스템'이 강점이다.

선천성 질환은 후천적 형질, 환경의 자극에 따라 발생돼 복합적인 질환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현재 약 13개의 임상과, 40여 명의 전문 의료진이 원스톱 협진 시스템을 바탕으로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제공하고 있다. 협진 건수는 2009년 개소 당시 29건에서 2022년 기준 316건으로, 13년 만에 11배 가까이 급증했다.

센터는 소아청소년과, 소아외과, 소아심장외과, 소아신경외과, 소아정형외과, 소아비뇨기과, 소아성형외과, 소아재활의학과, 소아치과, 소아안과, 소아이비인후과, 소아정신과, 모체태아의학, 진단검사의학, 소아영상의학과, 소아마취과, 분자유전학연구소, 가톨릭인간유전체다형성연구소 등을 중심으로 구성됐다.

또 원스톱 협진 시스템을 바탕으로 수태되는 순간부터 태아의 질환에 대한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출산 후에는 다각적인 치료와 관리를 제공한다. 전문 의료진이 태아에 심장 기형, 중추신경계 기형, 난소낭종, 구개열 등이 동반된 경우 등 다양한 질환을 협의해 추적 관찰 계획과 출생 후 치료 계획 등을 세우고 보호자와 면담해 치료한다.

특히 센터는 서울성모병원 3층 산부인과에 위치해 있다. 서울성모병원 소속 뿐 아니라 가톨릭중앙의료원 산하 모든 병원의 관련 전문의가 신속한 진단과 치료 정보 제공, 통합 관리에 나서기 위해서다. 코디네이터도 상주해 협진한다.

선천성질환센터장인 이철 심장혈관흉부외과 교수는 "소아 심장 수술과 같은 선천성 질환 치료는 외과 의사 혼자만의 힘으로 할 수 없고, 준비된 시설과 잘 훈련된 의료진의 도움이 필수”라면서 “능력이 닿는 한 선천성 심장병을 가진 많은 아이들을 잘 치료해 각자 역할을 할 수 있는 인재들로 잘 커가는 모습을 보고 싶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선천성 심장병 소아 수술 전문가로, 지금까지 2000례 이상의 소아심장 수술을 집도했다. 폐동맥 역류가 있는 환자에게 시행되는 폐동맥 판막 치환술과 관련해 풍부한 임상 경험을 보유하고 있고, 선천성 심장병 중 가장 자주 나타나는 ‘팔로사징증(우심실 유출로의 협착·심실 중격 결손·대동맥 기승·우심실 비대 등 4가지 해부학적 이상을 지닌 선천성 심장 질환)’에 대해 집중적으로 연구·치료하고 있다.

특히 이 교수는 소아청소년과 이재영 교수와 함께 서울성모병원 내 선천성 심장병 환아 전문 치료팀(소아심장팀) 구축에 크게 기여했다. 국내 신생아 1000명당 8~10명꼴로 발생하는 선천성 심장병을 치료하려면 흉부외과, 소아과, 산부인과, 영상의학과, 마취통증의학과, 수술실, 심폐기팀, 전문 간호사, 중환자실, 일반 병실 등이 긴밀히 협력해야 한다. 서울성모병원 관계자는 "상당히 복잡하고 위험한 과정이여서 병원의 높은 역량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서울성모병원에 따르면 선천성질환센터는 의료진의 긴밀한 협력을 바탕으로 다양한 환아의 난이도 높은 질환을 치료하는 '원스톱 협진 시스템'이 강점이다.

이철 교수가 호두 2~3알 크기의 소아 심장을 정교한 임상기술로 침착하게 수술한다면 이재영 교수는 환아의 최초 진단과 수술 후 상태 관찰, 수술 없이 심장병을 치료하는 중재적 시술을 주로 담당한다. 두 교수는 국내 선천성 심장병 환아 뿐 아니라 해외 환아 초청 치료와 자선 진료에도 꾸준히 힘 쏟고 있다.

센터는 생명이 수태된 순간부터 건강하게 태어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에도 주력하고 있다. 지난해 센터의 협진 치료를 받고 태아를 건강하게 출산한 르노씨 부부가 대표적인 사례다.

이 부부는 기존 병원에서 태아에게서 뇌에 뇌척수액이 차는 무뇌 수두증이라는 희귀 질환을 비롯해 여러 장기에 이상이 발견됐다는 소견을 들었다. 해당 질환은 대부분 출산 전 생사가 결정되고 정상적으로 출산해도 몇 주 후부터 신경학적 증상을 보이는 등 예후(경과)가 좋지 않아 임산부에게 임신 중절 수술이 권유되는 질병이다.

산부인과 고현선 교수로부터 출산 의뢰를 받은 센터는 다학제 상담을 진행했고, 아이는 태어난 후 예정대로 심장 수술을 받았다. 특히 출산 전후 신생아팀 의료진이 신생아중환자실을 함께 관리하는 동시에 신경외과, 소아심장분과, 소아방사선과, 외과, 성형외과, 안과, 이비인후과 등의 긴밀한 협력으로 생후 8개월인 현재도 서울성모병원에서 건강하게 치료 받고 있다.

센터는 국내 최고 생명존중 의료기관으로의 도약을 꿈꾸며 오늘도 소중한 생명을 어루만지고 있다.

현재 센터 내 협의 의료는 의료 형태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지만, 의료진은 치료 성과나 이익이 아닌 '생명존중과 인간사랑'이라는 가톨릭 정신에 입각해 환자를 치료하고 있다. 환자는 여러 과 간 협의가 필요한 복잡한 질환을 가지고 있지만 경제적으로 부담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진료 1건당 상담에 최소 3명 이상의 전문 의료진이 투입되고 시간도 20분 이상 소요된다.

센터는 '생명 존중'을 실현하기 위해 선천성 질환이 있는 태아를 포기하지 않고도 수술과 약물, 재활치료로 숭고한 생명을 지킬 수 있다는 믿음을 산모가 갖도록 하는 데 역점을 두고 있다. 지난 10년간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직 선천성 질환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으로 생명을 포기하는 경우가 있어서다.

센터는 경제적 어려움으로 생명을 포기하는 환자들이 없도록 기부금으로 질병으로 고통받는 저소득층 환우들의 치료비도 지원하고 있다. 기부금은 센터 시스템과 인프라 구축을 위한 발전기금, 선천성 질환 관련 연구 지원 사업을 위한 연구기금, 태아와 신생아 진료비 지원을 위한 자선기금 등으로 쓰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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