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야 촛불집회도 금지될까…"집회 자유 침해" vs "평온권"
심야 촛불집회도 금지될까…"집회 자유 침해" vs "평온권"
  • 뉴시스
  • 승인 2023.09.22 0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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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오전 0~6시 집회시위 전면금지 추진
출퇴근 시간대는 '불법 전력' 등 고려해 허용
과거 헌법불합치·위헌 판결 두고 해석 엇갈려
'평온권' 보장 vs "침묵시위까지 규제는 과해"
김명년 기자 = 경찰이 자정부터 오전 6시까지 모든 집회·시위를 금지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김남희 기자 = 경찰이 자정부터 오전 6시까지 심야시간대에 열리는 모든 집회·시위를 금지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시민사회계에선 집회의 자유가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나 시민의 평온권 보장을 위해 입법 공백을 해소할 필요가 있단 시각도 있다.

경찰청은 21일 '집회·시위 문화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자정부터 오전 6시까지 집회·시위를 전면 금지하고, 출퇴근 시간대 주요도로에 신고된 집회는 불법 전력 등을 따져 규제하는 법 개정을 추진하는 게 골자다.

◆과거 헌재 헌법불합치·위헌 판결…해석 엇갈려

정부는 지난 5월 민주노총의 이른바 1박2일 '노숙 집회' 등을 계기로 관계부처 합동 '공공질서 확립 특별팀'을 구성하고 심야시간대 집회·시위를 규제하는 방안을 검토해왔다.

현행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은 오전 0~6시 사이 행진을 포함한 시위를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야간 문화제 등 집회는 헌법재판소의 2009년 결정으로 허용된 상황이다.

헌법재판소는 2009년 일몰 후부터 일출 전까지 옥외 야간집회를 금지한 집시법 10조에 헌법불합치 판단을 내린 바 있다. 2014년에도 '해가 진 후부터 자정까지의 시위를 처벌하는 것은 위헌'이라고 판결했다.

다만 2014년 판결 당시 "자정 이후의 '심야시간' 범위를 구체적으로 어떻게 정할지 입법자가 결정할 여지를 남겨두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시했다. 이후 국회가 구체적 집회 금지 시간을 정하지 않으면서 입법 공백이 이어져 왔다.

이번에 정부가 '자정부터 오전 6시까지' 집회·시위 금지를 추진하는 것은 이 같은 헌재 결정에 반한다는 지적이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나온다.

참여연대는 "특정시간대를 정해 집회와 시위를 일률적, 전면적으로 금지하는 건 위헌이라는 헌재의 결정을 무력화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용우 변호사(민변 노동위원장)도 "어느 장소에서 어느 시간대에 어떤 방식으로 집회를 할 지는 '집회의 자유'의 본질적 내용으로 헌법상 기본권"이라며 "헌재의 위헌 결정에 역행하는 법 개정 시도"라고 말했다.

그러나 헌재 결정과 정부의 입법 추진은 결이 다르단 해석도 있다. 입법 공백을 보완해야 한단 입장이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당시 헌재 판단 취지는 해가 지고 나서 집회를 바로 금지하면 직장인과 학생의 평일 집회가 불가능하므로 이걸 조정하라는 것이었다"며 "옥외 야간집회를 금지하면 절대 안 된다는 게 아니었으므로 당시의 금지법과는 다르다"고 말했다.

다만 "유의해야 할 것은 법이 먼저 바뀐 뒤에 경찰이 움직여야지, 법도 개정되기 전에 경찰이 집회 규제에 나서는 건 너무 앞서나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민의 '평온권' 보장" vs "침묵시위까지 규제는 과해"

윤희근 경찰청장은 "준법 집회·시위 문화 정착은 우리 모두의 평온한 일상을 회복하기 위해 반드시 이뤄야 할 공동 목표"라고 밝혔다.

이희훈 선문대학교 법·경찰학과 교수는 "심야시간에 시민의 수면권과 평온권을 침해한다는 게 이유인데, 집회와 시위의 목적이 제3자에게 목소리를 전달하는 것"이라며 "소음 규제는 필요하지만 야간 촛불집회나 침묵시위까지 불가능하게 하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경찰이 발표한 출퇴근 시간대 집회도 '불법집회 전력이나 집회 준비물을 검토해 규제할 수 있다'는 입장에도 우려를 표했다.

이 교수는 "과도하게 법을 위반하는 단체는 규제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불법집회 전력이 몇 회 이상 있으면 금지할 수 있는지, 집회 주최자가 기준인지 참가자가 기준인지, 일정 비율 이상의 참가자가 있으면 규제한다는 건지 명확한 규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경찰 관계자는 '사실상의 집회 허가제'라는 비판에 "전혀 아니다"라며 "과거 전력은 하나의 참고 요소고 그걸 바탕으로 사전에 금지할 지 판단하겠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해외 주요국가 중 야간 옥외집회를 금지하는 곳은 미국, 프랑스, 러시아 등이 있다.

미국은 주마다 조례가 다르지만 일부 주는 야간시간대 집회를 제한한다. 프랑스는 오후 11시 이후의 야간 옥외집회를 금지하지만 공공기관의 근무시간이 오후 11시 이후일 때는 허용시간이 연장된다. 러시아는 오후 11시부터 다음날 오전 7시까지 집회를 금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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