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전여빈 "주저앉고 일어서기 반복…배우 생활은 긴 항해"
[인터뷰]전여빈 "주저앉고 일어서기 반복…배우 생활은 긴 항해"
  • 미디어데일
  • 승인 2023.09.15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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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인기 드라마 '상견니' 리메이크
넷플릭스 '너의 시간 속으로' 1인 2역
"배우로서 받아들이고 싶은 어려움"
"혹평 못 흘려보내…모든 작품 소중"
넷플릭스 오리지널 '너의 시간 속으로' 배우 전여빈. 

추승현 기자 = 백지에서 나만의 그림을 그려나가는 것과 완성작을 나만의 것으로 다시 만들어가는 것은 다르다. 무엇이 더 어렵고 힘들다고 할 수 없지만, 비교 군이 있다는 건 분명히 쉽지 않다. 배우 전여빈(34)에게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너의 시간 속으로'는 도전이었다. 대만을 넘어 동아시아 전역에서 열풍을 일으킨 드라마 '상견니' 리메이크작 주인공이라는 자리는 행운이면서 부담이었다.

원작 팬이었기에 작업에 들어가면서 점점 복합적인 감정이 들었다. 행운의 손은 덥석 잡았지만, 제작진과 배우들, 원작을 첫사랑으로 간직하고 있는 팬을 떠올리니 한없이 마음이 무거워졌다. "그 무게에만 잠식되면 안 되니까 '첫사랑에 상응할 만한 사랑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와 희망을 품으려고 했어요. 용기 없이는 작품을 만들 수 없잖아요."

타임슬립, 1인 2역이라는 과제도 있었다. 1년 전 세상을 떠난 남자친구를 그리워하는 현실 세계의 준희, 1998년 준희의 남자친구와 똑같이 생긴 친구를 둔 고등학생 민주를 넘나들며 연기했다. 두 캐릭터가 정반대 성격을 갖고 있어 섬세한 표현이 필요했다.

"배우는 자기 안에 있는 걸 표출하고 싶은 게 많고, 그것이 동력이 돼서 살아가는 사람들이에요. 1인 2역이라는 건 원했던 과제였어요. 결코 쉬운 시간이 아니고 편안한 과정은 아니겠지만, 정말 잘 해내고 싶었어요. 배우로서 힘들지만 기꺼이 받아들이고 싶은 어려움이었죠. 내 안에서 찢겨지고 주저 앉았다가도 일어서고 많이 배운 현장이었어요."

 넷플릭스 오리지널 '너의 시간 속으로' 스틸.

원작 감성을 그대로 가져가면서 새로움을 가미하는 것에 초점을 뒀다. 김진원 감독 역시 모방성을 극도로 염려했다. 전여빈만의 준희와 민주를 찾아가는 여정이었다. "캐릭터가 겉으로 보여지는 표현도 중요하지만 심연을 들여다보려는 것이 중요했어요. 왜 이런 행동을 하고 이런 소통 방식을 선택하고 이런 템포를 가지는지 질문을 가지게 되는 계기가 됐어요."

대중의 평가 앞에서는 의연하지 못하다. 전여빈은 영화 '거미집' 홍보 일정까지 앞두고 있어 영향을 받을까 봐 일부러 반응을 살펴보지 않았다. 스스로 객관적으로 작품을 바라볼 수 있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반응을 품어보려고 한다. 질책은 받아들이고 복기하며 나아갈 생각이다. "모든 작품이 제 손가락처럼 소중한 거라 좋은 말이든 나쁜 말이든 절대 흘려보낼 수 없는 편이에요. 저도 선배님들의 위치에 서게 된다면 칭찬이든 어떤 반응이더라도 그저 담담하게 받아들일 수 있을지 궁금해요."

"평가가 어떻든지 상관없이 김진원 감독님은 제게 너무 훌륭한 연출자예요. 감독님이 많이 힘들고 복잡했을 텐데 배우들과 스태프 의견 취합하고 현장 이끌어주시고 마지막까지 책임을 지려고 한 게 느껴졌거든요. 어떤 감사를 말한다고 해도 부족하게 느껴지지만, 여전히 부족한 감사 인사를 한다고 연락드렸어요."

넷플릭스 오리지널 '너의 시간 속으로' 스틸. 

전여빈은 거듭 배우의 길에서 자신의 강점을 인복이라고 강조했다. 영화 '죄 많은 소녀' '낙원의 밤', 드라마 '멜로가 체질' '빈센조' 등 탄탄하게 필모그래피를 쌓아갈 수 있었던 것도 그 길목에서 만난 귀인 덕분이라고 했다. 그는 "나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희망을 품을 수 있게 만들어주는 관계가 귀인이다. 저를 부정하는 상태가 아니니까"라며 "그런 면에서 전 사람 복이 있다"고 말했다.

"자기가 좋아하고 관심 있던 일, 갖고 있는 능력으로 밥벌이를 할 수 있는 게 감사해요. 그런 감사를 할 수 있는 게 쉬운 길은 아닌 것 같아요. 그럼에도 포기하고 싶지 않고 잘 해내고 싶어서 고민하고요. 지금 이 순간도 중요하지만 멀리 보고 싶어요. 긴 항해를 하고, 깊은 숨을 쉰다고 생각하면서 배우 생활을 해나가고 싶어요. 제 스스로에게 물음표를 띄우고 같이 답을 찾을 동료들을 만들어가고 있거든요. 이 세상에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는 것, 내가 쓸모 있다는 게 동력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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